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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왜냐면] 대구 사람이 읽은 코로나 세계 / 이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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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시철 ㅣ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대구에 삽니다. 서울에서는 하루 신규 확진 30명도 많다고 긴장하지만, 대구에서는 ‘신천지’를 관리·억제하면서 3월초 수백명씩 늘어나던 확진자 수가 이제 두 자리로 떨어진 것이 반갑습니다. 희생자가 많았지만 이 정도로 버티어 온 것이 스스로도 신기할 정도지요. 의료진, 언론인, 통장, 특히 택배기사분들에게 아무리 감사드려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대구시와 경상북도의 리더십, 일선 공무원들이 일하는 자세와 노력을 직접 보면 성원과 박수 외에는 보낼 게 없습니다. 서울시장, 부산시장, 전북도지사의 격려 글을 지역신문에서 대하니 큰 힘이 됩니다.

평소 유료인 미국의 주요 신문이 코로나 관련 기사를 모두 무료화하여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뉴욕 타임스>(NYT), <월스트리트 저널>(WSJ), <워싱턴 포스트>(WP), <보스턴 글로브>(BG) 등 지역과 성향을 가리지 않고 살피면 지난주 우리나라 관련 어떤 흐름을 봅니다.

첫째, 코로나19 억제에 가장 성공한 사례로 싱가포르, 대만, 홍콩 등을 꼽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으며 숫자로 명쾌합니다. 일찌감치 중국발 여행자들을 전면 봉쇄한데다 방역도 우수했던 까닭이겠지요.(BG 3월21일치, WP 3.19) 한국과 대구는 그다음입니다. 세 나라는 안중에도 없이 우리가 세계 최고의 방역 성과를 내는 것처럼 일부에서 자찬하는 건 과도해 보입니다. 일본은, 조심스럽지만, 단순히 올림픽 때문에 뭔가 ‘카펫’ 밑으로 쓸어 담는 것으로만 볼 일은 아니고, 방역의 방향이 다른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발원지 중국까지도 최악을 벗어나는 노력에 대하여 평가를 받습니다.(NYT 3.19 사설, 3.20 칼럼)

둘째, 이미 지역사회 감염으로 번진 미국·유럽의 입장에서 훨씬 모범이 되는 나라는 당연히 한국입니다. 우리 언론에 역수입되어 소개되는 것처럼 한국을 배우자는 분위기는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진보와 보수 매체를 가리지 않습니다. 초기 봉쇄 실패 이후 지구촌에 답안지를 보여주는 모범생으로 우수한 의료체계, 의료인의 헌신 등을 보여준다고 평가합니다. 확진자 동선을 첨단기법으로 찾아 공개, 방역하는 시스템에 대하여 놀라는 기사가 많은데, 물론 드라이브스루 얘기는 어디나 빠지지 않습니다.(WP 3.13 칼럼, WSJ 3.16, BG 3.21) 사설, 대표 칼럼의 노골적 예찬도 많아졌습니다. 예컨대 ‘블루보틀 커피’의 미국 점포는 폐쇄하지만 한국·일본에서는 광범한 테스트, 의료역량을 믿어 계속 영업한다고 소개합니다.(NYT 3.18 사설) 자기네는 그런 능력이 부족하고 실제로도 못했기에 이 지경이라며 자연스레 트럼프 정부 비판으로 넘어가지요.(NYT 3.19 사설·칼럼)

우리나라 보수신문을 보면 갑자기 다른 세상 같습니다. 우리 보건체계의 문제점, 마스크 등 방역관리의 허점, 테스트과정·환자관리의 실수 등을 족집게처럼 어찌 그리 많이 집어내는지 놀랄 뿐입니다. 1월 중국 여행객 봉쇄 이슈는 아마도 훗날 다시 등장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우선은 재활용 기간이 4월15일까지만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셋째, 현장 이슈. 중앙집권화된 우리와 달리 미국은 주마다 대응체계가 다릅니다. 당연히 장단점이 있겠는데, 3월19일 캘리포니아주지사는 4천만 주민에게 실질적 이동금지령을 내렸지만, 초기 감염이 가장 심했던 워싱턴주에서는 권고만 할 뿐입니다. 현재 환자 수가 가장 많은 곳은 뉴욕주인데, 가끔 뉴욕시장과 뉴욕주지사의 입장이 어긋나는 경우도 보입니다. 미국에는 9만여개의 지방정부가 있을 정도로 파편화가 유명한데, 위기상황에서는 집권체제가 효과적일 것입니다. 다만, 현장에 맞는 즉시대응체제는 역시 분권형이 강력한데, 대구의 급박한 상황에서 나온 ‘생활치료센터’ 사례를 얘기할 만합니다. 3월초 경북대가 약 400명의 경증환자에게 기숙사를 치료시설로 제공했는데, 물론 쉬운 결정이 아니었고 일부 학생·교수들의 반대가 심했지요. 마침 미국 보스턴의 명문대인 터프츠대학 및 다른 곳에서도 코로나 환자 수용시설을 운영할 것인가 논쟁이 시작되었습니다.(BG 3.18) 이런저런 예찬, 기분 좋게 받으면 그만입니다. 머지않은 장래에 결과로, 숫자로 말해야겠지요. 우리 학생들과도 온라인 말고 직접 빨리 만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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