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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공고 나와도 美박사보다 양자컴 잘만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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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윤지원 SDT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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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전자공고 출신들 손재주 보셨어요? 전 세계 어떤 나라도 못 따라옵니다. 양자컴퓨터도 마찬가지예요. 이분들이 미국 박사들보다 100배는 더 잘 만듭니다."

윤지원 SDT 대표(34)는 '양자컴퓨터 수출의 꿈'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회사는 국내에 단 하나뿐인 양자컴퓨터 제조기업이다. 내년부터 20큐비트급 양자컴퓨터를 직접 만들어 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큐비트면 현재 슈퍼컴퓨터가 100만번을 순차적으로 계산해야 하는 결과를 단 한 번에 처리하는 용량이다.

윤 대표는 "흔히 양자컴퓨터라고 하면 엄청나게 거대한 시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비용도 비싸서 글로벌 빅테크나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글로벌 경쟁사 대비 절반 가격으로 서울이나 대전 등 국내 지방자치단체에 공급하고, 해외 시장을 개척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수출 물꼬를 텄다. 지난 14일 말레이시아 과학기술혁신부(MOSTI) 산하 국립 연구개발(R&D)센터인 'MIMOS'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함께 말레이시아 최초의 양자컴퓨터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SDT가 양자컴퓨터를 제작해 공급할 전망인데, 성공한다면 국내 최초 수출 사례가 된다. 국내 톱클래스 양자 연구자들도 실제 성과를 내고 시장을 개척하는 SDT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정작 윤 대표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이다. MIT에서 물리학 학사와 전자공학 석사 학위를 받고 하버드-MIT 공동연구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양자정보연구단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부모님에게 수억 원을 빌려 2017년 SDT를 창업했다.

창업에 뛰어든 이유는 '홧김에'라고 했다. 그는 "미국에 박사 학위를 받으러 갈 참이었는데, 당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는 것을 보니 유학을 가고 싶지 않았다"며 "주위 선배 연구자들이 '밖은 추워'라며 뜯어말렸지만 20대였기에 멋모르고 창업했다"고 말했다. 당시 아무도 관심이 없던 양자 분야를 택했지만 하늘은 그의 편이었다. 전 세계에 양자 붐이 일면서 운때가 기가 막히게 맞았다. SDT는 지금까지 총 47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직원도 80여 명으로 늘었다.

윤 대표는 "단시간에 회사가 커질 수 있던 것은 뜬구름이 아니라 실물을 제시해서다. 창업 초기부터 회사의 업종을 제조업이라 생각하고 양자를 하는 '쿨한 기업'이 아닌 실제 결과물을 제시하는 회사가 되려 했다"고 말했다.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에 공장이 있다. 용산전자공고 출신의 직원들이 여기서 양자컴퓨터를 조립한다. 글로벌 양자컴퓨터 기업인 애니온 테크놀로지스, 세마이콘 외 고려대, 서울대, KIST,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의 국내 연구기관 등과 기술교류 및 협력 파트너십을 맺으며 연구 역량도 급성장하고 있다.

윤 대표는 "내년부터는 제품을 들고 직접 영업에 나설 계획"이라며 "수출이 우선 목표이고, 양자컴퓨터 최강국인 미국도 영업 대상"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수출 품목은 20큐비트급 양자컴퓨터를 포함해 양자키분배기(QKD), 양자암호통신장비, 양자난수생성기(QRNG) 카메라 등이다.

양자컴퓨터에 전사적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IBM과 뉴욕거래소와 나스닥에 상장한 아이온큐, 리케티컴퓨팅 등 쟁쟁한 기업들과 경쟁한다. 윤 대표는 "절반 수준의 가격을 책정해 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을 택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미국 박사들보다 값싸게 잘 만드는 용산전자공고 출신 직원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영업 전략은 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 모델을 차용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는 세계 최대 원전 분야 원천기술 보유 업체다. 직접 원전을 짓는 대신 손재주 좋은 한국의 기업과 협력해 미국 내 원전을 짓거나 수출한다.

수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애니온테크놀로지스와 합자회사도 설립한다. 윤 대표는 "합자회사를 통해 양자컴퓨터 관련 미국의 핵심적인 지식재산권을 활용할 수 있다. 이 지식재산권을 기반으로 더 성능이 좋은 양자컴퓨터를 제조해 해외에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표는 "반도체 다음 한국의 먹거리가 양자"라며 "한국이 해야 할 일 그리고 잘할 수 있는 일이기에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SDT는 기술특례상장으로 현재 상장도 준비 중이다. 윤 대표는 "서두르지 않고 시장의 흐름에 따라 상장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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