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록 vs 패기’ 안양동안을, 현역 의원 3파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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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 출마가 처음인 이 대변인, 추 원내수석은 “안양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이른바 ‘현역 교체론’을 폈다. 반면 심 원내대표는 “관록이 곧 능력”이라며 6선을 자신했다.
본격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지 않은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세 사람 모두 유권자와의 대면 접촉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다만 이들은 현역 의원으로서의 인지도가 이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중앙일보 취재팀이 26일 이들을 밀착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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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이재정 “변화가 온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후보(오른쪽)가 26일 오전 안양 호계동 현대홈타운 입구에서 출근하는 주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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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히 다녀오세요”, “비 온다는데 우산 챙겨가세요.”
오전 7시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의 한 아파트 정문에 선 이재정 민주당 의원이 큰소리로 외쳤다. 당 상징색인 파란색 롱 패딩 점퍼에 ‘1 잘하는 이재정’이라고 적힌 대형 명판을 목에 걸었다.
그는 지나가는 시민을 한명이라도 놓칠세라 빈틈없이 고개를 돌리며 손을 흔들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시민들과 대면 접촉을 자제하는 대신, 정문에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출근길 시민들에게 인사를 했다.
신호대기 중 승용차 창문을 열어 응원을 건네는 주민도 있었다. 한 주민이 인사를 위해 핸들에서 손을 떼자 그는 “운전대는 잡으셔야 하는데”라면서도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경기 안양 동안을 지역구 르포.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후보(오른쪽)가 26일 오전 안양 호계동 현대홈타운 입구에서 출근하는 주민들에게 출근인사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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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출근길 인사에 나선 아파트는 이 의원이 이달 중순부터 살기 시작한 곳이다. 지역구 현역 의원인 심재철 의원도 이곳에 산다. 대구가 고향인 이 의원은 이곳으로 이사하기 전에도 10년 가까이 안양에 살며 결혼과 출산을 했다.
이 의원은 초선에도 불구하고 TV 등 언론 노출이 잦아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이 의원은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이 많다. 당선되면 지역 현안 해소를 위해 윈윈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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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심재철 “관록이 곧 능력”
심재철 미래통합당 후보가 26일 안양 범계역 킴스클럽 평촌점 앞에서 유권자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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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천안함 10주기, 내일은 서해 수호의 날입니다. 천안함 46용사가 순직(殉職)이 아닌 전사(戰死)로 처리되도록 법을 바꿨습니다.”
오후 4시 30분, 범계역 인근의 대형 아웃렛 맞은편 횡단보도에서 심재철 통합당 의원의 즉흥 연설이 시작됐다. 신호등만 바라보던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장년 남성이 심 의원을 돌아봤다.
심 의원의 연설은 횡단보도 앞에 선 시민의 성별과 연령대에 따라 맞춤형으로 변신했다. 아이가 부모와 손을 잡고 지나가자 “마스크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외쳤고, 30대 여성이 횡단보도 앞에 서자 “여성의 화장실 불편을 줄이기 위해 공중화장실법을 만들었다”고 했다. 무관심해 보이던 시민도 심 의원이 구체적 사안을 언급하자 돌아보며 관심을 표했다.
심재철 미래통합당 후보가 26일 안양 범계역 킴스클럽 평촌점 앞에서 유권자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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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의원의 가장 큰 강점은 높은 인지도다. 국회 부의장 출신으로 현재 통합당 원내대표를 맡고 있다. 중장년층에서 먼저 다가와 인사를 건네고, 함께 사진을 찍자는 요청도 다른 후보에 비해 많았다. 다만 젊은 층은 상대적으로 냉담한 편이었다. 그는 “통합당이 2030의 지지가 낮아서 그런 것 같다. 젊은 층과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상대 후보들이 “20년 만의 변화”를 외치는 데 대해 심 의원은 “젊다고 신선하고 패기 있는 것이 아니다. 관록이 바로 능력이다”라고 맞받았다. 그는 “주민과 친숙하고 일은 일대로 하면 더 좋은 것 아닌가. 나도 신진의 패기 못지않은 패기와 능력을 갖췄다”고 했다.
코로나19 여파에 대해선 “대면 접촉이 쉽지 않아 처음 이 판에 뛰어든 사람들은 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역구 도전이 처음인 상대 후보에 대한 자신감으로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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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추혜선 “시민 삶을 챙기는 정치”
추혜선 정의당 후보가 26일 안양 재래시장에서 유권자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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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쯤, 호계종합시장을 찾은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청바지를 입고 등산 양말과 분홍색 운동화를 신었다. 점퍼와 마스크는 정의당 색깔인 노란색으로 맞췄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한사람이라도 더 만나기 위한 편안한 옷차림이다.
추 의원은 “새벽에 가장 먼저 일하러 가는 사람부터 만난다. 며칠 전엔 한 시민이 출근길에 자신의 주먹밥 두 덩이를 손에 쥐여주고 갔다”며 “국민의 밥그릇을 지키는 게 내 정치의 소명인데, 이분들 밥그릇을 지켜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추 의원은 시장이 익숙한 듯 상인들과 친근하게 어울렸다. 시장 상인회와의 간담회에 참석해선 “저 앉아서 좀 할게. 아침 6시부터 시작해서 지금이 제일 힘든 시간이야”라며 스스럼없이 말했다. 한 상인회 관계자와의 통화에선 “오빠들이 얼른 와서 도와줘야지”라고 말했다.
반찬 가게에 들러선 자연스럽게 주인 팔목을 잡고 대화를 나눴다. 상점마다 “고생이 많으십니다”, “코로나 때문에 힘드시지요?” 같은 인사말을 쉬지 않고 건넸다. 시장에서 만둣가게를 운영하는 안혜성(43)씨는 “추 의원이 시장에 가장 많이 찾아온다”고 전했다.
추혜선 정의당 후보(오른쪽)가 26일 안양 재래시장 상인회를 방문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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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의원은 3년 전부턴 아예 안양에 터를 잡았다. 정의당 경기도당 안양시위원장을 맡으면서다. 그는 “완도 출생인 내가 수도권에 올라와 처음 밟은 땅이 안양이다. 당시 친구 언니네인 호계동의 주공아파트였다”며 지역구와의 인연을 강조했다.
추 의원은 “안양은 그동안 중진들이 정치해 왔다. 시정도 기득권 양당이 돌아가면서 시소게임을 벌이는 와중에 미래에 대한 고민은 사라졌다”며 “모두가 꾸는 꿈이 진짜 현실로 되는 정치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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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이전”…주민은 “경제부터 살려라”
안양동안을의 대표적인 지역 현안은 안양교도소 이전 문제다. 1963년 호계동에 들어선 안양교도소는 어느새 이 지역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주민 반발이 잇따르며 선거철마다 교도소 이전이 주요 현안으로 떠올랐지만, 주변 지역에서 모두 교도소 이전을 반대해 매번 무산되고 말았다.
이재정 의원은 여당 프리미엄을 토대로 “중앙 정부와 협력해 교도소 이전을 이뤄내겠다”고 공약했다. 교도소 이전을 줄곧 공약해 온 심재철 의원도 “정부의 ‘경기남부법무타운’ 건립계획을 끌어냈다”며 “차기 국회에서 교도소 이전을 실현하겠다”고 했다. 추혜선 의원은 “애플R&D 센터를 유치해 교도소를 이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주민 반응은 냉담하다. 호계종합시장에서 인테리어 가게를 운영하는 70대 김모씨는 “선거 때마다 교도소 내보낸다고 했는데 누가 보냈느냐. 아무도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다. 누가 되든 정치를 잘해야지, 개뿔 다 못한다”고 했다.
교도소 이전보다 경제 회복에 우선하여 앞장서 달라는 주문도 많았다. 호계동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이종백(55)씨는 “교도소보다 경제가 더 문제다. 후보자들이 꾸준히 준비한 획기적인 경제 대책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범계동 주민인 황원복(54)씨는 “경제적으로 어려운데 여야 떠나서 다들 싸우기만 하니까 꼴불견”이라고 했다.
16~20대 총선 안양동안을 선거 결과.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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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촌신도시가 포함된 안양동안을은 심 의원이 내리 5선을 거두며 보수세가 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20대 총선에선 3만6148표(41.46%)를 얻어 3만4448표(39.51%)를 얻은 2위 이정국 민주당 후보에게 1700표 차로 간신히 앞섰다. 당시 1만6581표(19.01%)를 얻은 정의당 정진후 후보와 이 후보가 단일화했을 경우 심 의원이 낙선할 가능성도 있었던 셈이다.
현재 여론조사에선 이 의원과 심 의원이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KBS-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15일 발표한 조사(지난 12~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500명 조사, 표본오차는 ±4,4%포인트. 자세한 여론조사 개요 및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이 의원은 지지율 42.8%를 기록해 33.4%를 기록한 심 의원을 오차범위(±4.4%포인트) 이상 앞섰다. 추 의원은 5.5%였다. 다만 당선 가능성에선 심 의원 44.3%를 기록해 40.6%의 이 의원을 다소 앞섰다. 추 의원 3.4%였다.
김기정·김홍범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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