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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사설]눈앞에 닥친 해고 사태, 골든타임 놓쳐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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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경기침체 공포가 커지면서 고용시장에서 대량해고 사태가 현실화하고 있다. 통계청의 2월 고용동향을 보면 이미 도·소매업 취업자수가 10만6000명 감소했다. 취업자 중 일시 휴직자는 14만2000명 증가했다. 10년 사이 가장 큰 증가폭으로, 휴업·휴직·실직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이달 셋째주 코로나19 관련 해고·권고사직 제보 건수가 첫 주에 비해 3.2배 증가했다. 시장에선 6조5000여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는 ‘4월 위기설’까지 나돈다. 소비 위축의 직격탄을 맞은 기업 중 자금사정이 나쁜 기업들이 ‘돈맥경화’로 줄도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재계를 대변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기업의 법인·상속세율을 내리고, 노동자 해고 요건은 완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노동자와 함께 이겨나갈 생각은 하지 못하고 기업 먼저 살겠다는 발상이 유감스럽다. 하지만 그 위기감과 절박감에는 공감한다. 한시가 급한데 정부가 움직이지 않으니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 지난 며칠간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는 정부를 보면 소극적 자세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노동자들에게 지급하는 휴업수당이나 재난기본소득 도입 등 지원 논의가 더디기 짝이 없다. 현장에서는 벌써 아우성인데 여전히 재정건전성 타령을 하고 있다. 한국의 코로나19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지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0.9%로 독일의 5분의 1 수준, 미국의 절반도 안된다. 프랑스·스웨덴 등이 유급휴가 비용을 정부가 보장하고, 미국은 630여조원을 국민에게 직접 현금으로 지급하겠다고 했다. 균형 재정을 고집해온 독일도 200조원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준비 중이다. 해외 주요국이 사태 해결을 위해 중장비를 총동원하는데 우리 당국은 삽질만 하는 격이다.

코로나19 공포는 소비·활동을 위축시켜 실물위기를 불렀고 금융위기로 옮아가고 있다. 미국과 통화 스와프 체결로 진정 기미를 보이던 금융시장이 23일 다시 곤두박질쳤다. 여기에 대량 실직이 현실화하면 피해는 예측조차 할 수 없게 된다. 시장 안정대책과 함께 소비 자체가 어려운 취약계층을 집중 지원해야 한다. 실행 가능한 긴급복지지원제 확대는 물론 재난기본소득 도입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일을 잠시 멈추어야 하는 노동자의 유급휴가비 지원도 마찬가지다. 그래야 소비가 살아나고 기업도 살 수 있다. 기존의 제도뿐 아니라 새로운 발상으로 대책을 내고 신속하게 집행해야 한다. 골든타임을 놓친 뒤 사후약방문을 들고 나서면 무슨 소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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