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6 (일)

일본 ‘도쿄 봉쇄론’까지…올림픽 연기 뒤 피어오른 공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하루 신규 확진자 최다 기록 경신

다이토구 병원 등 집단감염 우려

고이케 지사 “도시 봉쇄 가능성도”

발표 직후 곳곳서 사재기 잇따라

정부 ‘폭발적 아니다’던 태도 급변

긴급사태 염두 둔 대책본부 설치

시민들 “올림픽 늦추자마자” 당혹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일본 도쿄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이틀 연속 갑자기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수도 봉쇄’ 가능성까지 잇따라 거론되고 있다. 지난 24일 도쿄올림픽 연기 공식 발표 전까지만 해도 비교적 차분했던 분위기가 반전되자, 주민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본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26일 도쿄에서 추가로 47명 이상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는 25일 확진자 수(41명)를 뛰어넘는 것으로, 도쿄 내 하루 신규 확진자 수로는 가장 많다. 특히 25일 감염자 가운데 11명은 다이토구에 있는 병원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돼 집단감염 발생이 우려된다. 이 병원 입원 환자는 무려 3000여명이고, 외래 환자는 20여만명에 이른다.

‘수도 도쿄 봉쇄론’도 그간 떠돌던 소문 수준을 넘어 현실적 가능성으로 거론되고 있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25일 저녁 8시께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주말 외출 자제를 시민들에게 요청했다. 고이케 지사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대로 (코로나19 감염) 추이가 확산되면 록다운(도시 봉쇄)을 부를 수 있다”고도 말했다. 26일에는 도쿄와 인접한 4개 현에 주말 외출 자제 협조 요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수도권인 지바현의 지사는 26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현민들이 이번 주말에 도쿄로 가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일본 중앙정부도 26일 ‘긴급사태’ 선언을 염두에 두고 개정 코로나19 대책 마련을 위해 최근 개정한 특별조치법에 근거한 ‘정부 대책본부’를 설치했다. 정부 대책본부 설치는 긴급사태 선언을 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 중 하나다. 일본 정부가 설치한 전문가 회의도 26일 “만연 우려가 크다는 것이 인정된다”는 보고서를 승인했다. 이날 오후 열린 정부 대책본부에서 원래 이달 초까지 실시할 예정이었던 한국과 중국에서 오는 이들에 대한 입국 제한 조처를 다음달 말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27일부터 독일 등 유럽 21개국과 이란에서 오는 외국인은 입국 거부를 하기로 결정했다.

고이케 지사의 25일 밤 기자회견 직후부터 도쿄 일부에서는 식료품 사재기 현상까지 벌어졌다. 이날 밤 10시께 <한겨레>가 도쿄 다이토구 슈퍼마켓에 가보니 시민들이 고기와 빵, 쌀 같은 식료품을 대량으로 사들이고 있었다. 24시간 영업하는 이 슈퍼마켓에서는 평소 밤에는 퇴근길 시민들이 장보기를 약간 했지만, 이날 밤에는 봉투 여러 장에 식료품을 잔뜩 채워 나갔다. 고기와 빵 판매대에는 물건이 20%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26일 아침에도 도쿄 주오구 슈퍼마켓에 가보니 사람들이 국수와 라면, 쌀, 고형 카레처럼 보존성이 높은 식료품을 집중해서 사들이는 모습이 보였다. 불안감이 도쿄를 엄습하고 있는 것이다.

급작스러운 기류 변화에 일본인들도 당황스러워한다. 지난주 많은 일본인이 코로나19 감염 확산 우려에도 벚꽃놀이를 즐길 만큼 분위기가 차분한 편이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발표한 확진자 수가 2000여명으로 중국, 한국, 유럽보다 확연히 적은 점이 영향을 미쳤다. 확진자 수가 적은 이유에 대해 일본 내에서도 검사를 소극적으로 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았지만, 지나친 검사는 의료체계를 붕괴시킬 우려가 있다는 주장에 그동안 묻혔다.

이 때문에 일본 인터넷에서는 “올림픽 연기가 결정되자마자 위협이 강해지는구나. 도민보다 올림픽이 우선이냐” “올림픽 연기된 이 시점에 감염자 증가라니 의문”이라는 의견들이 올라오고 있다. 도쿄에 사는 한 한국인도 “불안감이 커져 예정보다 두 달 정도 일찍 귀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연속보도] n번방 성착취 파문
▶신문 구독신청▶삐딱한 뉴스 B딱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