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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기자24시] `고사 직전` 공연계가 보낸 작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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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코로나19 탓에 공연계가 고사 직전이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달 들어 24일까지 공연 건수는 211건으로 2월(595건)의 반도 안 된다. 오페라와 국악은 겨우 한 공연씩만 했고, 무용 공연은 아예 안 열렸다. 무산된 공연보다 안 된 공연을 세는 게 빠르다.

타격은 바로 종사자들에게 닥친다. 대리운전·학원강습 등 가욋벌이마저 없어지면서 충격이 더 크다. 연이율 1.2%짜리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코로나19 특별융자'에는 10일 만에 394명이 몰려 예산액 30억원을 훌쩍 넘겼고, 300만원을 주는 예술인 실업급여 '창작준비금'은 대상 인원 6000명에 1만4800여 명이 신청했다. "이 시국에 무슨 공연이냐"는 비난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최소한의 밥벌이를 위한 투쟁은 숭고하다.

'공연할 권리'를 외치는 곳들은 그에 따르는 방역의무에 충실하다. 매일 극장을 소독하고 정상체온에 마스크를 쓴 사람만 들여보낸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이름과 좌석번호, 연락처까지 받아둔다. 수많은 이들이 서울 대학로를 오갔지만 공연장에서 감염 확산 사례가 없었던 배경이다.

악재 속에서 분투하는 이들에게 응원을 보내며, '사회적 거리 두기'에 협조하는 이들에게도 동료 시민으로서 감사를 전한다. 온라인으로 공연 실황을 중계하거나 다시 보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기아트센터, 국립국악원, 예술의전당, 서울돈화문국악당 등이 그 주역들이다. "이렇게 볼 수 있어 좋다"며 호응도 높다.

하지만 비용 부담이 커 민간단체는 쉬이 엄두를 못 낸다. 제작부터 영상화·중계까지 도와주는 '공연예술 창작산실' 등의 사업에 선정되기만 바랄 뿐이다. 재정 지원은 이런 곳에 필요하다. 정부 방침에도 부합하고 잠재 수요도 충분하다. 공연계는 이번 일을 계기로 '온라인 예술'이 활성화하리라 본다. 한국에도 베를린 필하모닉 '디지털 콘서트홀' 같은 성공 모델을 기대할 만하다는 것이다.

암울한 시기에 사람들은 더욱 '예술의 힘'을 구한다. 온라인으로라도 좋다. 역병이 세계를 정지시키고 사람들 사이를 냉랭하게 만드는 이때 예술마저 없다면 4월은 얼마나 잔인할는지.

[문화부 = 서정원 기자 jungwon.seo@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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