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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사설]미래통합당 공천 ‘막장 드라마’, 이게 혁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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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의 공천이 끝내 막장 드라마로 대미를 장식했다. 통합당은 25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4개 지역구에 대한 공천을 무효 처리했다. 당 공천관리위원회의 의견은 손바닥 뒤집듯 무시됐다. 교체된 자리에는 컷오프(공천배제)된 TK·친박계 의원에게 부활의 기회를 줬다. 공관위가 청년 후보로 내세운 경기 의왕·과천과 화성을 2곳은 친황(황교안)계 후보들로 채워졌다. 당 안팎에선 총선 이후 당 주도권을 잡기 위한 친황계의 되치기가 본격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후보 등록일 하루 전 공천 결과가 완전히 뒤집힌 상황을 놓고 ‘호떡 공천’이란 말이 나온다. ‘청년 공천’ 대신 ‘중년 공천’이라고도 한다. 이석연 공관위원장 권한대행은 “이런 당은 처음 봤다”고 했다. 그 말에 더 보탤 게 없다.

더 가관인 것은 민경욱 의원의 생환이다. 그는 20대 국회 최악의 막말 정치인으로 꼽힐 만큼 지탄을 받았던 인사다. 세월호 참사, 헝가리 선박사고, 강원 산불, 노회찬 전 의원 사망, 대통령 모친상까지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막말을 일삼았다. 공관위의 거듭된 공천 취소 결정을 최고위는 번번이 뒤집었다. 그는 황교안 대표의 대변인을 지낸 ‘황교안의 사람’이다. 아무리 자기 사람 챙기기가 우선이라 해도 유권자의 시선은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다. 공천(公薦)이란 말이 무색할 만큼 명백한 사천(私薦)이다. 이럴 거면 공관위는 뭐하러 만들었나.

황 대표는 “당 대표로서 권한을 내려놓고 공관위가 자율적으로 공천을 해달라고 당부했다”며 “그런데 잘못된, 국민이 수용하기 어려운 결정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고 했다. 그간 통합당은 ‘김형오 공관위’ 출범 이후 혁신 공천에 성공했다고 자화자찬했다. 한데 이제 와선 공관위 판단이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한다. 오로지 자기 입맛에 따라 공천의 성패를 가르는 식이다. 앞서 황 대표는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공천이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자, 한국당 지도부와 공관위를 전원 교체하기도 했다. 지지율이 좀 나아졌다 싶으니 다시 제 잇속 챙기기로 작심한 모양이다.

통합당은 혁신 공천을 통해 보수쇄신과 세대교체를 이루겠다고 했다. 결과는 잡음과 혼란만 난무했을 뿐 쇄신 약속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결국 기득권을 지키고, 총선 후 대선 주자 경쟁을 위한 지분 챙기기로 마무리됐다. 이 당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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