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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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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코 막혔을 땐 목련화, 눈 피로할 땐 금잔화 우려낸 차 음미하니 향긋한 약 마시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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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속 항산화 물질 잎·줄기의 10배

노화 늦추고 춘곤증 극복에 좋아

향 맡으려 오래 우리면 제맛 잃어

중앙일보

꽃차


봄은 색이 피어나는 계절이다. 겨우내 메말랐던 풍경에서 겹겹이 솟아나는 꽃은 눈을 즐겁게 한다. 화사한 봄꽃은 열매를 맺기 전 영양소를 한껏 끌어안고 있다. 꽃을 말려 따뜻한 물에 차로 우려 마시면 체온을 올려 온몸의 혈액순환을 돕는다. 찻잔에서 꽃이 피기까지 느긋하게 기다리면서 사색을 즐기는 데도 좋다. 수채화 물감을 풀어놓은 고운 색감과 향긋한 꽃향기는 긴장을 풀어주고 기분을 좋게 만든다. 눈으로 감상하고, 코로 향을 맡고, 입으로 마시는 꽃차의 효능을 소개한다.

꽃차는 봄이 제철이다. 목련·벚꽃·팬지·금잔화 등 먹을 수 있는 꽃의 절반 이상은 4월부터 집중적으로 핀다. 한국꽃차협회 박미정 부회장은 “꽃잎이 얇은 봄꽃은 시들기 전에 채취해 그대로 말리면 봄 내음을 담은 꽃차를 오랫동안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꽃차는 눈으로 마신다. 만개한 꽃송이를 말린 후 뜨거운 물을 부으면 천천히 꽃이 피면서 빨강·노랑·보라 등 감춰둔 빛깔이 온기를 머금은 찻잔을 채운다. 입술에 닿는 순간 따뜻한 봄이 찾아온다.

봄꽃은 색깔 짙을수록 항산화력 강해

꽃차가 지닌 건강 효과는 다양하다.

첫째, 신체의 생리 활성을 자극해 노화 속도를 늦춰준다. 다양한 색을 내는 꽃은 천연 항산화제다. 농촌진흥청 도시농업과 유은하 연구원은 “봄꽃은 강력한 항산화 물질인 폴리페놀·플라보노이드 함량이 같은 중량의 껍질·잎·줄기·열매보다 최대 열 배 이상 많이 함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봄꽃에 가득한 폴리페놀·플라보노이드는 대표적인 식물 영양소인 피토케미컬의 한 종류다. 폴리페놀은 치매·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 질환을 막고, 플라보노이드는 암세포 발생과 신체 노화를 촉진하는 염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플라보노이드 성분을 자주 섭취한 여성에게서 위암 발생률이 최대 절반까지 감소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꽃은 병충해나 자외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빨강·주황·노랑·파랑·보라 등 고유의 색을 지닌다. 색마다 항산화 물질의 종류가 조금씩 다르다. 빨강·파랑·보라 계열의 꽃에는 항산화·항염 효과를 지닌 안토시아닌이, 노랑·주황 계열은 체내에서 비타민A로 바뀌어 면역력 강화에 긍정적인 카로티노이드가 풍부하다. 봄꽃의 색이 짙을수록 항산화력이 강하다.

둘째, 춘곤증 극복에 좋다. 잎보다 먼저 피우는 봄꽃은 겨우내 영양분을 축적해 영양학적 가치가 우수하다. 단백질·미네랄·비타민·필수아미노산 등이 가득하다. 색다른 맛으로 입맛을 돋우고 부족한 영양을 효과적으로 채워준다.

꽃은 종류만큼이나 효능도 다채롭다. 봄이 되면 가장 먼저 피는 하얀 목련 꽃은 코·목·폐로 이어지는 호흡기에 좋다. 맵고 따뜻한 기운이 막힌 코를 뚫어준다. 폐 염증을 억제해 천식을 완화한다. 노란 금잔화는 눈에 좋은 루테인·지아잔틴이, 벚꽃에 든 사쿠라닌·케라시아닌 성분은 체내 면역력을 높여줘 피로 해소를 돕는다. 향이 강하지 않아 은은하게 즐길 수 있다. 안토시아닌이 가득한 팬지 꽃은 가래를 삭이고 기침을 멈추는 효능이 있다. 알레르기 증상을 완화하는 데 좋다. 연한 붉은빛이 도는 매화 꽃의 탄닌·글루코스 성분은 소화를 돕는다. 강동경희대병원 한방내과 박성욱 교수는 “한의학에서도 잘 말린 꽃을 약용으로 사용할 정도로 효능이 좋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정서적 안정감을 준다. 꽃차로 시각과 후각을 동시에 자극해 몸을 이완시켜 편안한 상태로 만들어 준다. 끓는 물을 부으면 말린 꽃이 피어나는 것을 보고, 향긋한 꽃 내음을 맡으면서 긴장·흥분한 감정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고려대 생명과학부 박천호 교수팀이 중학생을 대상으로 꽃향기를 1분간 맡도록 한 다음 뇌파를 측정했더니 명상을 할 때 많이 나오는 뇌의 알파파가 3.3% 증가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꽃차를 제대로 즐기려면 유리로 만든 다기(茶器)를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꽃이 피어나는 모습과 색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 한 번에 너무 많은 꽃을 사용하는 것은 피한다. 꽃이 많으면 향이 짙어져 역해질 수 있다. 한 잔을 기준으로 작은 꽃은 3~5송이가 적당하다. 목련처럼 큰 꽃은 한 송이만으로도 충분하다.

유리 다기에 끓인 차, 원 그리듯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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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차


찻물은 살짝 원을 그리면서 따른다. 한 곳으로만 찻물을 따르면 꽃이 한쪽으로 몰려 꽃과 물이 따로 논다. 꽃차는 취향에 따라 여러 번 우려 마시는 것이 가능하다. 보통 2~3번 정도 우려 마신다. 말린 꽃을 넣고 끓는 물을 부은 다음 꽃이 피기까지 3분 정도 기다린다. 향이 좋다고 꽃을 너무 오래 우리면 맛이 쓰고 떫어질 수 있어 주의한다.

집에서 꽃차를 직접 만들어 마시고 싶다면 식용 꽃을 활용한다. 꽃집에서 주로 판매하는 관상용 꽃과 달리 수경재배로 농약·중금속 노출 위험이 없다. 특히 관상용 꽃은 수확 직전 농약을 살포한다.

직접 꽃을 채취한다면 먹을 수 있는 꽃인지 아닌지를 구분해야 한다. 식물은 영양분이 집중된 꽃을 보호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고유의 독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 독성이 강하지 않지만, 일부 꽃은 위험할 수 있다. 예컨대 진달래는 꽃술을 제거하고 꽃잎은 먹을 수 있지만, 철쭉에는 그레이아노톡신이라는 독성이 있어 먹으면 안 된다. 비슷한 모양의 진달래를 참꽃이라고 부르는 데 반해 철쭉을 개꽃이라고 부른 이유다. 애기똥풀꽃·은방울꽃·삿갓나물꽃·동의나물꽃 등도 마찬가지로 먹어서는 안 되는 꽃이다. 차가 다니는 도로변에 있는 꽃도 매연에 오염돼 있어 피해야 한다.

글=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사진=김동하 객원기자, 촬영 협조=파아람티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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