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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긴급재난지원금

재난지원금 9조 주려면 나랏빚 추가 불가피…재정은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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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 두라면서 소비 되나” 선심성 논란 여전

정부가 30일 소득 하위 70% 가구에 주기로 한 긴급재난지원금에는 9조1000억의 비용이 들어간다.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는 2조원을 뺀 7조1000억원은 중앙 정부 몫이다.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는 또다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기로 했다. 추경의 상당 부분은 적자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해야 할 전망이다. 이미 빨간불이 켜진 나라 곳간 사정이 더 나빠진다는 의미다. 그나마 쓴 돈이 목표대로 서민의 삶에 보탬이 되고 소비도 살아나면 다행이지만 일회성 현금 살포 정책의 효과는 미지수라는 진단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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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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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살림 괜찮을까



정부는 이미 올해 512조3000억원 규모의 ‘슈퍼 예산’을 짰다. 예상치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악재가 겹치며 대부분의 재원을 적자 국채 발행으로 마련한 11조7000억원의 추경을 편성했다. 이것만으로도 올해 나랏빚은 815조5000억원으로 불어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1.2%가 된다. 재정 건전성의 마지노선으로 통하는 40%를 처음 넘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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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생계지원금.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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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을 위한 2차 추경에 필요한 재원 대부분을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당장 다음 달 제출 목표인 상황에서 기존에 쓰기로 한 예산을 쥐어짜서 7조원이 넘는 액수를 마련하긴 어렵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출 구조조정으로 부족하면 적자 국채 발행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적자 국채 발행만큼 국가 채무는 더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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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비상경제회의 결과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주요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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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소득 하위 50%(중위소득의 100% 이내)인 1000만여 가구에 지원금을 줄 것을 제안한 것도 빠르게 나빠지는 나라 살림 사정을 걱정해서다. 하지만 “재정건정성을 따질 때가 아니다”라는 여당의 논리가 통하며 결국 수혜 규모가 늘었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건전성이 악화하면 향후 경기부양 여력은 물론 국가신용도까지 약해질 수 있다”며 “피해가 심한 지역·취약 계층에 대한 선별 지원이 재정은 덜 쓰면서 효과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선거 코앞인데 ‘포퓰리즘’ 논란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정부가 재정운영에 큰 부담을 안으면서 결단을 내리게 된 것은 어려운 국민의 생계를 지원하고 방역의 주체로서 일상 활동을 희생하며 위기극복에 함께 나선 것에 대해 위로와 응원이 필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가 진정되는 시기에 맞춰 소비 진작으로 경제를 살리는 데에도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재난지원금이 소비를 끌어올리는 데 효과적일지에 대한 물음표가 제기된다.

앞서 이재명 경기지사의 ‘경기형 재난기본소득’에 반대 의견을 냈다가 뒤늦게 철회한 장덕천 부천시장은 “기본소득을 주는 이유는 소비를 늘려 소상공인들의 매출을 늘리겠다는 것인데, 코로나19가 지속하는 한 소비 패턴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정부는 재난 지원금을 5월에 지원한다는 계획인데, 그때까지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으면 소비 진작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지역화폐를 통한 소비 촉진 효과도 제한적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원 목적 중에 소비 진작도 있어 현금보다는 지역 소비와 직결되는 지역상품권이나 전자화폐가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상품권도 자영업자는 은행 환전, 일반 소비자는 ‘현금깡’ 등을 통해 현금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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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국회의원선거를 보름여 앞둔 30일 오전 서울 청계천 모전교~광통교 구간에 선거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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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진작을 위해선 일회성 지원보다 코로나19 여파로 흔들리는 기업에 대한 지원이 더 시급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영세기업뿐 아니라 대기업도 흔들리는 상황에서 기업이 버티지 못하면 고용 대란 등으로 이어져 코로나19가 진정돼도 소비가 살아나기 어렵다”며 “소비자 중심의 대책보다 기업이 견딜 수 있는 대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선거를 보름여 앞둔 시기에 결정된 지원금이 선심성 정책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총선 이후 제21대 국회가 구성된 뒤에야 2차 추경 심사가 이뤄지고, 이후 지원금 지급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날 정부 대책에 앞서 ‘재난기본소득’ 논의가 이어질 때부터 야권을 중심으로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박형준 미래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경제 현안브리핑에서 “정부의 지원 방식은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재정 건전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 선심성이 될 우려가 있다”며 “궁극적으로 일회성 현금지원이 경제 살리기에 큰 도움이 될 것인가에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임성빈·허정원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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