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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이슈토론] 재난기본소득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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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재난기본소득 지급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재난기본소득은 재난 상황에서 위축된 경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 모두에게 조건 없이 일정 금액을 나눠주는 것이다.

찬성 측은 한국 정부의 국가채무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훨씬 낮고, 특단의 재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반대 측은 재난기본소득의 효과가 작으며 재원 마련과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 찬성 / 윤형중 LAB2050 정책팀장
국가채무 OECD평균보다 낮아…위기 극복위해 특단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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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기본소득에 대해 그동안 이뤄진 토론을 보면 아직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기본소득이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

재난기본소득을 향한 비판들을 하나씩 반박해 보겠다. 우선 재정건전성 논란이다. 한국 정부의 국가채무비율은 약 4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약 110%)보다 훨씬 낮고, 이런 건전성을 유지해온 이유가 지금 같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비상시에 비상식량을 먹지 않고 쌓아두며 굶고만 있으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또한 여러 논의에서 '기본소득'과 '현금 지급'에 대한 비판들이 뒤섞여 있다. 여러 경제학자들은 일회적 소득(임시소득)은 지속적 소득(항상소득)에 비해 소비로 이어지는 효과가 작다고 비판한다. 그렇다면 되묻고 싶다. 일정했던 소득이 줄어든 만큼 채워주는 현금은 임시소득인가 항상소득인가. 이를 구분하기 어렵고, 따라서 선별 수당을 반대하기도 어렵다. 가계에 대한 현금 지급이 '재정승수'가 낮다는 비판도 마찬가지다. 재정승수가 높은 정부 지출, 정부 소비만 하기엔 재난 대책으로 한계가 있다. 이런 주장들은 표면적으론 현금 지급을 비판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론 선별 수당을 반대하는 논리로 나아갈 수 없다.

따라서 엄밀한 토론을 하려면 '선별 수당'과 '기본소득' 간 우열을 따져야 한다. 둘은 장단점이 뚜렷하다. 정부 재정이 무한정 있는 것이 아닐 테니 꼭 필요한 곳에 쓰는 재정 효율성 측면에선 선별 수당이 우월하고, 선별하는 행정 비용이 들지 않고 사각지대가 없다는 점에선 기본소득이 유리하다. 그동안 후자보다는 전자의 논리가 강했기에 선별 복지, 선별 수당 위주로 복지 체계가 작동했다. 하지만 기본소득도 선별을 아예 하지 말자는 아이디어가 아니다. 보편적으로 지급하되 세금을 선별적으로 거두자는 게 기본소득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보자. 선별 지급과 선별 환수 중 무엇이 더 쉬운가.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 지원하는 것보다 모두에게 지급하되 도움이 필요 없는 고소득자에게 환수(과세)하는 방식이 훨씬 쉽고 행정 비용도 절감된다. '선별 환수'가 가능한 세법 개정이 빠르게 이뤄지기가 어렵다는 것이 유일한 걸림돌일 뿐이다. 모두에게 재난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21대 국회에서 선별 환수하는 세법을 만들자. 그게 21세기에 맞는 행정 혁신의 사례가 될 것이다.

■ 반대 / 김상봉 한성대학교 교수
임시소득 소비 연결 효과없어…코로나 이후 불황에 대비해야

매일경제

기본소득이나 재난기본소득은 효과가 작다. 항상소득가설에서 임시소득 증가는 항상소비나 임시소비 증가와 상관관계가 없다.

더구나 현재는 일부 온라인 소비를 제외한 오프라인 소비는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므로 일시적으로 주어지는 쿠폰이나 상품권은 효과가 거의 없다. 또한, 경제 규모가 커지고 복지가 많이 증가하는 일반적인 경제 상황에서도 정부 지출 승수는 계속 감소해 0.2 내외로 본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는 거의 0에 가깝다.

또한 코로나19가 끝나고 L자형 불황이 예상되는 국내 경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코로나19가 끝나고 일상적 소비로 돌아오면서 예상보다 증가하는 오버슈팅을 만들어 경기 하락기에 낙폭이 일시적으로 더 커져 경기 진폭은 더 커지게 되고, 대규모 실업의 지속 기간은 더 길어지게 된다.

재원과 재정건전성에도 문제가 생긴다. 재원은 대부분 정부 세입이나 채권 발행이고, 현재나 미래 세대의 빚이다. 지방자치단체가 기본소득을 주더라도 지자체 재정자립도가 낮은 상황에서 지방재정교부금 등으로 해결되기 때문에 결국 정부의 빚이 된다. 2020년부터 경상성장률 평균 3.0%, 올해 추경 감안, 공공 부문 부채가 일정하다고 가정하면 2023년 국가채무(D1)는 약 1074조원(GDP 대비 49.8%)이 된다. 공공부채를 포함하는 D3(광의의 국가부채)는 1471조원(GDP 대비 68.3%)으로 2018년 말보다 약 14% 증가한다. 한계 국가채무비율을 110%로 보면 약 15년도 안 남았다.

미국에서 1000달러씩 주는 것은 기축통화이기에 헬리콥터 머니를 뿌리더라도 채권 발행 등으로 가능하고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유럽 일부 국가들은 이미 2010년대 초에 재정위기에 처했고, 유럽연합(EU)이라는 테두리 속에 있다.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타이밍을 놓치는 대규모 재정정책이나 금융정책을 써 봐야 소용없다.

세금을 내는 일부에게만 주는 재난기본소득은 공정성도 낮다. 소득 재분배 차원이라고 하지만 세금을 내는 주체와 받는 주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지속 기간을 최대한 짧게 하고, 가계나 기업은 버티는 것이 최고의 대응책이다. 올해 늘어난 예산 약 43조원, 재난기금 5조원, 추경 예산 11조7000억원으로 타이밍을 잘 보고 코로나19에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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