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과학 발전 기여한 이어도호 퇴역
한국 연안-동남중국해서 임무 수행… 천안함 등 해양사고에도 투입
26일 퇴역한 한국의 해양탐사선 이어도호가 항구에 정박해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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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파랗고 빨간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녹조류와 적조가 제주도 서남쪽 해역과 한국 관할 북부 동중국해역에서 발견됐다. 세계 최대 규모의 댐인 중국 싼샤댐 건설이 동중국해 해양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2006년 조사가 시작된 이후 처음 발견된 현상이었다. 싼샤댐과 멀리 떨어진 제주도 서남해역이 오염됐음을 처음 확인한 것이다.
이는 26일 퇴역한 해양 과학 탐사선 ‘이어도’호의 성과다. 이어도호는 그간 한국 연안과 동남중국해에서 해양 순환기후 탐사, 해류 특성조사, 해양방위 작전해역 환경조사 등 다양한 해양조사 연구에 투입돼 해양과학 발전에 기여해 왔다. 유인잠수정 ‘해양 250’의 모선이자 연근해용 연구선으로 건조된 이어도호는 33년간 심해와 해양 탐사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며 한반도 주변 해역의 해양 개발에 일조했다.
해양탐사의 최전선에서 활동한 이어도호는 첨단 장비로 무장했다. 수중에서 초음파를 이용해 물체를 촬영할 수 있는 ‘고해상도사이드스캔소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한 단계 발전시켜 정확도를 높인 ‘위성항법보정시스템(DGPS)’, 해저지형 탐사 및 다중빔 음향측심기, 초음파 해류계, 기상관측 장비 등이 탑재됐다.
각국 정부와 협업한 해양 산업 설비 구축에도 활약했다. 한국 동·서·남해의 해양 생태계에 대한 기초 자료 확립에 기여한 한국해역 종합해양자원도 작성 연구를 시작으로 1992년 필리핀 해역에서 한국 최초의 국외 진출 해양기술용 역사업인 ‘필리핀 세부-네그로스 도서 간 해저 전력 케이블 건설을 위한 해양조사’ 수행을 지원하기도 했다. 1998년에는 남북 분단 후 처음으로 우리의 연구선과 연구인력으로 북한 해역을 조사한 ‘방북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업’을 수행했다. 당시 원자력발전소 공사가 검토됐던 함경남도 금호지구 앞바다에서 해양조사를 진행했다.
국가적 관심이 높은 해양사고에도 이어도호가 투입됐다. 2007년 충남 태안 원유 유출사고 현장에 급파돼 유류 오염 현황 조사를 수행했다. 이어 2010년 천안함, 2014년 세월호 등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사고 수습을 위한 과학적 데이터를 제공하며 지원했다. 천안함 인양 당시 물속이 어둡고 조류가 강한 백령도 해역에서 최첨단 장비를 사용해 인양 작업을 도왔다. 조류의 방향이나 세기, 해저퇴적물의 종류와 수온 분포를 확인하는 등 최첨단 장비를 통해 열악한 환경을 극복했다. 세월호 사고 때는 인양을 돕기 위해 팽목항에서 일주일 동안 인근 2km 구간의 해저 지형 조사 및 퇴적물 채취를 진행했다.
이어도호의 퇴역 이후 그간 이어도호가 수행해온 연구·관측 임무는 첨단장비를 갖춘 ‘이어도2’호가 대체할 예정이다. 현재 이어도2호는 내년 상반기 취항을 목표로 건조 중이다. 이어도2호는 732t, 최대 속도 13.5노트(시속 약 25km)로 전방위 추진기를 추진 방식으로 활용해 기존 이어도호보다 연구 성능과 영역을 대폭 향상했다. 프로펠러 자체가 360도 회전이 가능해 제자리 선회도 할 수 있다.
이어도호가 20종의 장비를 갖췄던 데 비해 이어도2호는 총 34종의 첨단장비를 탑재했다. 1000t 이하 연구선 중 국내 최초로 적용한 동적 위치 제어 시스템(DP)을 통해 다양한 해상 조건에서도 연구선의 위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어 정밀한 해양 관측이 가능하다.
이희승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원장은 “더욱 첨단화된 장비와 시스템을 갖춘 이어도2호를 내년에 선보여 우리나라 해양과학기술 발전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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