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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당신 잘못이 아니라는 것 알아줬으면···” n번방 피해자와 연대의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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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남원의 여성 글쓰기 모임 ‘빛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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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서 온통 가해자들 이름과 얼굴이 도배되는 걸 보며 나는 당신이 궁금해졌습니다. 밥은 잘 먹을까, 잠은 잘 잘까. 곁에 누가 돌봐주고 들어줄 사람은 있을까. 그래서 당신을 생각하는 사람이 세상에 많다고, 말을 걸고 싶었습니다.” 전북 남원시 여성 글쓰기 모임 ‘빛날’이 디지털 성범죄 ‘n번방·박사방 사건’ 피해자들과 연대하기 위해 쓴 글 중 일부다.

빛날은 지난해 12월부터 격주로 만나는 글쓰기 모임이다. 모임에서 같은 주제로 글을 쓰고 낭독하며 감상을 이야기해왔다. 회원들은 지난주 모임에서 n번방 사건 피해자에게 보내는 글을 쓰고 온라인에 공유했다.

회원 이유진씨(40)는 30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조주빈의 신원이 공개된 뒤 언론 보도가 조주빈을 비롯한 가해자에 집중되는 것을 봤다. 피해자들의 존재가 묻혀 안타까웠다”고 했다. 그는 “지금 가장 힘들고 외로울 피해자들에게 말을 걸고 싶었다. 피해자를 공개 지지하고, 넓은 연대가 필요하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에게 젠더 교육을 하는 이씨에게는 10대 피해자가 많은 n번방 사건이 남의 일이 아니었다. 그는 “학교에 여성혐오 문화가 만연하다”며 “불법촬영 사건이 일어난 학교가 실제로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사진 제공을 요구받았다고 답한 여학생들도 학급마다 있었다”고 했다.

회원 김영선씨(50)도 “지금 대한민국은 가해자들의 목소리만 들리는 사회다. 악플의 목소리만 들리는 사회다. 범죄자에게 마이크를 주는 대신 여성인 우리가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설리와 구하라를 잃은 상처가 있다. 그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에 나이 50이 넘은 중년여성인 저는 특히나 죄책감을 느낀다”고 했다.

한 회원은 글에서 “같이 싸울 거라고, 당신 혼자 두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니 혹시 자신이 싫어지거나 미워진다면 그러지 않았음 좋겠다. 내일도 함께 삽시다. 함께 가고 싶다”고 했다. 또 다른 글에서는 “어떤 마음이 들건 당신이 잘못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만큼 당신도 알았으면 좋겠다. 춥고, 부끄럽고, 두렵고, 까마득하고 참담한 마음으로 떨고 있지 않기를 기도한다. 곁에서 있겠다. 살아달라”고 했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자책하지 말고, 주변의 도움으로 고통을 덜길 바란다고 했다. 궁극적으로 관련 법·제도 정비와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씨는 “저희의 쪽지가 이렇게 많은 분들에게 전해질 줄 몰랐다. 이번 기회에 함께 고민하고 행동하는 힘이 모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이나 영상의 불법촬영·유포, 이를 빌미로 한 협박, 사이버 공간에서의 성적 괴롭힘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나무여성인권상담소 지지동반팀(02-2275-2201, digital_sc@hanmail.net), 여성긴급전화 1366,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02-735-8994, www.women1366.kr/stopds),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02-817-7959, hotline@cyber-lion.com)에서 지원 받을 수 있습니다.

경향신문

‘빛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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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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