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영상 유포’ 종근당 장남 영장 기각 논란 확산 / “피해자와 합의… 영장발부 어려워” / 국민 ‘법감정’ 외면 목소리 봇물 / 사법부 성인지감수성 논란 거셀 듯
성관계 영상 유포 혐의를 받고 있는 제약업체 종근당 이장한(68) 회장의 장남 이모(33)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기각되면서 정치권과 시민사회계 등에서 사법부에 대한 비난이 터져 나오고 있다. 텔레그램 성착취방 ‘박사방’ 등 n번방 사건으로 디지털 성범죄 엄벌 여론이 어느 때보다 들끓고 있는데, 법원만이 국민 ‘법 감정’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3일 ‘법원은 더 이상 디지털 성범죄에 관대해서는 안 된다’는 논평을 내고 법원이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종화 민주당 청년대변인은 논평에서 “피해자와 합의했다며 영장을 기각한 법원은 유전무죄 비판을 피할 수 없다”며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폭발하고 있는데 법원만은 여전히 국민의 상식과 동떨어져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표창원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법원이 돈 많은 성착취 영상 유포자에게 배려와 은전을 베풀어 주고 있다”며 “참으로 대단하고 대담하다”고 비판했다. 표 의원의 글은 280여차례 공유됐고, 2500여명 공감했다.
정의당 선거대책위원회 정호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법원 판결대로라면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하고 유포하다 걸려도 피해자와 합의를 하면 법적 처벌 사유가 되지 않는 것”이라며 “법원이 성범죄의 죗값을 깃털만큼 여기고 있으며, 성범죄에 대한 엄정한 판결이 아니라 방조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와 법조인들도 사법부가 변화된 국민 법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법원이 성착취를 별것 아닌 일로 치부해온 관행은 국민의 정서와 맞지 않고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이는) 젠더의식과 시대 변화에 발맞추지 못해 온 재판부의 누적된 문제점”이라며 “성인지 감수성 논란을 빚은 판사를 n번방 사건에서 제외시켜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경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법무법인 온세상의 김재련 변호사도 “불법으로 촬영된 영상물을 완전히 삭제할 수 없고 언제든 다시 유포될 수 있다는 점에서 피해자는 공포감을 느끼며 살아가게 된다”며 “법원은 개별 사건만 들여다보고 형식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성폭력 범죄가 사회적으로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돈만 많으면 피해자와 합의하기 쉽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유전무죄의 결과를 낳는다”고 강조했다.
김청윤·이종민 기자 pro-ver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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