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선거구.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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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을은 4ㆍ15 총선에서 처음 생긴 선거구다.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세종이 갑ㆍ을로 분구되면서다. 흔히 아는 세종 신도시 일대는 3개동(아름동ㆍ중촌동ㆍ고운동)만 포함됐다. 나머지는 1개읍(조치원읍)과 6개면으로 구성됐다.
을선거구에 읍ㆍ면 지역이 몰려있다 보니 ‘세종의 강북’이라 부르는 이도 있다. 실제 신도심과 구도심 사이 격차 해소는 세종의 당면 과제다. 지난달 31일 조치원역 일대에서 만난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이번에 선거구가 잘 쪼개졌다. 이제 그동안 소외됐던 북쪽도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중앙 정치보다는 지역 이슈가 더 주목받고 있다는 의미다.
세종을누가맞붙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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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구되기 전 세종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9ㆍ20대 재선 지역구다. 전반적으로 여당 지지세가 강하다. 2016년 총선에선 무소속 이해찬 의원의 득표율(43.4%)을 합치면 53.8%가 민주당 쪽에 표를 줬다. 보수정당인 새누리당은 36.5% 득표에 그쳤다. 특히 인구가 많은 신도시 지역에선 민주당 지지세가 더 강하다.
민주당이 지난 십수년간 표밭을 탄탄히 다져온 지역인만큼 지난달 31일 만난 여야 후보들의 선거전략은 180도 달랐다.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당 조직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반면, 김병준 미래통합당 후보는 언론을 통한 캠페인 싸움에 주력하는 전략을 쓰고 있었다. 두 후보의 정체성도 ‘토박이(강준현) 대 외지인(김병준)’으로 구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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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현 “57년 평생 세종 토박이. 정무부시장 출신 지역일꾼”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세종을 후보(오른쪽)가 31일 오전 세종시 조치원역 인근에서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장진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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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시 30분, 조치원역 앞에서 출근길 인사를 하는 강준현 민주당 후보가 든 팻말에는 ‘더불어민주당’이란 글자가 없었다. 대신 ‘세종시 정무부시장(전) 강준현’이라는 내용이 큼지막하게 적혔다. 2017년 1월부터 약 1년 8개월 간 세종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강 후보는 “제가 57세다 보니 스스로 소개할 때 세종시 이사 온 지 57년 됐다고 한다. 이번 선거는 무엇보다도 지역일꾼을 뽑는 선거”라며 웃었다.
토박이의 여유는 출근길 인사에서도 느껴졌다. 강 후보는 지나가는 한 택시를 향해 “어이! 좋은 하루 되십시오”라며 손을 흔들었다. 택시 운전사도 창문을 내리고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강 후보는 “오래 살다 보니 지인들이 많다”고 했다.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세종을 후보(왼쪽)가 31일 오전 세종시 조치원역 인근에서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장진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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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출근길 인사에는 민주당 소속 세종시 의원 3명이 동행했다. 실제 세종시 시의원 17명 가운데 16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지역 조직이 강하단 의미다. “강 후보 본인도 지역 출신이라 지인이 많은 데다 조직도 탄탄하다. 선거는 조직력으로 치르는 것 아니냐”는 캠프 관계자의 말에선 자신감도 느껴졌다.
강한 지역 밀착력을 방증하듯 강 후보 캠프에는 비공개 간담회가 많은 편이다. 강 후보는 이날도 오후에는 퇴근길 인사 외에 공개 일정이 없었다. 실제로는 오후에 10~20분 단위로 10여 팀 이상의 면담이 예정돼 있었다. 강 후보는 “지역 사람이고 부시장을 하며 교류를 많이 하다 보니 편안하게 들어준다고 생각해 간담회 일정이 많이 잡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출근길 인사 현장에서 만난 이수연(33)씨는 총선 최대 이슈가 “신도심과 원도심의 융화”라고 했다. 개발 격차로 인한 지역민들 간 마음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취지였다. 강 후보가 생각하는 해법은 “소통”이었다. “물적 인프라만큼 정서적 인프라도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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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건축사 아니면 아무리 오래 살아도 집 못 지어”
김병준 미래통합당 세종을 후보(오른쪽)가 31일 오전 세종시 조치원역 인근에서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장진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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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미래통합당 후보의 고향은 경북 고령이다. 세종에는 연고가 없다. 몇 차례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통합당의 지역 조직도 사실상 전멸했다. 세종시 전체에 통합당 소속 시의원은 1명, 그나마도 비례대표다. 지역 토박이이면서 강한 당 조직까지 갖춘 강준현 후보와 180도 다른 선거 전략을 펼 수밖에 없다.
김병준 후보는 경륜을 강조한다. 과거 지방분권 전문가로서 세종시 설계ㆍ입안에 관여했던 경험,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과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내며 쌓은 관록을 공약을 통해 압축적으로 제시하겠다는 전략이다. 김 후보는 “목수나 건축사는 아무리 낯선 부지(세종시)에 가도 문제점이 잘 보인다. 뭘 어떻게 지어야겠다는 아이디어도 있다”면서 “반면 아무리 오래 살아도 건축사의 눈을 갖지 않으면 집을 어떻게 지어야 할지 아이디어가 안 생긴다”고 말했다.
김병준 미래통합당 세종을 후보(오른쪽)가 31일 오전 세종시 조치원역 인근에서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장진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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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일정도 거의 없다. 대신 언론 인터뷰가 잦다. 김 후보는 “당원 조직이라는 게 사실상 없다 보니 결국 공약을 내세울 수밖에 없는데, 내게 그 공약을 실현할 수 있는 지혜와 경륜이 있다는 걸 언론을 통해 강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약 발표도 공개된 장소에서 질의응답을 받는 기자회견 형태로 했다.
김 후보는 신ㆍ구도심 갈등을 완화하는 방법은 결국 “구도심 개발 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오전 11시 30분 조치원역 앞에서 택시기사들을 만나서도 “제가 어떻게든 유동인구를 늘려보겠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김 후보를 지지한다는 김광수(66)씨는 “온 힘을 다해 이 구도심을 발전시켜주겠다고 하니까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지역 정치를 하는 사람들의 담론 수준이 그렇게 높질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치원이 1930년대부터 지금까지 근 100년간 읍으로 남아있는데 그 이유를 설명하는 사람이 없다”며 “조치원 일대가 과거 철도 교통이 중심일 때 번영하다, 도로 교통이 중심이 되면서 뒤처졌다. 국가 교통의 패러다임이 다시 철도로 넘어가는 지금 모멘텀을 잡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한영익ㆍ정희윤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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