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신작 개봉 연기에…
IPTV 직행 영화 역개봉 첫 사례
IPTV 입소문에 힘입어 극장 개봉까지 성사된 영화 '공수도'. [사진 그노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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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공포로 영화들이 잇따라 개봉을 연기한 가운데, IPTV로 공개됐던 영화가 극장에서 역개봉하는 사례가 나왔다. 청춘 액션 영화 ‘공수도’가 올레TV 최초 공개(3월 5일) 한 달여 만인 다음 달 9일 멀티플렉스 영화관 CGV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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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영화 유통 공식 허물다
IPTV로 직행했던 한국영화가 극장 개봉하는 건 역대 최초다. 최근 ‘사냥의 시간’이 100억대 대작 영화론 최초로 극장 개봉 없이 넷플릭스(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OTT)에 공개키로 한 것을 비롯,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기존 영화 유통 공식을 허물고 있는 셈이다.
CGV는 25일 본지와 통화에서 “‘플립’ ‘아이언 자이언트’ 같은 외국영화 사례는 있었지만, 한국영화는 ‘공수도’가 처음”이라며 “신작 콘텐트가 개봉하지 않는 상황에서 극장도 마냥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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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포기했던 2억짜리 영화 역개봉
‘공수도’는 공수도 관장의 딸이자 유단자 채영(정다은)이 정의롭지만 나약한 종구(오승훈), 일진 출신 해성(손우현)과 무술로 뭉치는 성장영화다. 2012년 힙합 단편 ‘작전시티’로 제2회 올레스마트폰영화제 대상을 거머쥔 채여준 감독이 각본·음악을 겸했다.
25일 이 영화 관계자에 따르면 당초 극장 개봉을 추진했지만, 순제작비 3억원이란 초저예산 탓에 광고·마케팅 비용이 부담돼 포기했다. 이후 대만 등 아시아 12개국 선판매에 더해 올레TV에서 극장 미개봉작으론 이례적으로 전체 다운로드 순위 10위권에 진입하는 등 입소문이 나면서 역으로 극장 개봉이 성사됐다.
배우 이제훈, 최우식(사진) 등이 주연한 100억 대작 영화 '사냥의 시간'은 코로나19로 인해 극장 개봉 없이 넷플릭스(OTT)로 직행한다. [사진 리틀빅픽쳐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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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와 통화에서 이 관계자는 “3월 초에 우리가 CGV에 먼저 제안했고 영화에 대한 반응이 괜찮으니 시범적으로 개봉해보자란 응답을 얻었다”면서 “스크린 독과점 등 문제로 작은 영화가 들어갈 틈이 많지 않았는데 코로나 사태로 신작들이 개봉일을 뒤로 미루면서 다양한 영화에 개봉 기회가 왔다”고 조심스러운 속내를 밝혔다. CGV 외에 다른 극장들과도 개봉을 추진 중이라 전했다.
CGV 관계자는 “극장 입장에서도 인지도, 관람의향이 어느 정도 검증된 콘텐트를 확보한 것”이라며 “공급이 넘쳐나던 시장 구조에서 벗어나 영화들의 개봉이 지연되면서 작은 영화가 2차 부가판권시장을 갔다가 개봉하는 전략을 고민해볼 수 있는 새로운 사례”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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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영화 '라라랜드' 예매 1위
메가박스가 25일 재개봉한 '라라랜드'(2016) 관객을 위해 제작한 '오리지널 티켓'. [메가박스 인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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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들의 개봉이 연기되면서 재개봉작도 극장가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2016년 음악영화 ‘라라랜드’는 25일 전국 메가박스 59개 지점에서 재개봉해 이날 예매율 1위(13.4%)에 올랐다. 스크린 수는 128개로, 재개봉작으론 큰 규모다.
극장 사운드의 이점을 누릴 수 있는 음악영화인 데다, 영화 이미지를 활용한 ‘오리지널 티켓’을 증정해 소장 욕구를 자극했다. 극장 측이 사전에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관객들에게 ‘오리지널 티켓’으로 만나보고 싶은 영화를 투표 받아 선정했다. 영화관만이 제공할 수 있는 차별화 전략으로 관객들을 안방극장에서 끌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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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극장의 차별화 전략
다른 멀티플렉스들도 앞다퉈 차별화된 재개봉작을 물색 중이다. CGV는 특수 상영관 포맷을 살려 ‘해리포터’ 시리즈를 오감 체험할 수 있는 4DX 재개봉, 자동차 액션 영화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의 아이맥스 재개봉 등을 진행 중이다. 홈페이지를 통해 관객이 보고 싶은 영화를 투표 및 댓글로 신청받아 ‘인생영화 기획전’도 열고 있다. 1년 전 1600만 흥행을 거둔 ‘극한직업’도 투표 결과에 따라 26일부터 극장에서 상영된다.
이미 24일 박스오피스 20위권엔 ‘스타 이즈 본’ ‘트루먼 쇼’ ‘어바웃 타임’ ‘빌리 엘리어트’ 등 재개봉작 9편이 올랐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신작 개봉이 얼어붙으면서 OTT 콘텐트가 극장에서 상영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극장 관계자는 “그간 홀드백 기간을 두고 넷플릭스와 대립해온 일부 멀티플렉스 극장들도 관객이 원한다면 넷플릭스 콘텐트를 상영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코로나19가 영화계의 장벽을 허물고 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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