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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긴급재난지원금

긴급재난지원금 20% 떠안은 지자체들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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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계획 중단 등 ‘제각각 대책’

지역별 재난지원금액 달라질 듯

경기도는 ‘1인당 10만원’ 지급 후

정부 지원금 80%만 전달하기로

정부가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가구에 지자체와 8 대 2로 재정을 나눠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지원금을 떠안게 된 지자체들이 혼란에 빠졌다. 자체적으로 ‘생계지원금’을 주기로 하고 곳간 바닥까지 긁어 예산을 마련했던 지자체들은 지방채 발행, 자체 계획 중단 후 정부안 지급, 자체 지원 후 정부 분담금(80%)만 지급 등 제각각 대책을 내놓고 있다. 단체장 의지와 재정 상황에 따라 지역별로 국민들이 받게 되는 재난지원금이 달라지는 상황이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31일 “뼈를 깎는 세출예산 조정이 필요하다”면서 “불가피하면 지방채도 발행하겠지만 가급적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지난 30일 중산층을 포함한 소득하위 70% 가구에 최고 100만원의 긴급지원금을 이르면 5월 중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소요되는 재정은 약 9조1000억원으로 지자체 분담금만 1조8000억원 정도다.

1일부터 신청을 받아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 30만~50만원의 긴급생계지원금을 주는 광주시는 정부 지원금도 중복해 주기로 했지만 지방채 발행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660억원을 추가로 마련해야 하는 광주시는 “정부안을 가급적 시행하려 한다”면서 “비용 마련을 위해 최대한 예산을 끌어모으겠지만 지방채 발행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했다.

중위소득 85% 이하 가구에 1일부터 2089억원의 ‘재난긴급생활비’를 지급하는 경북도는 추가 분담분을 편성하기 힘든 처지다. 1150억원의 예산을 마련하려면 지방채 발행이 불가피하다는 게 경북도 입장이다. 긴급생계자금 등으로 자체 재원 3270억원을 확보했던 대구시는 지자체 분담분을 구·군 등 기초단체와 다시 절반씩 부담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대전시는 자체 지원금과 정부 지원금을 모두 지급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다른 지자체와 같은 분담 비율을 적용해주면 정부 지원금 추가 지원을 고민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재정자립도가 높은 서울시의 경우 분담 비율을 20% 이상으로 높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인천시는 정부 지원금에 자체 재원을 더해 모든 가구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주기로 했다. 하위 70% 가구에는 정부가 정한 지원금을 지급하고, 정부 지원에서 제외된 상위 30%에는 일괄적으로 가구당 25만원을 지급한다.

당초 계획했던 지원금을 중단한 지자체도 많다. 11개 시·군과 절반씩 부담해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 긴급재난생활비를 지급할 계획이던 충북도도 이를 취소했다. 재정 여건상 중복 지급이 어렵다고 판단한 충북도는 이미 마련한 예산을 분담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울산시와 세종시도 중복 지원을 하지 않기로 하고 자체 지원금은 지급하지 않는다.

경기도는 이미 지급하기로 결정한 재난기본소득(1인당 10만원)을 그대로 주되 추가 예산을 편성하지 않고 정부 몫의 지원금(80%)만 지급할 방침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페이스북에 “정부의 재난긴급지원금과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및 도내 시·군 재난기본소득은 중복 지급되고,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도내 시·군의 경우 정부 지원금에 대한 매칭은 안 해도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은 정부와 지자체가 재원을 분담키로 한 것과 관련해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소득하위 70%를 지원하다 보니 기존에 이 (범위) 안에서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지원금을 지급)한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가 인정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가난한 지자체일수록 지원 대상 많은 것도 문제

정부가 지원금 지급 기준으로 정한 ‘소득하위 70%’도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 모든 가구의 평균 소득을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가난한 지자체일수록 지원 대상이 많아진다. 지자체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 역시 그만큼 커지는 것이다.

광주시의 경우 소득하위 70%와 규모가 비슷한 ‘중위소득 150%’에 해당하는 가구는 50만8000여가구로 전체 가구(61만8503가구)의 82%나 된다. 전남도도 이 기준을 적용하면 정부 지원금을 받는 가구가 87만여가구 중 65만~70만가구(75~80%)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가 재난사태로 인해 정부가 정책 결정을 할 때는 기본적으로 정부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하는 것이 맞다. 사전 협의도 없이 지자체에 부담을 떠안기는 것은 횡포”라며 “지자체들은 재원 마련을 위해 사업을 축소해야 할지, 빚을 내야 할지 혼란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현석·경태영·이종섭·백경열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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