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사진제공=외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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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사상 최대 폭등세로 한주를 마감했다. OPEC(석유수출국기구)과 러시아 등 10개 비(非)OPEC 산유국들의 모임인 OPEC+가 감산 협상을 재개키로 한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하루 1000만 배럴의 감산을 공개적으로 제시하면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은 규모다.
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전 거래일 대비 3.02달러(11.9%) 폭등한 배럴당 28.3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로써 WTI는 이번주 5거래일 동안 31.7%나 급등하며 주간 기준 사상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제유가의 기준물인 6월물 북해산 브렌트유는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이날 저녁 7시56분 현재 4.3달러(14.4%) 뛴 배럴당 34.2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자국 주요 석유기업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우리는 OPEC+의 틀 내에서 파트너들과 합의를 이루고 미국과도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며 "산유량을 줄이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잠정적인 평가에 따르면 하루 약 1000만 배럴 안팎의 감산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러시아는 배럴당 42달러 정도의 유가가 적당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1000만 배럴은 전세계 하루 원유 소비량(1억 배럴)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날 간담회는 오는 6일로 예정된 OPEC+의 장관급 화상회의를 앞두고 열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입에 힘입어 성사된 이 회의에는 OPEC+외에도 미국, 캐나다, 브라질 등 기타 산유국도 초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를 통해 "푸틴 대통령과 대화한 나의 친구 'MBS'(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방금 이야기했다"며 "난 그들이 (원유를) 대략 1000만 배럴 감산할 것으로 예상하고 희망한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서 올린 트윗에서 "감산량이 1500만 배럴에 이를 수도 있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와 러시아 사이에 적극 개입한 것은 최근 국제유가 폭락으로 미국내 셰일석유 업체들이 줄도산 위기를 맞은 데 따른 것이다.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전세계 원유 수요가 급감한 가운데 OPEC+의 감산 합의 결렬로 산유국들이 증산 경쟁에 돌입한 것이 유가 급락으로 이어졌다.
OPEC의 좌장격인 사우디와 비회원 산유국을 대표하는 러시아는 지난달 감산 합의 연장을 위한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합의에 실패했다. 높은 유가가 채산성 낮은 미국 셰일오일 업체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며 불만을 제기해온 러시아가 추가 감산에 반대하면서다.
이에 따라 OPEC+의 감산 합의는 3월말 종료됐고, 사우디와 러시아는 1일부터 감산 쿼터에 제약을 받지 않는 전면적인 증산 경쟁에 돌입할 수 있게 됐다.
사우디는 1일부터 산유량을 사상 최대 규모인 하루 1200만 배럴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반면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석유회사들은 당장 증산에 들어갈 계획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 가격도 올랐다. 이날 오후 3시8분 현재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금은 전장보다 10.30달러(0.63%) 상승한 1648.00달러를 기록했다.
미 달러화도 강세였다. 같은 시간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인덱스(DXY)는 전 거래일보다 0.39% 오른 100.57을 기록했다. 달러인덱스는 유로, 엔 등 주요 6개 통화를 기준으로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것이다.
뉴욕=이상배 특파원 ppark14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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