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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6 (목)

기업 자금조달 ‘발등에 불’…채권안정펀드 ‘소방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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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기업어음 시장 경색 심화

“펀드 모집·투입에 1개월여 걸려

3월 만기 채권 등 막을 조처 필요”

금융당국-은행권 지원 협약 체결

정부 오늘 안정대책 발표키로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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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장단기 자금조달처인 회사채 시장과 기업어음(CP) 시장의 경색이 심화하고 있다. 지난 16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24일 제2차 비상경제회의를 열어 증권시장안정기금과 함께 채권시장안정펀드 조성, 단기자금시장 대책 등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기로 해 시장 불안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23일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보면, 회사채와 기업어음 금리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오히려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AA-등급 회사채(3년물) 금리는 지난 16일 연 1.76%에서 23일 2.01%로 올랐고, 국고채 3년물과의 스프레드(금리 격차)는 66bp(1bp=0.01%)에서 85bp로 확대됐다. 또 기업어음(91일물) 금리는 16일 1.53%에서 기준금리 인하 하루 뒤인 17일 1.36% 내려갔다가 다시 상승 반전해 23일에는 1.55%로 올랐다.

한겨레

이는 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채권을 사려는 투자자들이 거의 없는 탓이다. 특히, 증권사들이 주가 급락 여파로 해외 주가연계증권(ELS) 헤지 포지션에서 증거금 요구가 확대되자 달러 확보 목적으로 기업어음 발행 물량을 급격히 늘리는 것이 수급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윤원태 에스케이증권 연구원은 “특수채와 은행채는 거래가 되지만 다른 채권은 싸게 팔려는 물량이 나와도 사겠다는 투자자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단기자금시장은 기업들이 운전자금 조달용으로 만기 2~3개월에서 1년 미만의 짧은 채권이나 어음을 발행하는 시장을 말한다. 주로 신용도가 높은 거래자들이 일시적으로 현금이 부족하거나 과잉 상태에 있을 때 자금 과부족을 조절하는 시장이다. 회사채에 이어 단기자금시장까지 경색되는 것은 금융시장에 좋지 않은 신호로 여겨진다.

정부는 애초 24일 증권시장안정기금과 채권시장안정펀드,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조성 계획을 발표한다고 했으나 여기에 단기자금시장 대책도 추가로 포함시켰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후 1시 브리핑을 통해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할 예정이다. 채권시장안정펀드는 처음에 10조원으로 시작하고 필요시 증액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프로그램은 6조7천억원 규모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23일 은행연합회와 시중은행, 신용보증기금 등과 코로나19 금융지원 협약을 체결했다. 은행권은 협약에서 “채권시장안정펀드 조성에 기여하고 필요시 증액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으며, “증권시장안정펀드의 신속한 조성에도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일단 이번 대책이 시장의 불안 심리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 김은기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채권시장안정펀드는 1999년 대우사태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어느 정도 효과를 본 제도로 시장 안정화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채권시장안정펀드는 펀드 설정과 자금 모집에 약 1개월의 시간이 걸렸다”며 “3월말까지 단기자금 만기의 차환이 필요해 단기자금시장에 유동성 공급을 위한 조치들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윤원태 연구원도 “자금을 투입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앞으로 1~2주가 험난한 여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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