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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텔레그램 n번방 사건

[팩트체크] n번방 주범들 '성범죄자 신상공개'서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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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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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이른바 'N번방' 사건이 사회적인 공분을 일으켰다. 그런데 N번방 주범들이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신상공개가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이 강간, 강제추행 등 성폭력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 음란물을 제작·유포한 것이라 신상공개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N번방 사건 범죄자들의 신상공개 가능성을 팩트체크했다.



음란물 제작·유포만으로는 신상공개 안된다?



일반적으로 법원이 성범죄자의 신상정보 공개를 명령하면 주소와 실거주지, 키와 몸무게 등 신체 정보와 사진까지 '성범죄자 알림e'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그런데 일부 언론보도 등에선 N번방 사건의 범죄자는 신상정보 공개를 피할 수 있다고 했다. 현행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은 신상정보 공개를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

아청법상 성폭력 범죄는 강간, 강제추행, 강간상해, 강간살인 등을 포함하는데, 음란물 제작 배포는 성폭력 범죄가 아닌 '성범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성범죄만 인정될 경우에는 신상정보 공개를 피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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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사건 성범죄자의 신상정보 공개가 어렵다는 내용의 언론 기사들과 신상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 [인터넷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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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주장은 사실일까. 아청법이 성폭력 범죄와 성범죄를 구분하고 있으며, 아동 대상 음란물 제작 및 유포가 성폭력 범죄가 아닌 성범죄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신상정보 공개 대상은 성폭력 범죄만이 아니다. 아청법 제49조 1항 제3호에 따르면 ‘13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를 저지른 자로서 13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도 신상정보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즉 아청법은 '성폭력 범죄자'뿐 아니라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도 신상정보 공개 대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성범죄자 알림e를 담당하는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13세 미만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점과 재범 위험성이 있다는 점이 함께 인정되면 N번방 사건과 같은 성범죄 착취 제작물도 (범죄자에 대해) 신상 공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범 위험성 판단이 관건



현재까지 N번방 피해자 중 상당수가 미성년자인 것으로 드러난 만큼, 이들이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은 명확하다.

관건은 법원이 N번방 가해자들에게 '재범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할지 여부다. 이에 대해 대한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재범 위험성 여부에 따라 아동·청소년 음란물 제작·유포 등의 성범죄에 대한 신상공개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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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경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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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의 앞선 판례를 살펴보면 범행 이전의 행적, 범행의 동기와 수단, 범행 후 정황, 개전의 정(뉘우치는 마음) 등을 고려해 재범 위험성을 판단한다. 이런 조건을 고려해 N번방 사건 주범들에게 재범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신상정보는 공개될 수 있다.

과거 음란물 제작 유포로 신상정보가 공개된 사례도 있다. 법원이 공개한 최근 5년간(2014~2018년) 신상공개명령 현황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음란물 제작 등으로 처벌받은 범죄자는 446명이었다. 그 중에서 22명(4.9%)은 성범죄자 알림e에 신상정보가 공개된 바 있다.

결국 강간이나 강제추행 등 성폭력 범죄가 인정돼야만 신상이 공개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N번방 사건 가해자들의 재범 가능성 인정 여부에 따라 신상정보 공개는 가능하다.

남윤서 기자·양인성 인턴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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