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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이슈 미술의 세계

코로나 맹위 떨쳐도 미술판 모세혈관은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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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끼고 볼만한 전시들

한겨레

코로나 19바이러스 확산사태로 미술판은 사실상 휴면 상태에 빠졌지만, 모세혈관은 여전히 돌아가고 있다. 전시 일정을 미룰 수 없는 군소 화랑과 대안공간 등에서는 중견, 소장작가들의 의욕적인 봄 신작들을 내놓는 전시들이 명맥을 잇는 중이다.

가천대 미대 교수를 지낸 중견화가 김근중씨는 서울 북촌 아트비트 갤러리에서 푸른빛, 보랏빛, 누른빛, 분홍빛 등의 색깔들이 각기 단색조 화면을 펼쳐내는 신작 그림들을 내걸었다. 화풍의 변화를 알리는 21번째 개인전(31일까지). 최근까지 민화에서 영향을 받은 꽃 추상화들을 그리며 강렬한 이미지를 심었던 작가는 90년대말 2000년대초 그렸던 색면 회화와 석고붕대 거즈를 붙인 오브제 회화의 스타일을 새삼 끄집어내면서 변주를 꾀했다. 화폭엔 돌가루를 여기저기 뿌려 불룩하게 돌출한 듯한 질감을 내거나 열을 지어 거즈를 붙이면서 독특한 표면효과를 냈다. 그 위를 차분하게 뒤덮은 단색의 색면과는 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과거의 작품보다 깊은 눈맛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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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맞은편에 있는 리만 머핀 갤러리 서울점에서는 2017년 베네치아 비엔날레 오스트리아 국가관 대표작가인 에르윈 부름의 개인전(4월11일까지)이 펼쳐지고 있다. 사람 몸이 쑥 들어가는 거대한 털 모자, 유기체처럼 부풀어오르는 집, 인간의 발이 붙은 육중한 돌, 손가락 끝에 오렌지와 레몬이 꽂힌 콘크리트 손 등 기발한 조형물들의 모양새가 눈길을 붙든다. 부름은 작가가 만든 작품에 관객의 몸짓이 어울려 독특하고 익살스런 형상을 만들어내는 ‘1분 조각’의 창안자다. 두 전시는 전시장 사이를 왔다갔다하면서 봐도 좋다.

서울 와우산로 홍익대 홍문관 비트리 갤러리에서는 투명한 물 속 세상의 이미지를 회화로 떠낸 문승현 작가의 신작전 ‘물, 형상의 회복’(27일까지)이 관객을 맞고있다. 청아한 물 속의 공간을 부유하거나 유영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출품작들은 유년시절 시냇가를 맴돌며 놀던 기억을 모티브 삼아 그렸다고 한다. 작가는 화폭에 아라비아 고무액과 수채물감을 몇번이고 칠하면서 담백하고 경쾌한 감성을 주는 수많은 겹의 색면층을 구축했다. 수채물감을 종이 위에 흩뿌리고 번지고 스며들게 하면서 담백한 색면 위에 유기적 형상들이 아롱지는 그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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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퇴계로 갤러리 브레송에는 사진작가 손은영씨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이란 제목의 인물 사진 전시(28일까지)를 차렸다. 2017~19년 강원도, 제주도, 전라도 등의 지방을 돌면서 만난 이땅 곳곳의 보통사람들이 주인공이다. 농가집, 마을골목, 옥수수밭, 고목밑, 정미소 등을 배경으로 자신들이 걸어온 삶의 역사를 은연중 드러내는 이 시대 민초들의 소탈한 용모를 포착했다. 화면의 인물 주위 배경을 흐릿하게 조절하면서 인물들의 상을 부각시켜 그들을 휘감고 지나간 세월의 존재를 부각시킨 나름의 연출기법이 돋보인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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