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 직후 계약 바꿔…잔액에서 평균 연 0.5%로 책정
총수익스와프 계약 맺은 판매사들도 수수료 거머쥐어
피해자들 “분통”…사기·착오 등 법적 판단돼야 반환
금융정의연대 회원들과 라임 사태 피해자들이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 앞에서 펀드 판매사인 신한금융투자에 대한 철저한 검찰 조사와 피해액 배상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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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자산운용(라임)이 지난해 10월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 이후 현재까지 펀드 운용 대가인 ‘운용 보수(집합투자업자보수)’를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향후 펀드 가입 계약에 법적인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보수 수수 근거가 사라져 라임이 피해자들에게 이를 반환해야 할 수도 있다.
9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라임 사모펀드 신탁계약서와 금융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라임은 지난해 10월 환매중단 사태 이후 현재까지 평균 연 0.5%의 집합투자업자보수를 받고 있다. 집합투자업자보수는 펀드 잔액에서 운용사가 운용 대가로 가져가는 운용 보수의 일종이다.
라임은 환매중단 사태 직후인 지난해 10월18일 집합투자업자보수율을 소폭 인하했다. 한 라임 사모펀드에 대한 신탁계약을 변경하면서 펀드에서 성과가 나면 운용사가 얻는 ‘성과 보수’를 삭제하고, 집합투자업자보수율을 기존 연 1%에서 0.5%로 인하했다.
라임은 지난달 6일 한 차례 더 일부 펀드에 대한 신탁계약을 변경했지만 집합투자업자보수율은 유지했다. 한 라임 펀드 신탁계약 변경서에는 판매사가 펀드 판매 대가로 받는 ‘판매보수율’을 연 0%로 내린다는 내용만 나와 있다. 판매사가 라임 펀드 판매 보수를 받지 않겠다는 뜻이다. 집합투자업자보수 변경 언급은 없었다. 한 판매사 관계자는 “라임 펀드에 문제가 있었다는 게 금융감독원 조사 등으로 드러났기 때문에 판매 보수를 받지 않게 됐다”고 했다.
라임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은 판매사들도 TRS 수수료는 받고 있다. TRS 계약으로 라임 측에 펀드 투자금을 빌려줬으니 펀드 잔액에서 이자(수수료)를 받아가는 것이다.
미래한국당 김종석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환매중단 사태 이후 지난해 10~12월 3개월간 KB증권은 TRS 수수료를 15억800만원, 신한금융투자는 25억3300만원(추정치), 한국투자증권은 12억4300만원을 챙겨갔다.
라임 관계자는 이날 경향신문에 “라임이 운용하는 250개 펀드마다 운용 보수가 다르다”며 “0.5%로 운용 보수를 받는 건 그중 한 개 펀드”라고 했다.
피해자들은 돌려받지 못하는 펀드 잔금마저 운용사와 투자사가 빼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피해자 ㄱ씨는 “3억원 들어 있던 펀드 잔고가 현재 300만원밖에 남지 않은 빈 깡통이 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운용사와 판매사가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은 하지 않고 오히려 잔금에서 돈을 빼가고 있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고 했다.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한누리의 구현주 변호사는 “사모펀드 계약에 따라 수수료·보수를 운용사·판매사에 지급하는 게 자본시장법 위반은 아니다”라면서도 “가입 계약 자체가 사기·착오로 체결된 것으로 보여 취소될 가능성이 있고, 그렇다면 수수료·보수는 지급 근거가 없어져 운용사·판매사가 이를 투자자들에게 반환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고 말했다.
라임 펀드 운용사의 부정 운용, 판매사의 사기 판매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은 이날 라임과 연관된 에이치엔티 서울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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