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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달라진 비례대표제도 ‘뽀개’드립니다[읽씹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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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15일은 21대 국회의원 선거날입니다. 300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게 되죠. 유권자들은 투표소에서 2장의 투표용지를 받게 됩니다. 하나는 자신이 속한 지역구의 국회의원을 뽑는 투표용지고요, 또하나는 지지하는 정당을 선택하는 정당투표 용지입니다. 정당투표 정당 득표율에 따라 해당 정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결정되기 때문에 정당투표를 ‘비례대표 투표’라고도 합니다. 정리하면, 유권자 1인이 2표를 행사합니다. 1표는 인물에게, 또 다른 1표는 정당에.

△지역구 국회의원 투표 : 전국 253개 지역구(선거구)에서 가장 많이 표를 얻은 1명이 당선. 총 253명. 내 지역구에 어떤 후보가 등록했는지 알고 싶다면? 중앙선관위 선거통계시스템(info.nec.go.kr)

△정당 투표 : 비례대표 의석 수는 47석. 각 정당 비례대표 의원은 정당 득표율 등에 따라 결정. 다만 정당 득표율이 3%를 넘어야 비례대표 의석을 배정받을 수 있음. 정당투표 용지의 순번은 현직 국회의원이 많은 정당 순서대로 정해지고, 국회의원이 없는 원외정당들의 배치순서는 가나다 순.

■비례대표 선출 방식이 바뀌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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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는 지난 총선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선 유권자들이 투표하는 방식은 똑같지만 정당투표 결과를 반영하는 방식이 복잡해졌습니다. 이전에는 정당투표에 따른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47석)이 결정됐죠. A정당의 정당 득표율이 10%라면 비례대표 의석 47석 중 10%인 4.7석을 배정받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선거부터는 정당투표 결과를 비례대표 의석이 아니라, 총 의석 수(300석)에 ‘연동’하는 방식이 적용됩니다. 해당 정당의 국회의원(지역구+비례대표) 수를 정당 득표율에 맞추는 거죠.

△연습문제① A당이 지역구에서 0석, 정당 득표율이 10%라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도에서 A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수(x)는?

-기 존 : 지역구 의원 0명, 비례대표 의원 4.7명(비례대표 의석 47석의 10%) →총 의원 수는 4.7명

-연동형 : 지역구 의원 0명, 비례대표 의원 x명 →총 의원 수는 30명(국회의원 총 의석 수 300석의 10%를 보장)

연동형에서는 A당 소속 국회의원이 총 의석수의 10%인 30명이 돼야 하므로 x = 30

△연습문제② A당이 지역구에서 1석, 정당 득표율이 10%라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도에서 A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수(x)는?

-기 존 : 지역구 의원 1명, 비례대표 의원 4.7명 (비례대표 의석 47석의 10%) →총 의원 수는 5.7명

-연동형 : 지역구 의원 1명, 비례대표 의원 x명 →총 의원 수는 30명 (국회의원 총 의석 수 300석의 10%를 보장)

연동형에서는 A당 소속 국회의원이 총 의석 수의 10%인 30명이 돼야 하므로 x =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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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당의 정당 득표율는 10%이므로 대의제를 택했다면 이 득표율을 반영해 국회의원의 수가 보장돼야 합니다. 그러나 기존 제도에서는 A당이 10%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 수는 전체 국회의원 수의 0.017%에 불과합니다. 이는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서 1등이 아닌 후보자에게 던진 표들이 모두 사표가 돼버린데다, 비례대표 의석 수 자체가 너무 적어 발생한 문제입니다. 거대한 두개의 정당은 정당 득표율보다 국회의원 수가 과도하게 많고, 소수 정당들은 정당 득표율에 비해 국회의원 수가 지나치게 적어지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제도 자체가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 성향, 가치관 등을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인 거죠. 정당 득표율을 총 의석 수에 연동하는 방식은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됐습니다.







■‘준’ 연동형 비례대표는 뭔가요?

연동형은 정당 득표율을 총 의석 수에 100% 연동하는 방식이지만, ‘준’ 연동형은 정당 득표율을 총 의석 수에 50% 연동하는 방식입니다. 개정 선거법은 100% 연동형이 아닌 50% 연동형, 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연습문제③ A당이 지역구에서 0석, 정당 득표율이 10%라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A당 국회의원 수는?

-연동형 : 지역구 의원 0명, 비례대표 의원 30명

-준연동형 : 지역구 의원 0명, 비례대표 의원 15명 (30명의 50%만 반영)

△연습문제④ A당이 지역구에서 1석, 정당 득표율이 10%라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A당 국회의원 수는?

-연동형 : 지역구 의원 1명, 비례대표 의원 29명

-준연동형 : 지역구 의원 1명, 비례대표 의원 14.5명 (29명의 50%만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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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석 캡’을 씌웠다?

여기까지 이해하셨나요? 그런데 이번에 도입된 제도는 완전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비례대표 의석 47석 중에서 30석까지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하기로 했거든요.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은 아예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반대했고, 더불어민주당은 논의엔 참여했으나 완전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엔 소극적이었습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정당 득표율 25.54%)과 새누리당(33.50%)은 각각 비례대표 13명, 17명이 배정됐는데요, 당시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가 도입됐다면 두 정당은 비례대표 의석을 한 석도 가져가지 못하게 됩니다. 두 정당의 지역구 당선자 수가 이미 많기 때문이죠. 이런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은 새누리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과의 협의 과정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가 적용되는 비례대표 의석 수를 제한하는 ‘캡’을 강하게 주장했고요. 결국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되는 비례대표 의석 수는 30석으로 정해졌습니다. 나머지 17석만큼은 기존 비례대표제도에서 거대정당으로서의 이점을 누리겠다는 거죠. 점점 복잡해집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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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말하면 비례대표를 뽑는 방식이 2가지가 된 겁니다. ①비례대표 의석 30석은 정당 득표율과 지역구 투표 모두 고려해 정당별로 배분하고요. 이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이죠. ②나머지 비례대표 의석 17석은 정당 득표율만 판단해 정당별로 나눠 갖습니다. 정당 득표율이 10%인 정당은 나머지 17석 중에서는 1.7석을 가져가는 겁니다.

■‘캡 씌운 30석’과 ‘안 씌운 17석’ 어떻게 나눌까?

이렇게 ‘30석 캡’이 생기면서 셈법이 복잡해졌습니다. 비례대표 의석 47석 중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가 적용되는 ‘캡’이 씌워진 30석을 정당별로 어떻게 배분하는지, 캡이 씌워지지 않은 17석은 또 어떻게 나누는지 알아볼까요? 개념 정리는 끝났으니 심화문제를 풀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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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화문제) 2020년 4월 15일 치뤄진 21대 총선에서 A당은 지역구에서 100명의 국회의원을 당선시켰습니다. B당은 80명, C당은 40명, D당은 30명의 국회의원이 당선됐고요. 소속 정당 없는 무소속 3명이 국회의원이 됐습니다. 정당 투표 결과 정당 득표율은 A당 40%, B당 30%, C당 10%, D당 20% 였습니다. A당은 21대 국회에 총 몇명을 보냈을까요?

해설과 정답은 아래 이어집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21대 국선 비례대표 의석배분 어떻게 달라지나’ 사례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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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득표율은 총 의석 수에 ‘연동’한다는 점을 명심해주세요. 다만 무소속이나 지지율 3% 이하 정당 등 비례대표를 낼 수 없는 정당은 제외합니다. 그래서 총 의석 수(300석)에서 무소속 3명을 제외한 297석에 정당득표율을 연동시키면 됩니다. A당의 경우 정당득표율이 40%가 나왔으니 100% 연동형 비례대표 상황에서는 297석의 40%인 118.8석을 보장받아야 합니다. 이미 지역구에서 100석을 확보했으니 18.8석을 추가로 가져가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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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개정된 선거법은 100% 연동형이 아니라 50%만 연동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 입니다. 100% 연동할 때 18.8석이 필요하지만 준연동형에서는 18.8석의 50%인 9.4석을 배정받게 됩니다. 소수점 첫째자리에서 반올림하면 9석이 되고요. 같은 계산법으로 B당은 5석, D당은 15석을 가져가게 됩니다. C당은 정당 득표율이 10%인데 지역구 당선자 수는 40명이잖아요? 이미 보장받아야 할 의석 수를 넘겼으니 준연동형 비례대표 제도가 적용되는 비례대표 의석 30석 안에서 C당이 추가로 배정받을 의석 수는 0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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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A당 9석, B당 5석, C당 0석, D당 15석을 받게 됐습니다. 모두 더해보니 29석입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가 적용되는 비례대표 의석은 30석인데 1석이 모자랍니다. 이럴때는 소수점 첫째자리를 반영해서 높은 정당 순으로 의석을 배정하면 됩니다. B당과 D당은 각각 4.55석, 14.7석에서 반올림을 해서 5석, 15석이 됐죠? 그런데 A당은 9.4석으로 반올림을 해도 9석으로 정수가 변하지 않았습니다. 반올림으로 정수가 변하지 않은 정당 중에서 소수점 첫째자리가 제일 높은 A당에게 1석을 더 추가하게 됩니다. A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되는 비례대표 의석 30석 중에서 10석을 가져갑니다. 자, 이제 30석이 모두 채워졌습니다. 이번 케이스는 30석에 모자라는 사례였지만 30석을 넘어서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30석을 초과하게 되더라도 정당별로 가져가야 할 의석 수를 그 비율 대로 30석 내에서 배분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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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되지 않는 비례대표 의석 17석은 어떻게 배분될까요? 17석은 오로지 정당득표율에 따라 결정됩니다. A당은 정당득표율이 40%이므로 17석의 40%인 6.8석을 받게 됩니다. 같은 계산법으로 B당은 5.1석, C당은 1.7석, D당은 3.4석이 됩니다. 선거법상 결과값의 정수를 먼저 배정해 자리를 채우고 나머지는 소수점 첫째자리가 큰 순으로 배정되므로 A당은 7석, B당은 5석, C당은 2석, D당은 3석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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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 : A당의 총 국회의원 수는 ①지역구 국회의원 100명 ②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가 적용된 비례대표 의원 10명 ③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가 적용되지 않은 비례대표 의원 7명 → ①+②+③ = 117명

■‘연동’ 취지 사라진 이상한 선거

하지만 거대 양당이 ‘비례위성정당’들을 새로 만들거나 내세우면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를 골자로 하는 개정 선거법의 취지가 퇴색했습니다. 비례위성정당들의 투표용지 기재 순위를 높이기 위해 국회의원들을 비례위성정당에 빌려주는 일도 벌이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보기]의원 꿔주기’ 민주당, 비례의원 3명 제명… “통합당과 다를 게 뭐냐” (https://news.khan.kr/yhD3)

비례 표를 받기 위해 급조된 원외정당 중에도 ‘가나다 순’인 투표 용지 기재 순위를 높이려고 정당 이름을 ‘가○○○○’ 등으로 짓기도 하고, 기존 거대 정당과 ‘연합’하기도 합니다. 경향신문 유튜브 이런경향 ‘읽씹뉴스’ 영상에서 정치부 박순봉 기자는 “이번 총선을 ‘비례정당 대전’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다. 미래통합당과 더불어민주당이 비례정당들을 만들면서 기존과 크게 달라진 것도 없는 셈이 돼 버렸다”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로 바뀐 것도 제대로 활용을 못하게 된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기사에 첨부된 영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재덕 · 박순봉 기자 · 석예다 인턴PD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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