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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사설] 눈뜨고 못 볼 여야의 위성정당 의원 꿔주기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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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거대 양당의 비례위성정당들이 졸속·누더기 공천으로 최악의 비례대표 후보들을 선출한 데 이어 이제는 투표용지에서 앞자리를 차지할 수 있도록 모(母)정당들이 ‘의원 꿔주기’ 경쟁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더시민)에 불출마 현역의원 7명을 파견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어제 의원총회를 열어 3명의 비례의원들이 의원직을 유지한 채 더시민으로 옮길 수 있도록 이들에 대한 제명 절차를 밟았다. 얼마 전 미래통합당이 원조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 의원들을 파견한 데 대해 ‘후안무치하다’고 비난했던 민주당이 똑같은 행동을 한 것이다. 윤호중 사무총장은 심지어 민주당 선거대책위 대변인인 제윤경 의원에게 “파견가더라도 민주당 대변인으로 활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더시민 의원이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 역할을 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목불인견의 막장정치가 아닐 수 없다.

위성정당에 10명의 현역의원을 보낸 통합당은 의원 10여명을 추가 파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역의원 18명인 민생당을 제치고 비례 1번 기호를 차지하려는 꼼수다. 정당들이 투표용지 순번에 욕심을 내는 것은 유권자들이 앞 순번 정당에 투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거대 양당이 빚어낸 혼선과 표심 왜곡은 선거와 정당정치의 근간을 위협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엄정한 법집행으로 혼란을 최소화해야 하지만 이런 탈법적 상황을 수수방관하고 있다. 선관위는 지난 달 초 “비례대표 후보는 전략공천이 아닌 민주적 절차에 따라 뽑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통합당의 반발로 한국당 후보 공천 명단이 바뀌고, 더시민이 민주당의 명단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 과연 민주적 절차인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비례대표 후보 선출 절차를 정한 당헌·당규 등을 선관위에 제출하는 시한을 놓고도 ‘고무줄 잣대’로 빈축을 사고 있다.

선관위는 여당 편향이라는 의심을 받을 만한 결정도 내놨다. 선관위에 따르면 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지역구에 출마했다는 이유로 한국당 지지 발언을 하지 못한다. 불출마한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선거법에 따른 제한 주체’로 보기 어렵다며 더시민 지지를 호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선관위의 이 같은 설명에 통합당은 반발하고 있다. 공정한 심판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선관위도 정당정치를 퇴보시킨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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