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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한은 ‘무제한 양적완화’]금융·실물경제 엄중 인식에…보수적 대응 깨고 ‘비상 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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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자금시장 신용경색 우려…특단의 유동성 대책 불가피

국고채보다 여타 채권시장이 불안해 ‘무제한 RP 매입’ 선택

전문가들 “대출 주저하는 금융회사 감시 등 후속 조치 필요”

경향신문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왼쪽에서 두번째)가 26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금융안정방안 실시 설명회에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제도’ 도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은은 3개월간 RP를 매입해 시장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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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26일 내놓은 환매조건부채권(RP) 무제한 매입이라는 ‘비상 처방’은 그만큼 국내 금융·실물경제가 엄중하다는 인식에서 나온 전례 없는 조치다. 한은이 금융사들이 원하는 만큼 RP를 다 사줄 테니 금융사들은 이 돈을 시장에 풀라는 뜻이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는 “모든 금융기관이 자영업자나 중소·중견·대기업 대출할 때도 쓰고, 정책펀드 출자에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은의 이번 조치가 시장의 유동성 우려를 상당 부분 완화할 것이라면서도 자금 지원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후속대책이 따라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 따르면 한은은 4월부터 석 달간 매주 RP 매입에 나선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금융기관이 발행하는 채권을 담보로 한은이 금융기관에 돈을 빌려주고, 금융기관은 시중에 자금을 제때 공급하는 것이다.

국고채보다 여타 채권시장이 불안해 ‘무제한 RP 매입’ 선택

금융사, 현금 확보해 정부 ‘100조원 민생 펀드’에 출자 예정

전문가들 “대출 주저하는 금융회사 모니터링 등 조치 필요”


금융사들은 한은의 RP 매입 자금을 활용해 다음달 가동할 채권시장안정펀드(20조원)와 증권시장안정펀드(10조7000억원) 등 100조원 규모의 정부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참여하게 된다. 한은은 또 RP 거래에 참여할 수 있는 금융기관과 대상 증권도 대폭 늘렸다. 다만 시장에 자금이 얼마나 공급될지는 추정되지 않았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보수적으로 대응한다는 평가를 받는 한은이 이처럼 유례없는 조치를 취한 것은 특단의 유동성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자칫 금융·실물경제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최근 단기 자금시장과 회사채 시장은 신용경색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신용등급 ‘AA-’ 회사채 3년물 금리는 1bp(1bp=0.01%포인트) 오른 2.035%를 기록해 국고채 3년물과의 스프레드(금리차)가 96.8bp로 벌어졌다. 이는 2010년 12월10일(97bp) 이후 약 9년3개월 만에 가장 큰 수치다. 신용스프레드가 커질수록 회사채가 국고채보다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인다는 것으로,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금융권 관계자는 “분기 말인 3월 말을 앞두고 기업들의 돈가뭄이 극심한 상황에서 한은이 금융투자사와 증권사까지 채널로 확보해 정부보증채는 물론 일반은행채까지 매입하면 자금시장에는 숨통이 트이게 된다”면서 “회사채를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기업들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은은 회사채 매입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뒀다. 윤 부총재는 “정부가 한은의 회사채 매입(에 따른 신용위험)을 보증하면 한은 금통위가 결정하는 게 쉬워진다”고 말했다.

RP 매입을 통해 확보한 자금의 대출 규모와 금리는 은행별로 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은이 공급한 자금의 대출 금리는 은행이 인건비, 운영비, 마진 등을 붙여 최종 결정한다”며 “저금리로 조달하기 때문에 기존 대출 금리보다 훨씬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시장의 유동성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실효성 제고를 위한 후속대책을 주문했다. 당국이 시중에 돈을 풀어도 금융회사가 신용도와 부실 책임 등을 이유로 대출을 주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무제한 유동성 공급의 핵심은 돈이 제때, 필요한 곳에 신속하게 흘러들어가는 것”이라며 “지원 속도를 높이기 위해 금융기관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신용위험에 대한 보증 확대 등 후속조치가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안광호·임아영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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