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휴가 반납에 수백만원 들여 장비 구입
정년 임박 교사도 예외 없이 원격수업 준비
"당국 지원 체감 못해"…"당분간 혼란 불가피"
화학 교사 최모(34)씨는 지난주 둘째 아이가 태어났지만 아이와 아내를 볼 틈이 없다. 온라인 개학을 눈앞에 두고 있어서다. 최씨는 교내 몇 안되는 30대 교사이자 유일한 온라인학급방 운영 경험자로 동료 교사들의 원격수업 연수 등 온라인 개학 전반에 대한 준비를 도맡고 있다. 이 때문에 10일이 주어지는 배우자 출산휴가도 이틀만 썼다. 최씨는 “부담이 크지만 학생을 위한 책임감 하나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고색고등학교에서 교사가 온라인 시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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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정년퇴직 교사도 원격수업 준비에 고군분투
8일 교육계에 따르면 일선 학교들은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9일 고3·중3을 시작으로 16일에는 고 1~2학년, 중 1~2학년, 초 4~6학년이, 20일에는 초 1~3학년이 온라인 개학한다.
온라인 개학 첫 타자로 나선 고3·중3 교사들은 퇴근과 주말까지 반납해가며 고군분투 중이다. 교육부가 온라인 개학 방침을 발표한 지난 31일부터 고3·중3 온라인 개학일인 9일까지는 주말을 제외할 경우 일주일 정도에 불과하다. 일선 중·고등학교들은 온라인 개학을 하루 앞두고 학생들의 온라인 학급방 가입 여부와 원격수업 콘텐츠, 실시간 쌍방향 장비 상태 등을 최종 점검하고 있다.
경남 A고는 부랴부랴 마련한 강의를 통해 지난 6일 시범 수업을 진행한 뒤 학생들로부터 직접 피드백까지 받아 막바지 보완작업에 열중했다. 이 학교 교사는 “매일 회의와 연수를 진행하고 있지만 보완할 부분이 계속해서 생겨난다”며 “온라인 개학을 해도 당분간은 매일이 비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년퇴직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원격수업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해야하는 교사들도 있다. 3년 뒤 퇴직 예정인 교사 이모(59)씨는 “온라인 학급방 개설과 관리부터 강의 촬영, 편집까지 하나하나가 새로운 도전”이라며 “원격수업에 익숙하지 못한 탓에 기존에 하던 수준의 수업을 하지 못해 아쉽지만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선 다하고 있지만…당분간 혼란 예상
아직 온라인 개학이 일주일 이상 남은 초등학교도 수업 준비에 여념이 없다. 경기 오산의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박모(35)교사는 “학교 대표교사로서 교육청의 화상 연수를 받고 동료교사에게 원격수업을 가르치고 있다”며 “개인적인 수업 콘텐츠 제작 준비와 동시에 연수도 챙겨야 하다보니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최근 이러한 교사들의 원격수업 준비를 지원하기 위해 전국 교사와 교육 공무원으로 구성한 `1만 커뮤니티`를 출범했다. 커뮤니티에서 교사 간 온라인 소통을 통해 원격수업의 문제점을 공유, 해결 방안도 함께 고민한다. 학교 인프라와 관련해서는 각 학교가 노트북이나 웹캠·마이크 등 기자재를 우선 구입하거나 임대할 수 있도록 하고 필요할 경우 교육청의 특별 재정 수요지원비 등을 활용해 원격수업 환경을 신속히 구축토록 했다.
하지만 교사들은 실제 학교 현장에선 교육당국 지원을 체감하기가 어렵다고 호소한다. 한 고3 부장교사는 “학교에서 교사 전원에게 각종 장비를 구매해주고 싶어도 마이크만 해도 가격이 며칠 새 3배가 뛰는 등 수급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사비를 털어 마이크나 웹캠을 구매하는 것은 물론 300만원 가량의 영상편집용 고성능 노트북까지 구매한 교사도 있다”고 호소했다.
일선 교사들과 교육당국의 준비에도 현 상태로는 온라인 개학 이후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한 고등학교 교사는 “촉박한 온라인 개학 결정으로 시연·연수가 부족해지면서 원격수업에 서툰 교사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라며 “당분간 일선 학교들의 혼란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학생 보유 기기의 구동 상태나 프로그램 호환 여부도 사전 파악이 안된 만큼 온라인 개학 이후 더 많은 문제가 터져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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