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옷을 찢어 만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한 시민이 길을 지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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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은 "중남미 대부분 국가에서 국경이 봉쇄되고 주민 이동제한령이 내려지는 등 신종 코로나 관련 대책이 강화되면서 이주민들이 큰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수많은 영업장이 문을 닫으며 일자리를 잃고 집주인에게 쫓겨나는 등 이주민들이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외지인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며 혐오의 대상이 된 경우도 많다.
지난해 9세 딸과 함께 콜롬비아로 떠났다가 귀향길에 오른 한 베네수엘라 여성은 "고향에 계속 머문다는 것이 나와 딸에게 '죽음'을 의미했기에 탈출을 택했다"며 "베네수엘라로 다시 돌아갈 마음은 있었지만, 전염병 때문에 이렇게 쫓기듯 가게 될 줄은 몰랐다"고 가디언에 밝혔다.
베네수엘라에서 본격적인 탈출 행렬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17년부터다. 경제 위기가 날로 심각해지는데도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독재 행보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유엔(UN)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빈곤 때문에 베네수엘라를 등진 사람은 450만명이 넘는다. 전쟁이 난 것도 아닌데 이런 탈출 행렬이 이어진 것은 "현대사에 전례 없는 일"(가디언)이다.
문제는 전염병이 확산하고 있는 이 기간에 귀향길에 오른 이들이 신종 코로나에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신문은 "베네수엘라인들이 거쳐야 하는 검역소 대다수는 위생 상태가 매우 불결해 오히려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중남미 대부분 국가는 현재 국경을 봉쇄했지만, 콜롬비아 등은 베네수엘라로 향하는 이들의 이동은 허락한 상황이다.
베네수엘라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벽화가 그려진 곳을 마스크를 낀 채 지나가는 카라카스의 한 시민.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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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울며 겨자 먹기로 위험한 귀국길에 올랐는데도 마두로 대통령은 이를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용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수많은 이들이 조만간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등에서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며 "잔인한 자본주의와 이민자 혐오를 피해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에서 돌아온 이들에게 신종 코로나 검사를 시행하는 등 모든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 베네수엘라의 사정을 감안하면 쉽지 않아 보인다.
12일 기준 베네수엘라의 신종 코로나 확진자는 181명, 누적 사망자는 9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제 확진 사례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 보고 있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은 베네수엘라에 생필품은 물론 의료물자가 크게 부족한 탓에 중남미 대륙에서 신종 코로나가 확산할 경우 이 나라가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이라 전망한 바 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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