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중고등학교가 고3, 중3부터 온라인 개학을 시작한 9일 서울 마포구 서울여고 교실에서 선생님이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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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초부터 온라인 개학을 준비했으면 혼란이 적었을 텐데 아쉽습니다.”
경기도의 A일반고 교장은 9일 고3 학생을 대상으로 ‘온라인 개학’을 하고 난 뒤 3월 한 달을 하릴없이 보낸 게 후회됐다. 3월 초부터 온라인 개학을 준비했으면 좀 더 양질의 콘텐트를 제공할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 때문이다.
교장은 “교육부도 처음부터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를 예상하고 그에 맞는 대책을 준비했어야 한다”며 “9일 만에 갑자기 온라인 개학을 준비하다보니 수업 질도 떨어지고 교사, 학생, 부모 모두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지 않냐”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사상 초유 온라인 개학이 이뤄졌지만 전국 곳곳에서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펼쳐졌다. 학교에서 사용하는 학습사이트인 EBS 온라인클래스에 오전 내내 접속이 됐다가 안 됐다가를 반복했고, 강의영상이 재생이 안 되는 등 수업장애가 잇따랐다. 학생들은 “지난달 라이브 강의 때 ‘먹통’된 뒤 300만명이 들을 수 있도록 서버를 증설했다고 들었는데 이게 뭐냐”며 불만을 쏟았다.
중3, 고3 학생이 온라인 개학을 한 9일 서울 양천구 집에서 중학교 3학년 쌍둥이 자매가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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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당국은 “초기 혼란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교육계에서는 “온라인 개학을 급하게 추진한 정부 탓”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교육부는 지난 2월 24일 처음으로 개학 연기를 발표하고 한 달 뒤인 지난달 31일에서야 전면적인 온라인 개학을 결정했다.
학교·교사들은 한 달 넘게 아무런 준비를 안 하고 있다가 9일 만에 화상 강의 프로그램 사용법을 배우거나 강의를 녹화했다. 개학일 2일 전에 나온 출결 가이드라인은 교사에게 제대로 공지가 안 됐고, 저소득층 학생을 위한 태블릿PC 등 스마트 기기 제공도 개학 전날에서야 이뤄졌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지난 8일 ‘코로나19 대응 종합보고서’에서 부실 대응을 비판했다. 정부는 만일의 사태까지 대비해 신속히 방안을 마련했어야 하는데, 개학연기나 온라인 개학 모두 날짜에 임박해 이뤄지면서 학교가 대응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의미다.
단계적 온라인 개학 방안.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
교육학자 사이에선 지금이라도 단기·장기 대책을 모두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접속 장애 등 온라인 개학으로 인한 혼란을 줄이는 방안과 함께 올해 말까지 원격수업을 해야 하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50명 이하로 떨어졌다고 4월 말 5월 초 등교가 가능할 거라고 안심해선 안 된다”며 “현 상황이 올해 말까지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평가·대입 실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국교총은 “현재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EBS·민간기업에서 원격교육 플랫폼을 따로 운영하고 있어 접근과 활용에 혼란은 물론 보안문제도 제기되고 있다”며 “교사와 학생이 쉽게 활용하고 안정성이 담보된 국가 차원의 공식적인 플랫폼을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도 “온라인 화상회의 서비스인 ‘줌’은 접속이 불안정하고 보안에 취약하다”며 “이번 기회에 제2, 제3의 코로나에 대비한 표준화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개학 첫날인 9일 오전 광주 서구 상일여고 3학년 교무실에서 교사들이 학생들의 출석체크 현황을 확인하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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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취약 계층을 위한 추가 대책을 마련하자는 의견도 많았다. 장애학생·저소득층학생처럼 교육여건이 미흡한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이 장기화될 경우 학습결손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교육의 '디지털 디바이드'를 막자는 취지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교육은 연속성이 있어 학기 초에 제대로 익히지 않으면 1년 내내 수업을 따라가기 어렵다”며 “방치된 학생들을 위해 지자체가 나서서 임시 공부방 개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등교개학 후 온라인 학습을 어떻게 평가할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남윤서·전민희·남궁민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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