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2 (화)

온라인 쇼핑 확산…바이러스 최전선 내몰린 유통 노동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택배기사·음식배달 노동자 등

감염 불안에 떨면서 초과근무

아마존 창고 노동자들 확진에

보호조치 강화 요구 파업도

이탈리아선 슈퍼 직원 고위험



경향신문

미국 뉴욕시 브루클린의 한 식료품 가게에서 25일(현지시간) 마스크를 쓴 손님들이 물건값을 계산하고 있다. 뉴욕 | 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노동자들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비대면 소비 문화’를 받쳐주고 있는 온라인 기반 유통업계 노동자들이 초과근무에 감염 위험까지 열악한 환경에 처했다. 택배기사, 음식배달 노동자들도 위험을 무릅쓰고 일터로 나가고 있다. 이탈리아에선 식료품 공급을 담당하는 슈퍼마켓 직원들이 고위험군으로 떠올랐다.

세계적인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의 창고 노동자들이 최근 코로나19에 잇따라 감염됐다. 미국 뉴욕주를 비롯한 7개 주에 있는 아마존 물류창고에서 10건 이상의 감염이 확인되면서 시설 폐쇄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비즈니스인사이더 등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스페인 2곳, 이탈리아 1곳의 아마존 창고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아마존 사측은 확진자가 나온 창고를 폐쇄하는 대신, 확진자와 접촉자들에게 2주간의 유급휴가를 줬다. 지난 19일 확진자가 나온 뉴욕 퀸스 배송기지에 대해서만 잠정 폐쇄조치를 내렸다.

이탈리아·프랑스의 일부 아마존 창고 노동자들은 지난 17일 보호조치를 강화하라며 파업을 벌였다. 유럽에서 코로나19가 빠르게 퍼지던 이달 초, 아마존은 사업장별 소독·청소 등을 강화하고 노동자 간 거리를 최소 1m씩 유지하도록 했다. 하지만 아마존의 방역조치가 미흡한 데다 잘 지켜지지도 않는다는 것이 파업 이유였다. 필요한 경우 무급휴가를 허용했지만, 이는 남은 노동자들의 과로로 이어졌다. 특히 온라인 주문이 폭증해 업무강도도 세졌다.

아마존은 일시적으로 시간당 임금을 올리고, 미국에서만 10만명을 추가로 고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한 아마존 창고 노동자는 비즈니스인사이더에 “여전히 밀폐된 공간에서 함께 포장 업무를 하고 있고, 어떤 창고에선 위생장비가 다 떨어지거나 도난당하고 없다”고 했다. 또 다른 노동자는 “도널드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아마존은 반응이 느리고, 진실을 가리며, 돈만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달 초부터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아마존의 사무직 노동자들과 완전히 다른 대우를 받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택배기사, 음식배달 노동자들도 일을 멈출 수 없다. 미국 뉴욕주 브루클린에서 4년째 태국음식 배달 일을 해온 구스타보 에르난데스는 미 지역 케이블 매체 스펙트럼뉴스에 “건물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를 때마다 두렵다”고 했다. 에르난데스는 부인과 자녀 5명을 부양해야 하기 때문에 일을 멈출 수 없다. 그는 “배달 노동자들은 더 많은 시간 일하면서도 초과근무 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탈리아에선 슈퍼마켓 직원이 코로나19 감염의 최전선에 놓여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5일 보도했다. 지난주 롬바르디아주 브레시아에서 슈퍼마켓 직원인 마리아그라치아 카사노바(49)가 코로나19 증상을 호소하다 나흘 만에 숨졌다.

당국은 지난 10일 전국 봉쇄령을 내리면서도 소규모 슈퍼마켓은 문을 열도록 허용했다. ‘삶을 유지하기 위한’ 생필품은 살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대면 접촉이 많아진 슈퍼마켓 직원들의 감염 사례도 늘고 있다. 롬바르디아주에선 모든 가게 입구에서 손님들의 발열 체크를 하도록 했지만, 40%가량만 지키고 있다. 신문은 “저임금 노동자들이 자신의 선택과 상관없이 돌발적인 상황에서 업무 성격 때문에 위험에 노출됐다”며 “한편으론 그들의 일이 이웃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경향 유튜브 구독▶ 경향 페이스북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