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민(왼쪽) 대통령비서실장이 9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기에 앞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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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내 2채 이상 집을 보유한 청와대 고위공직자들은 불가피한 사유가 없다면 이른 시일 안에 1채를 제외한 나머지를 처분하라.” 지난해 12월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의 이 같은 주문은 그저 ‘권고’에 그친 것으로 25일 나타났다. 당시 대상자 11명 중 8명이 여전히 다주택자인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기준에 해당되진 않았지만 ‘모범을 보이라’는 여론이 많았던 노 실장도 여전히 다주택자였다. 청와대의 언행불일치가 오히려 부동산정책 신뢰도만 떨어뜨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대통령ㆍ대통령비서실ㆍ국가안보실ㆍ대통령경호처 소속 재산 공개 대상 47명 중 투기 및 투기과열지구 내 2채 이상을 보유한 이는 8명(17.0%)이다. 김조원 민정수석, 이호승 경제수석, 여현호 국정홍보비서관, 강문대 사회조정비서관, 조성재 고용노동비서관, 강성천 산업정책비서관, 윤성원 국토교통비서관, 박진규 통상비서관 등(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소속과 직책)이 해당한다. 총 신고금액이 17억6,800만원으로 가장 높았던 김조원 수석의 경우,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각각 서울 강남구 도곡동과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아파트 1채씩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노 실장의 권고가 사실상 공염불이었음을 보여준다. 당시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투기 또는 투기과열지구에 2채 이상을 가지고 있는 참모는 11명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72.7%에 해당하는 8명이 집을 팔지 않고 그대로 보유 중이기 때문이다. 이미 청와대를 떠난 2명(박종규 전 재정기획관, 유송화 전 춘추관장)의 보유 현황은 자료에 수록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권고 수용률은 바닥인 셈이다. 일부 참모들은 “매각하려 했지만 팔리지 않았다”는 설명을 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변명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15일 서울 송파구 일대의 아파트단지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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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권고를 했던 노 실장도 자료상 여전히 다주택자로 분류된다. 그는 충북 흥덕구 가경동과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아파트 한 채씩을 보유하고 있다. 노 실장의 경우 ‘수도권 내 다주택자’에 속하진 않지만 다주택 보유자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 지난해 말 기준 재산 내역을 신고한 것인 만큼 올해 변동이 있었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개별적인 사안을 말하기 적절치 않다. 관보를 참고해달라”고 말했다.
물론 노 실장의 권고가 ‘지시’는 아니었던 만큼 강제성은 없다.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경우 여러 채를 보유할 수 있다’는 조건도 있어 내부적으로 소명을 했다면 문제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실천으로 이어지지도 못할 매각 권고를 공개했던 이중적 태도가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신뢰도를 훼손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시 윤도한 수석은 “청와대 고위공직자들이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여야 조금이라도 (12ㆍ16 부동산)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 하에 이런 결정을 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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