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경쟁입찰 시작해 다음달 중으로 결정될 듯
케이블TV업계 5위인 현대HCN이 매각 매물로 나오며 인수전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SK텔레콤(017670)·KT(030200)·LG유플러스(032640)통신 3사 모두 인수할 가능성은 열려있지만, 업계에선 SK텔레콤의 인수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보고 있다. 만약 SK텔레콤이 현대HCN 인수에 성공한다면 지난해 LG유플러스의 헬로비전 인수로 빼앗겼던 유료방송 시장 2위 자리를 다시 탈환하게 된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이 최근 ‘방송·통신 사업부문’ 물적 분할을 통해 매각을 추진하는 현대HCN을 인수할 기업이 늦어도 5월 중으로는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이달 중으로 경쟁 입찰을 시작해 오는 11월까지 현대HCN을 분할한다는 계획이다. 통방 융합을 통해 성장 동력을 강화하는 통신 3사 입장에서 현대HCN은 매력적인 매물이란 평가다.
현대백화점 본사 전경.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HCN을 매물로 내놨다. /조선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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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케이블TV업계 1위 헬로비전과, 2위 티브로드는 각각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으로 인수됐고, 업계 3위 딜라이브는 지난해 인수 협상이 이뤄졌던 KT와 지속적으로 엮여있는 상황이다.
딜라이브는 아직 KT가 인수한 것이 아니지만, 인수가가 높고 까다로운 해외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 및 맥쿼리와 협상해야 하기 때문에 매력적이지 않다는 분석이다.
케이블TV업계 4위인 CMB의 경우 8VSB(다이렉트 HD) 고객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인수 메리트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8VSB란 아날로그 케이블TV 상품에 가입한 가입자들이 별도의 디지털 전환 없이도 HD 방송을 볼 수 있게 만든 전송 방식으로 비교적 저렴하다. CMB의 점유율이 현대HCN보다 높지만, 가입자 1인당 월평균 매출(ARPU)이 떨어지는 것이다.
류성택 현대HCN 대표. /현대HCN |
반면 현대HCN은 케이블TV 사업자 중 가장 높은 수준의 현금 창출 능력을 가지고 있고, 특히 서울권 고객 비중이 높기 때문에 가입자를 IPTV 고객으로 전환하기에도 수월하다. 실제 지난해 현대HCN은 현금흐름을 나타내는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 700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 SK텔레콤의 현대HCN 인수가 가장 유력하다고 꼽는 이유는 KT와 LG유플러스 모두 자금동원 상황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매각 기간을 고려했을 때 인수를 나서기에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다.
우선 KT는 딜라이브 인수건과 합산규제로 밝이 묶여 있는 상황이다. 특히 구현모 사장이 회사의 새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지 얼마 안 됐고, 케이뱅크 대주주 전환과 주가 회복 등 당장의 산적한 문제가 많이 현대HCN 인수전에 힘을 쏟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구현모 사장은 회사가 지난해 수차례 협상했던 딜라이브 인수를 다시 당장 추진하는 것에도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왼쪽부터)SK텔레콤-KT-LG유플러스 사옥 전경. /각 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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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KT보다 현대HCN 가능성이 높은 LG유플러스도 SK텔레콤과 비교해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회사 내부에선 현대HCN의 인수 가능성 등을 놓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지만, 이미 지난해 LG헬로비전(구 CJ헬로) 인수에 총력을 기울였던 만큼 또다시 대형 인수합병(M&A)을 추진하기 무리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방송 산업은 규제 산업인 만큼 다른 산업의 대기업에서 인수전에 나설 확률도 희박하다. 결국 남은 곳은 1조원 이상의 현금을 보유한 SK텔레콤뿐이다. 특히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SK그룹 내에서 자타공인 ‘인수합병의 귀재’로 꼽힌다.
유료방송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백화점그룹이 SK텔레콤과 어느 선까지 합의를 하고 현대HCN 매각을 확신한 상태에서 회사 분할 결의를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안타증권도 최근 리포트를 통해 "티브로드와 SK브로드밴드 합병을 위해 태광이 티브로드 매각을 위한 1차 작업에 나선 것처럼, 현대백화점 그룹이 SK브로드밴드 합병법인과 현대HCN을 합병시키는 형태로 매각처리할 수 있게 됐다"며 "현재 현대HCN의 가장 유력한 매각 대상은 SK 텔레콤으로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내 유료방송 시장점유율은 작년 기준으로 KT·KT스카이라이프가 31.31%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어 LG유플러스·LG헬로비전 24.72%, SK텔레콤(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24.03% 순이다. 현대HCN의 점유율은 4.07%다.
이경탁 기자(kt87@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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