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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IT) 부품 제조업체이자 코스닥 상장기업 A사에서 '라임 사태' 핵심 인물인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42·수배 중)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46·수배 중)의 흔적이 포착되고 있다. A사는 주인이 바뀐 뒤 1년 만에 주식 거래가 정지되고 상장폐지 기로에 섰다.
이 전 부사장은 코스닥 상장사 리드에 라임 자금을 투자해주는 대가로 경영진에게서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도주했다. '라임 전주'로 알려진 김 전 회장은 스타모빌리티(옛 인터불스)에 투자된 라임 투자금 등 517억원을 빼돌린 혐의(횡령)를 받고 있다. 지난해 수원여객에서 발생한 거액의 횡령사건에도 연루돼 있는 김 전 회장은 경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지난 1월 잠적했다.
15일 매일경제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A사 자금이 빠져나간 여러 곳에 이 전 부사장과 김 전 회장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이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회사에서는 전환사채(CB) 인수와 배임·횡령 사건이 주로 등장한다. 한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에서도 김 전 회장과 관련해 석연치 않은 자금 흐름이 포착됐다.
연간 매출 수백억 원을 올리던 A사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건 2018년 4월 창업주가 회사 지분을 팔고 떠난 뒤부터다. 2018년 11월 김 전 회장 오른팔로 알려진 김 모씨(58·구속)가 A사 사내이사가 된 뒤로 수상한 자금 흐름이 이어졌다. 수원여객 횡령사건을 수사하던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김씨가 김 전 회장 자금을 빼돌리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 혐의를 포착하고 체포해 지난 2일 구속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A사는 2018년 11월 B사 CB를 50억원에 인수했다. B사는 김 전 회장이 2019년 1월 수원여객 자금 161억원을 횡령할 당시 돈이 빠져나간 곳으로 지목된 곳이다. B사는 김 전 회장을 사기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해 현재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B사를 인수할 의사가 있는 것처럼 접근해 자금을 빼돌리는 창구로 활용한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1분기 분기보고서를 보면 A사가 C투자자문에 수수료 명목으로 11억여 원을 지급하고, 8억여 원을 대여했다는 내용도 발견된다. A사 자금이 C투자자문으로 흘러간 이유는 불분명하다. 정당한 자금 집행일 수도 있지만 기업사냥꾼이 회사 자금을 빼갈 때 즐겨 사용하는 수법일 수도 있다. A사는 C투자자문 대표 K씨를 지난해 12월 배임·횡령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회사 자금이 경영 컨설팅, 법률 자문 등 명목으로 비정상적으로 인출되는 것은 기업사냥꾼들이 자금을 빼돌리는 전형적 수법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A사는 지난해 1분기 법률자문 등에 대한 수수료, 실사보증금 등 명목으로 한 법률사무소에 20억원 가까운 돈도 지급했다. 증권 업계 등에 따르면 이 법률사무소 S변호사는 도피 중인 이 전 부사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라임이 CB에 250억원을 투자한 코스닥 상장사 바이오빌은 지난해 이 전 부사장과 S변호사를 배임·횡령 혐의로 함께 고소했다가 취하했다.
A사 사업보고서에는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 씨와 연관된 기업도 등장한다. 이씨는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지 않고 투자자문사를 설립·운영하며 허위·과장 정보를 유포해 부당이득 130억원을 챙긴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3년6월, 벌금 100억원, 추징금 122억6700만원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A사는 이씨가 설립했다가 매각한 E사에 2018년 4분기 10억원을 빌려줬다. E사는 2018년 4월 A사 인수에 참여하기도 했다. 회사 자금이 석연치 않은 곳으로 흘러가는 동안 주주들만 큰 피해를 입었다. A사 주주연대는 지난해 10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기업사냥꾼의 만행을 고발한다"는 글을 올렸다.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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