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업체 기대감 큰 유럽에 전염병 확산 중
글로벌 외환위기 당시 재생에너지 몰락한 바 있어
전기차 지원책 뒷전 가능성… 배터리 흑자시기 불확실
차세대 배터리 및 생태계 조성에 ‘All Korea’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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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최원영 기자 = 코로나19가 전기차의 중심인 유럽과 중국, 미국을 강타하고, 초저유가의 장기화 가능성까지 예고되면서 우리나라 차기 먹거리로 꼽히는 ‘전기차배터리’ 앞날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전기차 개화 시기가 늦춰지면 후방산업인 배터리 업계의 ‘흑자’ 시점이 덩달아 미뤄지고 안팎의 영업환경이 악화되면 소재 공급망(밸류체인) 역시 와해될 수 있어서다. 차기 배터리시장 선점을 위해서라도 정부와 대기업 중심 대응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업계에서 나온다.
23일 외신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은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1~2분기 유럽연합 국내총생산(GDP)가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으로 관측했다. 앞서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3%로, 국제통화기금(IMF)은 -0.6%로 대폭 내려잡았다. 국내 배터리 3사가 급성장 중인 유럽 완성차업체에 배터리 공급량을 늘리며 하반기 흑자 전환 기대감을 키워 왔던 터라 우려가 더욱 크다.
꼬박 10여 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로 재생에너지산업이 몰락하는 쓰라림을 맛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유럽과 미국 등은 태양광·풍력발전 등 대규모 친환경에너지 정책을 축소·철회한 바 있다. 국가 부도 위기에서 실리 위주 정책을 우선적으로 펼 수밖에 없었고 무너진 글로벌 태양광업체들이 넘쳐났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각 정부의 보조금 등 전기차 지원 정책에 힘이 빠지고 셧다운 사태에 빠진 완성차기업들도 전기차 투자에 소극적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다 국제유가의 급락은 값싼 연료를 표방하는 전기차의 매력을 한동안 퇴색시킬 수밖에 없다.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등은 주력 유화사업이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상태라 배터리에 대한 대규모 투자에 부담이 커진다. 기업들은 현재 큰 폭의 수주잔고를 기반으로 증설 투자를 진행 중이지만 발주사 사정에 따라 자칫 납기 지연 요청 및 물량 축소, 추가 공급계약 불발 등이 우려된다. 또 보조금 축소와 유가 하락은 완성차업체들의 배터리 단가 인하와 고기능성 배터리 개발 압박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각국이 쏟아내는 천문학적 규모의 경기 부양책이 구원투수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실제 수혜가 전기차 및 배터리로 얼마나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유럽의 고강도 환경정책이 후퇴하거나 추진력이 약화될 수 있고, 경제위기까지 심화된다면 전기차배터리 흑자 시점 및 실적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국내 밸류체인을 지키는 한편 경쟁력을 끌어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에서 나온다. 소재 중 하나라도 경쟁력을 잃으면 병목현상이 일어나 제품 성능을 올리는 데 발목을 잡을 뿐 아니라 공급 안정성을 위해서라도 로컬 내 공급망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가뜩이나 일본·중국의 밸류체인에 비해 경쟁력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고 향후 영업환경 악화 시 더 허약해질 수 있어서다.
이미 일본 토요타는 차세대 배터리 중 하나인 ‘전고체배터리’를 8월께부터 양산에 들어간다고 밝힌 바 있다. 2010년 이후 국가단위 산학 대규모 협력체 ‘All Japan’ 전략으로 개발에 들어갔고 관련 특허의 30~40%를 싹쓸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일본·중국업체에 맞서 시장 점유율 확대를 이어갈 여지는 탄탄한 밸류체인망 구축밖엔 답이 없다”면서 “정부와 대기업들이 주축이 돼 중소 소재업체들과 연구개발 단계부터 협업하며 생태계를 형성해야 하고 배터리 재활용 등에 대한 공동의 논의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런 상황에서 국내 배터리 맞수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은 영업비밀 침해 관련 국제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ITC의 최종판결은 10월께 발표될 예정이다. 다만 SK이노베이션 미국 공장서 만들어질 물량을 공급받을 폭스바겐은 LG화학으로서도 가장 큰 고객사 중 하나이므로 완성차업체들과의 상호 신뢰와, 생태계 형성을 위해서라도 합의로 가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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