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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건물 팔고…주식도 팔고…'현금' 끌어모으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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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양성희 기자, 박광범 기자] [(종합)]

대기업들이 ‘현금 쌓기’에 주력하고 있다. 주식, 부동산 등 돈이 될만한 것들은 최대한 팔아 앞으로 다가올 위기에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신용경색으로 자금줄이 막힌 기업들이 궁여지책으로 자산 매각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COVID-19)발(發) 위기를 그만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LG전자도 팔았다, 땅·건물·주식 팔기 시작한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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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7일까지 유형자산 매각을 공시한 기업은 29곳으로 이들이 매각한 자산은 총 1조5062억원 규모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8개 기업이 4816억원 규모의 자산 매각을 공시했는데, 올해는 이보다 3배 많은 자산을 유동화에 나선 것이다.

매각 사유는 본사 이전에 따른 사옥 매각이나 신규 사옥 매입으로 인한 기존 사옥 처분 등도 있지만 대부분은 재무구조 개선과 유동성 확보가 목적이다.

대표적인 곳이 이마트다. 이마트는 지난달 25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의 마곡도시개발사업 업무용지 CP4구역을 8158억원에 처분했다고 공시했다. 처분 이유는 '재무건전성 및 투자재원 확보'라고 설명했다. 당초 이마트는 마곡지구에 복합쇼핑몰 '스타필드'를 짓기 위해 2013년 서울주택도시공사(SH)로부터 해당 부지를 2340억원을 주고 매입했다.

하지만 e커머스(전자상거래)의 성장으로 최근 몇 년간 오프라인 매장이 실적 부진에 빠지면서 매장 정리도 불가피해졌다. 앞서 이마트는 지난해에도 이마트 13개점을 9525억원에 매각했다.

아모레퍼시픽도 재무건전성 강화를 이유로 1600억원 규모의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성암빌딩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이 건물은 아모스프로페셔널, 에스트라 등 주요 계열사가 입주해 있던 건물로, 용산 신사옥 완공 이후 계열사들이 용산으로 옮겨오면서 매물로 나왔다.

LG하우시스는 630억원 규모의 울산 신정사택을 처분했고 이화산업은 종속회사 영화기업이 770억원 규모의 영등포구 당산동 부동산을 매각했다. 경방, 윈하이텍, 쎄니트, 신신제약 등도 자산 매각 행렬에 동참했다.

부동산뿐 아니라 타법인에 출자했던 주식을 처분하는 기업도 늘었다. 올들어 재무구조 개선이나 유동성 확보 등을 목적으로 한 타법인 주식 처분 공시는 39건, 총 매각 규모는 2조70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32건 1조429억원보다 2배 늘어난 규모다.

LG전자는 지난 2월 중국 법인 LG홀딩스(HK) 지분 6688억원 어치를 매각했다. '선제적 유동성 및 미래 투자재원 확보' 차원이었다. LG상사 역시 LG홀딩스(HK) 지분 3412억원 어치를 매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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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제과식품은 주력 사업인 아이스크림 부문을 1400억원에 빙그레에 넘겼고 CJ ENM은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 지분 1661억원 어치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처분했다. 아이에스동서, 서연이화, 코오롱, 루미마이크로 등도 갖고 있던 주식을 대량 매각했다.

기업들은 위기감이 커질 수록 현금 확보 성향이 강해진다. 지난해에도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침체 등으로 국내 기업들의 이익이 감소하면서 현금 확보에 나선 기업들이 많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들의 현금성 자산(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자산)은 476조436억원으로 전년 대비 6.2% 증가했다. 지난해 역시 주식이나 부동산 매각 등이 주요 현금 확보 수단이었다.

올해 현금 확보가 더 늘어난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심각성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신용경색으로 기업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기업들의 현금 확보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자금을 조달할 때 채권을 발행하거나 유상증자, CB(전환사채), BW(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의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코로나19로 기업들의 실적과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미친 가운데, 주가 폭락으로 인한 증권사들의 회사채 매각 러시까지 더해지며 시장을 통한 기업들의 자금조달 창구는 더 막힌 상황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채권안정펀드를 조성하고 RP(환매조건부 채권) 매입에 나서는 등의 대책을 발표하면서 신용경색으로 인한 기업들의 줄도산 우려는 그나마 줄었다"며 "하지만 코로나 위기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현금을 확보하려는 기업들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현금 쌓기 총력전…은행 예금잔액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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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마저 대출은 대출대로 받으면서도 예금잔액을 늘려 '현금 쌓기'에 주력하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은행의 지난달 말 대기업 정기예금 잔액은 165조291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보다 2조6967억원,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13조8295억원 늘었다.

언제든 돈을 찾을 수 있는 요구불예금 잔액도 늘었다. A은행의 지난달 대기업 요구불예금 잔액은 2조2878억원으로 전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734억원, 6915억원 증가했다. 1년간 꾸준히 1조원대 초중반 수준이었지만 2조원대에 진입했다.

코로나19로 기업마다 '현금 확보'에 비상이 걸렸는데 대기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은행에 묶어둔 돈이 많아진 것이다. 투자가 어려워 '갈 곳 잃은 돈'이 몰린 영향도 있다.

시중은행 기업 담당 임원은 "모든 기업이 당장 어렵진 않더라도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현금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다른 은행 임원도 "장기적인 리스크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같은 기간 대기업이 시중은행에서 빌려 간 돈도 늘었다. 회사채 발행 등 여건이 어려워 시중은행의 문을 연달아 두드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 4대 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70조8029억원이었다. 전월보다 7조3143억원, 전년 같은 기간보다는 6조4719억원 늘었다.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인 한도대출에서 실제로 돈을 끌어다 쓴 결과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기업이 마이너스 통장에 손을 댔다는 건 경제상황이 꽤 심각한 수준이란 얘기"라며 "대출 증가율이 중소기업, 소상공인보다 가파른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과 재계에선 코로나19 충격파가 높은 강도로,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로 전망했다. 현실이 될 경우 1998년 IMF 외환위기 후 처음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업종별로 차이가 있지만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분위기"라며 "투자는 올스톱된 데다 앞으로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유동성 확보에 힘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개인과 소상공인, 중소기업, 대기업 가릴 것 없이 모두가 현금이 필요한 시기로 접어들었다"며 "현금화 움직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양성희 기자 yang@,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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