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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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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전쟁’ 러시아·사우디 ‘불화’…원유 감산 합의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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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부터)|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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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감산 협의 결렬에 대한 책임을 두고 다시 부딪쳤다. 미국이 중재에 나섰지만 세계 2·3위 거대 산유국들이 계속 불화하면서 산유국들의 원유 감산 합의에 난항이 예상된다.

석유수출기구(OPEC)와 다른 산유국들의 연합체인 ‘OPEC+’가 오는 6일 긴급 화상회의를 8~9일로 연기할 예정이라고 한 당국자의 발언을 인용해 블룸버그통신 등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셰일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러시아와 사우디가 원유시장 안정화에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지 하루 만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같은날 원유업체 대표들과의 회의에서 “하루 약 1000만 배럴 감산에 관해 얘기해볼 수 있다”며 “OPEC+라는 주어진 제의 틀 안에서 파트너들과 합의할 준비가 됐다”고 말해 원유 감산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문제는 푸틴 대통령이 “지난달 감산 합의 결렬은 러시아 탓이 아니다. 사우디가 산유량을 늘리고 유가를 할인한 것은 셰일오일을 생산하는 경쟁자들(미국)을 견제하려는 시도와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책임공방으로 이어진 것이다. 사우디 외무부는 4일 SPA통신을 통해 ‘러시아가 진실을 왜곡했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3월 감산 합의를 거부한 것은 러시아였다”며 비판했다. 또 사우디는 “셰일오일 산업을 적대시하는 건 러시아”라고 했다.

코로나19로 원유 수요가 급격히 줄고 지난달 6일 OPEC+ 회의에서 감산 합의가 깨지면서 국제유가는 급락을 거듭하고 있다. 러시아의 감산 전망이 나오고 6일 OPEC+의 긴급 회의의 전망에 국제유가는 반등했다. 지난 3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3.02달러(11.93%) 오른 28.3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회의 직전 일정이 변경되면서 감산 협상이 순탄치 않으리라는 해석이 나왔다.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의 중동북아프리카 지역 대표인 아이햄 카멜은 “사우디와 러시아 모두 국제사회의 비난을 막기 위한 방어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카멜은 “회의 연기 자체가 부정적인 신호”라고 했다.

러시아와 사우디가 이번 감산에는 미국도 동참하기를 요구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관측했다. 석유시장 분석가인 암리타 센은 블룸버그통신에 “미국이 감산 합의에 참여하지 않는 한, OPEC+의 감산 합의 자체는 늘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OPEC+ 회원국들은 세계 하루 원유 수요량의 10%에 해당하는 하루 1000만 배럴 내외의 원유 감산을 논의하고 있지만 미국은 동참의 뜻을 밝히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을 포함한 주요 산유국이 감축 합의에 참여하는 경우에만 감산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러시아·사우디가 계속 비협조적일 경우 ‘관세’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미국 에너지 업계 임원진과의 회동 이후 “현재로선 관세를 부과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쓸 수 있는 수단”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미국과 캐나다가 사우디와 러시아의 석유 수입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4일 전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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