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약관 영어로만 안내, 사고 시 연락 번호도 '먹통'
교통사망사고 '라임' 공유 전동 킥보드 |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부산서 심야에 공유 전동 킥보드를 타던 남성이 차량과 충돌해 숨진 사고를 계기로 공유 킥보드 업체 라임의 부실한 안전관리 문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공유 전동 킥보드는 도로교통법상 오토바이와 같은 '원동기 장치 자전거'로 분류돼 원동기 장치 면허가 있어야 운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미국 업체인 라임 킥보드는 휴대전화에 앱을 내려받고 가입만 하면 운전면허 없이도 이용할 수 있다.
라임 측이 "면허가 있어야 한다"고 안내만 할 뿐 이를 확인하는 절차는 아예 만들어 놓지 않아서다.
관련법에서 사업자에게 면허 확인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 않다는 허점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법조계 한 관계자는 말했다.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은 "국내 킥보드회사들이 운전면허 인증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라면서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안내문만 달랑 붙여놨다"고 밝혔다.
헬멧 없이 킥보드 타는 시민들 |
이용자가 헬멧 등 보호장구 착용도 해야 하지만 라임에서 헬멧 등은 따로 대여하지 않는다.
음주운전 여부나 타인에게 무단 대여하는 것을 확인할 방법도 없다.
안전 규정 등을 안내하는 절차도 모두 영어로 되어 있었고, 이용자에게 '동의하느냐'고 묻는 말만 한글로 표기돼 있어 부실 고지 논란도 인다.
라임 홈페이지와 앱에는 사고 발생 시 비상 연락처가 표시돼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전화 상담이 중지됐다는 안내만 이날 흘러나왔다.
전동 킥보드와 관련된 사고가 날 경우 보상도 골치가 아프다.
자동차나 오토바이 등과 달리 의무 보험 가입 대상이 아니어서 사고가 나면 무보험 오토바이와 사고가 났을 때처럼 처리된다.
하 의원은 "맨몸으로 타야 하는 전동 킥보드 사고는 자동차나 오토바이 사고보다 더 크게 다치게 되지만, 보험 가입도 없이 대여사업이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렌터카처럼 대여사업자가 보험가입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영어로만 쓰인 이용 안내 |
전동킥보드와 관련된 법제는 공유경제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와 '안전사고 예방'이라는 목소리가 혼재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현재 국회에 계류된 법안에는 전동 킥보드 이용 시 운전면허를 면제하는 조항이나 제한속도를 없애자는 법안도 나와 있다.
12일 0시 15분께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옛 스펀지 앞 편도 4차로 횡단보도를 건너던 A(30대) 씨 전동 킥보드와 B(20대) 씨가 운전하던 차량이 충돌해 A씨가 숨졌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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