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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천태만상 가짜뉴스

변형·복제되는 가짜뉴스… 좀비처럼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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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연구팀 가짜뉴스 추적]

사스·메르스 때 유행한 괴담, 코로나 시작되자 또다시 봇물

좌파가 퍼뜨린 '세월호 고의 침몰' 우파 주장으로 변형돼 재생산

유명인사들 발언에 진짜로 둔갑

코로나 팬데믹(대유행)과 함께 가짜 정보가 전 사회적으로 확산하는 '인포데믹'(정보전염병)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표백제가 코로나에 특효' '알코올로 입을 헹구면 낫는다' 등 의학적 근거 없는 치료법은 심각한 사회문제마저 야기한다. 전문가들은 "세균·곰팡이를 사멸시키는 약효가 체내 바이러스까지 없앨 것이라는 그릇된 믿음에서 나온 발상"이라고 말한다.

가짜 뉴스는 전염병이 유행할 때마다 비슷한 패턴으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 1월 말 '○○마트 화장실서 피 묻은 마스크 발견'이란 글과 피 묻은 마스크 사진이 유포되면서 경찰과 보건 당국이 발칵 뒤집혔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 때 혼란을 가중시킨 '감염자 A가 ○○학원 다녀갔다'류의 허위 정보가 다시 등장한 것이다. 메르스 때는 '지하철에서 숨만 쉬어도 감염된다' '바셀린을 콧속에 바르면 안 걸린다' 같은 가짜 뉴스가 돌았다. 코로나와 관련, 방송통신심의위에서 접속 차단 및 삭제한 허위 게시물만 지금까지 171건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에서 가짜 뉴스의 전형적인 특징들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한다. 성균관대학교 이재국 교수팀이 최근 발표한 '가짜 뉴스 확산 경로 추적' 연구에서도 가짜 뉴스는 주기적으로 되풀이되는 '반복성', 정치인이나 방송인이 언급하면서 확산 계기가 만들어지는 '유명인 효과' 등이 특징으로 나타났다. '나꼼수' 출신 김어준이 자신의 라디오 방송에서 "코로나는 대구 사태이자 신천지 사태"라고 한 것이나, 4·15 총선을 앞두고 "(n번방 관련) 민주당에서 나올 테니 완전 퇴출시키라는 이야기다. 공작 냄새가 진하게 난다"고 한 것도 가짜 뉴스였다. 과거 '세월호'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관련 가짜 뉴스의 경우도 유명인 발언에서 시작된 경우가 많았다.

조선일보

이재국 교수팀은 2018~2019년 ‘개 구충제 암 치료에 특효’ ‘화폐 개혁 괴담’ ‘대북 지원으로 쌀값 급등’ ‘북, 국민연금 200조원 요구’ ‘세월호 고의 침몰’ 가짜 뉴스와 2016년 ‘사드 전자파 괴담’ 등 6개를 선정, 소셜미디어·커뮤니티 등 16개 사이트에 퍼져 있는 16만3770건의 게시물을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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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가짜 뉴스는 반복된다

"선박은 아무리 크게 변침해도 뒤집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왜 뒤집어졌냐, 그런 조건을 만든 것이다…." 지난해 '공감저장소'란 이름의 유튜브 채널에서 조회 수를 높였던 게시물이다. 그런데 이 게시물에 붙은 1000건 가까운 댓글은 대부분 "현 정부가 세월호 침몰의 최대 수혜자"란 주장을 담고 있다. 과거 좌파 진영에서 주장했던 '세월호 고의 침몰설'이 우파의 주장으로 바뀐 것이다. 이 교수팀이 빅데이터 조사 분석 업체 '버즈메트릭스'에 의뢰해 2018년 1월~2019년 11월까지 올라온 세월호 고의 침몰설 관련 유튜브 영상을 조사한 결과, 매년 4월이 되면 언급량이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 교수는 "가짜는 팩트에 기반하지 않았기 때문에 쉽게 변형이 이뤄진다"면서 "우리 사회에서 파급력이 큰 '세월호 고의 침몰' 주장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우파적 변형이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한번 등장한 가짜 뉴스가 사라지지 않고 반복되는 현상은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18년 남북 화해 국면에서 등장한 '대북 지원으로 쌀값 급등' 허위 정보 역시 언론의 팩트 체크를 통해 허위 사실로 판명 났지만, 작년 5월 '정부가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식량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자 다시 유튜브 등에서 언급량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②정치인·연예인이 키우는 가짜 뉴스

2018년 미국에서 폐암을 앓고 있던 조 티펜스(62)란 사람이 개 구충제 '펜벤다졸'을 먹고 완치됐다는 영상이 미국 암 환자들 사이에서 회자됐다. 작년 초 누군가 이를 한국어로 번역해 블로그에 올렸지만 조회 수 200회로 아무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5개월 뒤 "암 투병 중인 개그맨 김철민이 개 구충제 복용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가짜 뉴스가 폭발했다. 가장 많이 본 게시물 조회 수가 234만회(작년 11월 기준)로 다섯 달 만에 1만 배 이상 관심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명인이 허위 정보의 발신 주체로 등장하자, 가짜 뉴스가 '믿을 만한 정보'로 둔갑한 것이다.

이는 기업들이 유명인을 광고에 기용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2016년 경북 성주 지역 사드 배치를 앞두고 각종 반대 시위에서 "참외 다 죽을 것" "임신부 유산할 것" 같은 '괴담'이 나왔다. 이재명 경기지사(당시 성남시장)가 이를 받아 '사드는 인체에 치명적'이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자, 40여 건(2016년 7월 11일)에 불과했던 괴담성 게시물 숫자가 171건→387건→446건으로 사흘 만에 10배 이상 증가한 것이 관찰됐다. 이 과정에서 이 시장의 발언을 인용한 게시물들이 잇따라 등장했다.

유튜브로 옮겨온 가짜 뉴스

일베·클리앙·MLB파크 등 극단적 성향을 보이는 커뮤니티가 가짜 뉴스의 단초를 제공하고, 유튜브를 통해 집중적으로 퍼져 나가는 현상은 하나의 패턴으로 자리 잡았다. '개 구충제 말기암에 특효' 가짜 뉴스의 경우 전체 게시물 9만여 건(댓글 포함) 중 유튜브 게시물이 7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가짜 뉴스는 끊임없이 반복해 나타나고, 각종 커뮤니티에 축적돼 있던 음모론이 유튜브를 통해 재생산되는 현상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속보 경쟁이 아니라, 철저한 사실 확인을 통해 검증된 정보를 유통하는 것이 언론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신동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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