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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텔레그램 n번방 사건

‘n번방 사건’ 재배당 경위 설명한 법원…“개인이 비난 감당 온당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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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의 형사수석부장판사가 판사들에게 e메일을 보내 오덕식 부장판사가 담당하던 ‘n번방’ 관련 사건을 재배당한 경위를 설명했다. e메일엔 가수 고 구하라씨가 피해자인 성폭력 사건에서 오 부장판사가 일부 부적절한 재판을 했다는 보도가 사실과 다르고, 외부 영향으로 재판권이 침해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가 담겼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병수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는 최근 형사부 판사들에게 오 부장판사가 담당하던 n번방 관련 사건의 재배당 경위를 설명하는 내용의 e메일을 보냈다.

김 부장판사는 e메일에서 “사건을 재배당하는 경우 국민청원이라는 외부의 영향력에 의해 사법부의 독립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게 되고, 앞으로도 국민청원이 재판권 침해의 도구로 계속 남용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 것도 알고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청사의 유리문에 붙어있는 법원 상징 마크.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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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장판사는 “법원이 n번방을 키웠다는 말에 가슴이 저려온다”며 “성범죄나 디지털성범죄의 양형을 둘러싼 법원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오 부장판사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어 “공소사실에 대한 유무죄 판단이나 양형에 대한 비판은 법관 모두가 감수해야 할 책임이자 숙명”이라며 “하지만 왜곡, 과장된 보도로 인한 과도한 비난마저 온전히 법관 개인이 책임지고 감당하라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했다.

오 부장판사가 최종범씨 재판에서 피해자인 구씨 측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부적절하게 구씨 영상을 확인했다는 언론 보도 등에 대해 김 부장판사는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김 부장판사는 “확인 가능한 언론보도 내용을 토대로 오 부장판사가 동영상 내용을 확인한 경위를 추측하면 이렇다”면서 “동영상 내용의 확인이 불필요했다거나, 변호인의 반대에도 오 부장판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해 판사실에서 동영상 내용을 확인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동영상 내용이 최씨 재판의 쟁점이 돼 불가피하게 동영상을 확인해야 했고, 오 부장판사는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동영상을 비공개 법정에서 재생하는 방법으로 조사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김 부장판사는 “다만 피해자의 변호인은 비공개된 법정에서 증거조사가 이뤄지는 경우에도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 우려가 있으므로 재판장이 판사실에서 동영상 내용을 확인할 것을 제안했고, 오 부장판사는 피해자 변호인의 요청을 받아들여 동영상 내용을 먼저 확인한 후 증거조사가 필요한 경우 다시 법정에서 증거조사를 하기로 한 것으로 이해된다”고 했다.

구체적인 재배당 경위에 관해서는 김 부장판사는 오 부장판사가 자신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미성년자인 피고인에게 전가되는 게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판단 하에 재배당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김 부장판사는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재판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점은 법관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이고, 설령 그 외부의 영향이 국민청원의 방식으로 이뤄지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사건의 재배당으로 우려하는 부분들을 감수하고서라도 그와 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이해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법은 텔레그램에서 ‘태평양’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배포한 혐의로 기소된 이모군(16) 사건을 형사20단독(오 부장판사)에서 형사22단독(박현숙 판사)로 재배당했다고 밝혔다. 오 부장판사가 재배당을 요구하면서다. 이날까지 오 부장판사가 n번방 관련 사건을 심리해서는 안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40만명이 참여했다.

오 부장판사는 구씨를 불법촬영하고 폭행·협박한 혐의로 기소된 최씨의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불법촬영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 불법촬영이 사회문제로 불거지고 구씨가 목숨을 끊으면서 판결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법관 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에 따르면 사건 배당은 확정되면 원칙적으로 변경할 수 없다. 사건을 처리함에 현저히 곤란한 사유가 있어 재판장이 재배당 요구를 한 때 등에 한해 예외적으로 변경할 수 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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