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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인공위성과 우주탐사

[신문과 놀자!/어린이과학동아 별별과학백과]우주비행사가 바닷속에서 10일간 훈련받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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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에서 발생하는 힘 ‘부력’… 우주의 무중력 환경과 비슷

지상에선 6도 기울어진 침대서 70일간 누워 의식주 해결해야

동아일보

지난해 6월 대서양에서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주관하는 ‘NASA 극한 환경 임무 수행(NEEMO)’ 프로젝트 참가자들이 우주 탐사에 대비해 바닷속 해양생물 표본을 수집하는 모의 훈련에 임하고 있다. 물속에서는 물체를 위로 밀어 올리는 힘인 부력이 작용해 우주의 무중력 환경과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미국 사우스플로리다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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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13일 우주비행사들이 하늘이 아닌 바닷속으로 뛰어들었어요. 대서양 수심 19m 깊이에 있는 ‘물병자리 기지’에서 10일 동안 지내며 임무를 수행하고, 신체 변화를 측정했죠. 2001년부터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주관하는 ‘NASA 극한 환경 임무 수행(NEEMO)’이에요. 올해로 23번째를 맞이했으며 달과 화성 등 미래의 우주 탐사에 대비한 모의 훈련이랍니다.

○ 바다에서 우주 탐사 연습하기

훈련 장소로 바닷속이 선택된 이유는 우주와 비슷한 환경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에요. 물속에서는 물체를 위로 밀어 올리는 힘인 부력이 작용해요. 이때 위로 작용하는 힘인 부력과 아래로 작용하는 힘인 중력이 같아지면 더 이상 물체는 뜨지도 가라앉지도 않아요. 즉 무중력 환경과 비슷해지는 거예요.

NEEMO 프로젝트에서는 기지 밖으로 나가 천체를 걸어 다니며 임무를 수행하는 ‘선외활동(EVA)’을 중점적으로 연습해요. 매일 3∼5시간씩 표본을 채취하고, 각종 장비를 시험하죠. 올해는 처음으로 이동식 주사현미경으로 표본을 관찰하는 데 성공했어요. 증강현실 기기를 이용해 원거리에서도 명령을 주고받고, 쓰러진 우주비행사를 기지까지 운반하는 등의 훈련도 했답니다.

○ 지상에서 우주 탐사 따라 하기

지난해 3월 NASA와 유럽우주국(ESA)이 함께 두 달여 동안의 실험에 참가할 사람을 모집했어요. 실험에 참가하는 보상은 무려 약 2200만 원(1만8000달러). 그런데 해야 할 일은 그저 ‘누워 있는 것’뿐이에요. ‘꿀’ 아르바이트 아니냐고요? 절대 그렇지 않아요.

선발된 24명의 참가자는 70일 동안 각도가 6도 기울어진 침대에 누워서만 생활해요. 식사, 배변, 샤워 등 뭘 하든 어깨 한쪽은 침대 매트리스에 붙이고 있어야 하죠. 2014년 실험에 참여한 앤드루 이바니키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 실험을 ‘두통’ ‘지루함’ ‘NASA에 영원한 저주를’이라고 요약했죠.

이 실험의 목적은 무중력 공간에서 인체가 어떻게 변하는지 알아보는 거예요. 우리 몸은 중력 환경에 맞게 적응했어요. 머리에서 다리로 혈액이 흐를 땐 중력의 도움을 받고, 중력에 저항하며 근육과 뼈를 단단하게 유지한답니다. 그래서 중력이 약해지면 혈액이 머리로 쏠리고, 근육은 얇아지고 뼈의 강도도 약해져요.

NASA는 2013년부터 하와이 마우나로아 화산 중턱의 ‘모의 화성기지’에서 고립 실험을 진행해 왔어요. 실험을 통해 우주비행사들이 우주에 장기 체류하는 동안 행복하고 건강하려면 어떤 조건들이 갖춰져야 하는지 알아내고 있답니다. 2016년부터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도 쓰쿠바 우주센터에 ‘폐쇄환경적응훈련시설’을 짓고 참가자 8명을 2주 동안 고립시키며 표정, 움직임 등을 관찰하고 있어요.

○ 우주여행 티켓만 사면 고!

일반인도 티켓을 사면 우주에 갈 수 있는 시대가 곧 열릴 거란 기대도 있어요. 우주여행의 첫 번째 목적지는 지구 대기권과 우주의 경계로 여겨지는 고도 100km가 될 거예요. 이를 ‘준궤도 비행’이라고 하죠. 영국 우주개발기업 버진 갤럭틱은 승무원 2명, 승객 6명이 한 우주선을 타고 10분 내외로 준궤도 비행을 하는 상품에 1인당 약 3억 원의 가격을 책정했답니다.

아직 우주여행을 위한 훈련이나 체격 조건이 나오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10분 내외인 준궤도 여행은 특별한 질병이 없는 한 누구나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요. 짧은 시간이라 무중력으로 인한 신체 변화나 우주 방사선의 영향도 거의 없을 거예요. 다만 이들은 모두 악명 높은 우주 멀미를 이겨내야 해요. 2008년 우주를 다녀온 이소연 박사는 당시 우주 멀미로 며칠간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고통받았다고 해요.

○ 이소연 박사와의 인터뷰

―우주 탐사 당시 가장 힘들었던 훈련은….

“우크라이나 흑해에서 했던 수중 생존 훈련이 체력적으로 힘들었어요. 마지막 날 조난 상황에서 탈출하는 훈련은 차가운 바다였지만 땀을 엄청나게 쏟을 정도로 고되고, 멀미로 구토를 계속했지요. 2시간 훈련한 후 몸무게가 5kg 줄었죠.”

―국제우주정거장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은….


“창문을 통해 한반도를 내려다본 순간이 아직도 생생해요. 제주도와 포항 호미곶이 눈에 띄었지요. 이 모습은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았어요. 대기가 없어 지구에서보다 훨씬 선명한 별빛을 보는 것도 아름다웠죠. 여행으로 우주를 가게 된다면 실제 눈으로 우주를 최대한 오래 담고 느끼는 데 집중하세요. 사진만 찍다가는 후회할 수 있답니다!”

―놀이기구도 못 탈 만큼 겁이 많아도 우주에 갈 수 있을까.

“놀이기구와 우주 비행은 아주 달라요. 그리고 친구들이 커서 꼭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무언가를 타야 한다면 지금보다 더 용감하게 탈 수 있을 거예요. 여전히 무서울 테지만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집중하고 견뎌내는 힘이 생기죠.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재미있는 일보다 무섭고 힘들고 어려운 일을 훨씬 많이 헤쳐 나가야 하거든요.”

―우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는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이 우주에 갈 거예요. 그래서 꼭 특정 직업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친구들이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다 보면 우주에서 활약할 날이 올 거예요. 무엇보다 우주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관리라는 점을 기억하세요.”

박영경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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