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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중국집 전화 주문했더니…"배민앱으로 시켜주세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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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진욱 기자] [영세규모 음식점, 전화주문 부담 토로…헤어나올 수 없는 배달앱 독과점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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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6일 서울 마포구 배민라이더스 중부지사에 배달 오토바이가 줄지어 서있다. ‘배달의 민족’ 운영사인 우아한 형제들은 이달 1일부터 광고수수료를 기존 월 8만8000원 정액에서 건당 부과방식인 정률제(매출의 5.8%(기존 6.8%))로 변경했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모두가 어려운 시기, 특히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극심한 이때 배달의 민족 등 배달앱 업체들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 이용료 인상으로 과도한 이윤을 추구하며, 자영업자들을 나락으로 내 몰고 있다”고 비판하며 소상공인 보호를 위헤 공공앱 개발 긴급회의를 가진 뒤 구체적 실행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아한 형제들은 이에 수수료 5.8%가 전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수료이며, 많은 울트라콜을 독식해온 소수업체를 배제함으로써 나머지 업체들이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2020.4.6/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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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여기 OO아파트 OO동 OO호인데요. 볶음밥 하나랑..."

"아 손님 죄송한데...배민으로 다시 주문해주시면 안될까요?"

“배달의민족 주문~!, 배달의민족 주문~!”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한 돈가스 가게. 끊임없이 배달 주문 알림 멘트가 울렸다. 사장님이 주방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돈가스를 튀기는 와중에도 주문 콜은 끊이지 않았다. 조리하느라 차마 뽑지 못한 주문지들이 길게 혀를 내민 듯 바닥까지 늘어져 있다. 주문지 윗쪽 선반엔 확인된 주문지들이 다닥다닥 열을 맞춰 붙어있다. 눈 대중으로 봐도 열 너덧개는 돼보인다.

그러던 중 전화벨이 울렸다. 업주는 벨소리에 무덤덤했다. 신경쓰지 않은 채 조리를 계속했다. 그는 “지켜보니 어때요? 어떤 상황인지 이해되죠?” 앞서 기자가 “전화 주문 많이 오나요? 전화 주문이 도움이 되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영세 규모의 음식점 입장에선 소비자들의 직접 전화 주문이 그다지 반갑지만은 않다는 의미다. 그는 “최근에 전화가 많이 와요. 어쨌든 자영업자를 도와준다는 마음이니까 고맙긴 해요”라면서도 “근데 솔직히 말하면 저희처럼 작은 매장에선 전화로 주문받는 게 비효율적입니다. 손이 모자라거든요”라고 토로했다.

일손 모자라 전화 주문 비효율적…"주소·메뉴·요구사항 대응 버거워"


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배달 앱 대신 전화로 주문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 1일 배달의민족이 수수료 체계를 정률제로 개편하면서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커지자 등장한 이른바 ‘착한 소비자 운동’. 소상공인이 배달 앱에 수수료를 내지 않도록 돕자는 취지다. 실제로 소비자들이 음식점에 전화로 주문하면 점주들은 배달앱에 수수료(5.8%)를 내지 않아도 된다. 가령, 5만원어치 음식을 주문하면 대략 3000원 정도 수수료가 절약되는 셈이다.

그러나 1인 가게나 2~3명의 직원이 고작한 소규모 음식점들은 전화 주문이 달갑지 않다. 한가한 시간대라면 모를까 주문이 밀려드는 시간대에 전화 주문을 받으면 비효율적이란 이유에서다. 왜일까. 일단 배달할 주소와 메뉴를 받아 적기도 버겁다. 또 고객이 원하는 세부 요구사항을 일일이 파악하다 보면 주문이 계속 밀린다. 서울 관악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A씨는 “맵게 해달라, 설탕을 조금만 넣어달라 등 다양한 요구사항이 많다”며 “이런 요구에 대응하기 물리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또 요즘 음식점들은 중국 동포를 채용하는 빈도가 높다. 때문에 전화로 주문할 경우 소통이 원활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같은 애로사항은 배달 앱을 이용하면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다. 배민 앱을 통해서 주문하면 각 매장으로 주문 내역과 배송 주소가 뜬다. 세부 주문 내역도 함께 전달된다. 배달대행업체도 자동으로 연결해준다. 다만, 자금 여력이 있어 여러 직원을 채용할 수 있는 매장은 그나마 전화 주문을 대응할 수 있다. 번갈아가며 전화 주문 대응을 하면 돼서다. 하지만 이들 또한 배달 앱 시스템에 익숙해져 굳이 전화 주문을 권하진 않는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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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마포구 배민라이더스 중부지사에 배달 오토바이가 줄지어 서있다. '배달의 민족' 운영사인 우아한 형제들은 이달 1일부터 광고수수료를 기존 월 8만8000원 정액에서 건당 부과방식인 정률제(매출의 5.8%)로 변경하면서 독점 횡포 논란에 휩싸이자 "일부 업소가 시장을 독식하는 '깃발꽂기' 폐해를 줄이기 위해 새 요금체계를 도입했으나 자영업자의 힘든 상황을 두루 살피지 못했다"며 사과문을 발표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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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익숙한 배달 앱 시스템 찾을 것"…독과점 노예로 전락한 음식배달 시장


소비자들도 전화 주문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 할인쿠폰 등 각종 혜택을 포기하고 전화 주문을 해봤자 득 볼게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화로 주문해도 배달료가 싸지는 것도 아니고, 음식의 퀄리티도 같다는 경험담이 적지 않다. 때문에 일부 소비자들은 배달 앱을 통하지 않고 전화로 주문하면 전체 주문금액도 낮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30대 직장인 C씨는 “전화로 주문하면 오히려 불편하고 손해”라면서 “이런 식이면 배달 앱을 다시 쓰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음식점이나 소비자 모두 결국 배달 앱을 찾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양측 모두 편의성과 효율성을 위해 익숙한 시스템으로 회귀할 것이란 시각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화 주문은 선한 사고에서 시작된 소비 운동이지만 머지않아 끝날 것”이라며 “자영업자나 소비자 모두 불만인 상황인데 어찌보면 헤어나오고 싶어도 헤어나올 수 없는 배달의민족 독과점을 보는 것 같아 착잡하다”고 말했다.

이진욱 기자 showg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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