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시기 수수료 개편 죄송"…몰매 맞고 고개 숙인 배민

4월 '매출 5.8% 수수료' 도입에 뿔난 상인들 총선 앞둔 여권, 소상공인에 적극 힘 보태 결국 배민 "고개 숙여 사과…개선책 마련"

'수수료 꼼수 인상' 논란으로 뭇매를 맞은 국내 1위 음식 배달앱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결국 고개를 숙였다. 개편된 수수료 체계를 적용하면 입점 업체의 절반 이상이 비용부담을 줄이게 된다던 당초 입장에서 급선회한 모양새다.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6일 입장문을 내고 "코로나19로 외식업주들이 어려워진 상황을 헤아리지 못하고 새 요금체계를 도입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고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즉각 오픈서비스 개선책 마련에 나서겠다"며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분들에 대한 보호 대책을 포함해 여러 측면으로 보완할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19로 경영난을 겪는 소상공인 대상 지원책을 확대하겠다"며 "4월 오픈서비스 비용은 상한을 두지 않고 내신 금액의 절반을 돌려 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배민 측의 입장 변화를 두고, 공정거래위원회 기업 결합심사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요기요·배달통을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 합병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배민은 지난 1일 요금체계를 기존 '수수료 0원+선택광고비' 정액제에서 '배달 매출 (건당) 수수료' 중심인 오픈서비스로 요금 체계를 개편했다. 주문이 성사되는 건에 대해 수수료 5.8%를 받는 정률제 요금체계다. 코로나19로 외식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데다가 총선까지 앞두면서 배민의 수수료 개편은 정치적·사회적·경제적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당장 소상공인연합회는 매출이 높은 가게일수록 수수료 부담이 늘어났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기존 울트라콜을 3~4건 사용하면 한달에 26~35만원을 냈지만, 오픈서비스 시행 이후 월 매출 1000만원인 업소는 한달에 58만원을 줘야한다는 것이다. 정률제는 장사가 잘 될수록 수익의 상당부분을 배달의민족이 수수료로 떼어가는 구조다. 소상공인연합회는 공정위에 "배민의 꼼수 가격 인상에 대해 상세한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여권 지도부는 연일 소상공인들의 목소리에 힘을 보태고 있다. 김진표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비상경제대책본부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대책본부회의에서 "당 차원에서 배달앱의 수수료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소상공인들 "배달의민족 새 수수료 정책, 일방적 요금인상" (서울=연합뉴스) 배달의민족이 지난 1일 주문 성사 시 5.8%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오픈서비스' 요금 체계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배달의민족이 발표한 요금체계 개편 내용. 2020.4.3 [배달의민족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2020-04-03 11:05:44/ <저작권자 ⓒ 1980-202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김 본부장은 "외식업계에서는 배달의 민족이 자기 배만 불리는 민족이 되면 안 된다는 비판이 있다"면서 "당은 배달의 민족의 잘못된 수수료 부과 체계와 독과점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음식 주문을 할 때 배달 앱으로 하지 말고 전화번호로 직접 하는 소비자 운동에 더 많은 시민이 동참하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독과점의 횡포"라 비판하며, 도 차원에서 공공 배달앱을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우리나라 배달앱 시장 점유율은 배민(55.7%) 1위, 요기요(33.5%) 2위, 배달통(10.8%) 3위다. 따라서, 우아한 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가 합병하면 국내 배달 앱 시장을 사실상 100% 장악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지사는 지난 5일 페이스북에 "공정한 시장경제질서를 어지럽히는 독점과 힘의 횡포를 억제하는 것은 공정위뿐만 아니라 지방정부를 포함한 모든 정부기관의 책무"라며 "공공앱 개발에 대비해 강임준 군산시장과 통화해 군산시가 최근 개발한 '배달의 명수' 상표 공동 사용을 동의받았고, 이 분야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은 중소유통상인보호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에 중소상인들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담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서민지 기자 vitaminji@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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