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코로나19 확산에 靑,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결정
앞서 일부 지자체 '재난 기본소득' 도입하기도
기본소득, 2010년 이후 꾸준히 언급된 복지 대안
일회성 아닌 '꾸준한 지급'은 재원 문제 뒤따라
‘기본소득’은 전통 제조업의 위기로 일자리가 불안해지기 시작한 2010년대 이후 전 세계에서 꾸준히 논의되고 있는 정책입니다. 경제 이슈를 쉽게 풀어 해설하는 ‘서울경제썸’이 기본소득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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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많이 등장하는 단어 ‘기, 본, 소, 득’. 국가가 모든 개인에게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나눠주는 현금을 말해. 불평등은 갈수록 심해지고 일자리도 불안해지면서 2010년대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 곳곳에서 뜨거운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뭐, 번번이 현실의 벽에 막히곤 했지만 말이야.
여기 기본소득 부루마블이 있어. 인류가 오랜 시간 동안 꿈꿔왔고 지금도 꾸준히 시도하지만 비판도 많이 받는 정책. 기본소득을 게임으로 알아보자. 자, 가자!
기본소득은 우리가 알고 있는 복지 제도의 원리를 완전히 뒤바꾼 개념이야. 보통의 복지 시스템은 기여한 만큼 돌려받거나(연금), 부자에게서 세금을 걷어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는 부의 재분배 원리로 굴러가는데, 이와 반대로 기본소득은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똑같이 돈을 나눠 갖는 걸 말하거든. 남녀노소 구분 없이 모두, 심지어 백수도 똑같이 받는 거야.
기본소득은 빈곤층의 소득을 끌어올려 현실의 소득 불평등 구조를 완화하고 모두가 공정한 출발선에 놓이도록 하려는 정책이야. 누군가는 태어나자마자 앞칸에서, 누군가는 뒷칸에서 시작할 수 밖에 없는 사회 구조를 바꿔보자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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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지금과 같은 선별적 복지 제도엔 한계가 많다고 생각해.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가 오히려 소외자를 발생시키는 ‘재분배의 역설’이 벌어지거든. 월 100만 원 이하로 버는 사람에게만 혜택을 더해줬다고 생각해봐. 1만 원 차이로 101만 원 버는 사람은 대체 무슨 잘못? 우리나라에선 공무원들이 가난을 분류하고 줄 세우는 행정비용만 연간 1,600억 원에 달한다는 조사도 있어. 차라리 모든 이에게 똑같이 나눠주면 행정비용도 아끼고, 사각지대나 불공정 논란도 없다는 장점이 있지.
모두가 돈을 똑같이 나눈다니까···.혹시 사회주의 아니냐고? 오히려 그 반대일 걸. 여윳돈이 생기면 이를 쓰려는 심리도 같이 커지기 때문에, 소비량이 늘고 시장도 계속 굴러갈 수 있어. 자본주의 시스템을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친 자본주의적 해결책인 셈이야.
근데 말이야, 이렇게 기본소득이 좋은 거라면 왜 지금까지 기본소득은 계속 실패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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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핀란드로 가보자. 핀란드는 북유럽 국가 중에서도 높은 실업률과 낮은 고용률로 골치가 아팠어. 2017년에 정부가 나서서 기본소득 실험을 진행했지. 무작위로 뽑은 2,000명의 실업자들에게 월 70만 원씩 돈을 나눠줬는데 결과는 어떻게 됐게? 막대한 재원 부담에 비해 효과가 미미하다는 여러 전문가들의 판단에 결국 예산도 끊기고 2년 만에 막을 내렸어. 비슷한 시기 스위스는 모든 성인에게 월 300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안을 국민투표에 부쳤지만 압도적인 반대(76.9%)로 논의가 중단됐지.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미혼자에게 1,500만 원, 부부에겐 2,070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당찬 계획을 현실에 옮겼는데 시행 1년 만인 2018년 “깨진 독에 돈 퍼붓기”라며 실패를 선언했어.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도 지난 2009년 글로벌 경제위기 당시 전 국민에게 25만 원씩 나눠줬었는데, 경기 부양은커녕 물가 상승률도 마이너스를 못 벗어나 1년 만에 엔딩을 봤지. 2004년 세계 최초로 기본소득법을 입법했던 브라질도 재정 문제로 전면적 시행이 꽉 막힌 상태야.
과거에는 기본소득 때문에 나라가 멸망한 경우도 있어. 최초의 기본소득 사례라 불리는 2000년 전 로마로 타임머신 타고 시간여행~. 로마 시민이라면 누구나 나라에서 나눠주는 밀을 정기적으로 받을 수 있었어. 로마가 멸망하기까지 지속될 정도로 인기 있었던 정책이었지만, 막대한 재정 부담과 타락에 빠진 주민들은 로마를 멸망케 한 원인이기도 했대. 1970년대 동남아시아의 섬나라 나우루 공화국도 마찬가지야. 구아노라는 풍부한 바다 자원으로 부자국가 반열에 올랐던 이곳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부동산, 학비, 병원 등을 무상 제공하는 파격 정책을 펼쳤어. 하지만 자원이 바닥날 것을 예상하지 못했지. 결국 부자 나라에서 최빈국으로 추락하고 말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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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본소득이 다 실패로 끝난 건 아냐. 알래스카로 바로 날아가 보자, 슝. 알래스카는 이미 40년 전(1982년)부터 매년 2,000달러(240만 원)의 배당금을 모든 주민에게 나눠주고 있어. 이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알래스카는 돈이 많거든, 바로 어마어마한 석유! 알래스카는 1950년대에 이미 공유재인 석유로 얻은 수익은 모든 주민에게 돌아가도록 헌법에 명시했어. 알래스카는 현재 미국에서 빈곤율이 가장 낮으면서 경제적으로도 평등한 지역으로 손꼽힌대.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어. 이미 서울시는 매달 50만 원씩, 경기 성남시는 연 100만 원을 청년들에게 기본소득(배당)을 주고 있잖아? 최근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재난 기본소득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기도 했어. 위기 상황에선 세금 감면 같은 간접 방식보다 직접 현금 지원이 훨씬 효과적이래.
우리나라 말고도 전 세계 많은 나라들(네덜란드,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아이슬란드, 인도, 브라질, 우간다, 나미비아 등)이 현재 기본소득 실험을 진행 중이야. 과거에는 양극화와 빈곤층 해결을 위해서 기본소득을 도입하려 했다면, 이제는 4차 산업혁명으로 달라진 산업구조와 일자리에 적응하는데 필요한 비용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지. 인공지능(AI)과 로봇에 일자리를 뺏긴 인간들이 좀 더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도록 고용기본권을 강하게 보장해줘야 한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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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지속 가능한 재원은 여전히 어려운 숙제지. 그래서 인공지능과 기계에 대한 세금(로봇세)이나 이용자가 쌓은 데이터 수익을 분배하는 데이터세, 탄소 배출량에 따라 부과하는 탄소세 등 새로운 영역에서 세금을 거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와. 빌 게이츠나 일론머스크, 마크 저커버그 같은 IT업계 CEO들도 앞장서서 “기본소득이 필요하다”, “로봇세를 도입하자”고 외치고 있거든.
인간의 기본권을 지키는 복지수단이냐, 정치 바람에 편승한 포퓰리즘이냐, 기본소득에 대한 논쟁은 여전해. 네 생각은 어때?
/강신우기자, 이혜진·차현진 인턴기자 se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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