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유정수 디자인기자 |
오는 9일 개최 예정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시장은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제한 RP(환매조건부채권) 매입 등 앞서 내놓은 대책 효과를 점검하면서, 다음 행보를 고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5일 머니투데이가 채권시장 및 거시경제 전문가 12명을 대상으로 4월 금통위 전망을 물은 결과 11명이 기준금리 연 0.75% 동결을 전망했다. 금통위는 지난달 16일 임시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낮추면서, 전례 없던 0%대 기준금리 시대가 시작됐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에 긴급 금리인하가 있었고, 무제한 RP 매입도 시작됐기 때문에 한은 입장에서 정책효과를 확인할 것으로 본다"며 금리동결을 예상했다.
김상훈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임시 금통위 이후 정책효과를 지켜보자는 입장이 우세할 것으로 예상되고, 실제로 국고채 금리 급등세도 진정됐기 때문에 금리는 동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안정되는가 싶더니 다시 변동성이 커졌다"며 "현재 기업어음(CP)이나 회사채 조달이 어려운 건 금리보다는 유동성 문제기 때문에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되 금리는 동결할 것"이라고 했다.
선제적 대응 차원의 금리인하를 전망한 곳도 있었다. 백윤민 교보증권 수석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둔화 우려가 계속될 수밖에 없고, 정부가 2차 추경을 준비하는 상황이라 정책공조에 대한 요구도 있을 수 있다"며 "미국이 제로금리로 회귀하면서 통화정책 여력 측면에서 부담도 완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출 것"라고 분석했다.
한은은 오는 23일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통계를 발표한다. 전기대비 마이너스 성장은 기정사실로 굳혀진 상태고, 코로나19발 경기침체로 연간 성장률도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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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양적완화' 다음 스텝은…증권사 직접 대출 검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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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관심은 이른바 '한국판 양적완화(K-QE)' 다음 스텝을 주목하고 있다. 한은은 RP 무제한 매입 방식을 통한 대규모 유동성 공급 정책을 시행중이다. 거래대상 기관들이 한은이 인정하는 담보를 가져오면, 그만큼 원화를 공급해 준다. 지난 2일 1차 매입 결과 5조2500억원이 시중이 풀렸다.
하지만 금융시장 불안요인이 되고 있는 CP(기업어음), 회사채 시장을 직접 겨냥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추가 대책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일단 채권시장안정펀드이 가동되면서 시장이 안정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CP 매입대상이 전부가 아닌 (A1 등급 이상) 일부이기 때문에 추가 대책이 나온다면 이 부담을 완화해주는 방향으로 나올 수 있을 것"이고 말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연말까지 CP, 회사채 만기도래 규모는 각각 15조4000억원, 20조6000억원이다. 이중 CP 11조4000억원, 회사채 8조9000억원 만기가 2분기에 몰려있다.
한은도 대책을 검토중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2일 간부회의에서 "회사채 시장 등 국내 금융시장에서 신용경색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상황이 악화될 경우 한은법 제80조에 의거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해 대출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이 증권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의 CP와 회사채를 담보로 직접 대출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법 80조는 정부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하에 금통위원 4명의 결정으로 발동 여부가 결정된다. 9일 금통위에서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직접 대출 시행 여부가 결정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4월 금통위에서 중앙은행의 '최종대부자'로서 역할과 범위에 대한 논의가 진지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와 같은 담보 대출 방식의 '유사 양적완화'가 아닌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식의 직접적인 자산매입을 통한 양적완화 시행 여부를 놓고 고민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은 국고채 단순매입이나, 투자등급 회사 CP, 회사채 매입 등을 정부나 정부기관에서 보증한 후에 매입하는 것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정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무제한 RP매입의 경우 3개월 시한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금융기관들이 (풀린 유동성을 재원으로) 회사채 등을 적극적으로 매입하기보다는 당장 필요한 소량의 자금만 차입할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정책대응은 금리 하향 안정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이고, 결국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고은 기자 doremi0@, 안재용 기자 po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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