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 시각 맞추려고 종착지 앞두고 줄지어 서행
대구 시내버스·지하철 이용률 전년 대비 72%씩 감소
텅 빈 대구 시내버스 |
(대구=연합뉴스) 김상연 기자 = "종착지가 가까워지면 버스들이 줄지어 속도를 줄이거나 멈추어 섭니다. 도착 예정 시간을 맞춰야 하는데 달리기만 하니까 시간이 남거든요."
23일 오후 대구 300번 시내버스 안.
운전석에 앉은 버스 기사 외에 승객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경북대 서문 앞부터 종착지인 오뚜기물류센터까지 18개 정류장을 지나는 동안 '승객 0' 상태는 깨지지 않았다.
운전기사 A씨는 "왕복 운행하는 2시간 30분 동안 15∼20명을 태운 게 전부다"며 "출·퇴근 시간이나 평일·주말 가릴 것 없이 승객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따뜻한 날씨에 시민들이 하나둘 거리로 나왔지만, 대구 대중교통은 여전히 승객에게 외면받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해 다수 시민이 이용을 꺼리는 데다 주요 이용층인 학생들은 등교하지 않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3월 들어 18일까지 대구 시내버스 총 이용 승객은 319만3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천147만9천명보다 72% 감소했다.
"시민 안전 지키자"…시내버스도 방역 긴장 (CG) |
타고 내리는 승객 없이 내달리다 보니 종착지 도착 시각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 때문에 억지로 도착 시각을 맞추려고 버스들이 종착지 근처에서 줄줄이 서행하거나 멈춰서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323-1번 버스를 운행하는 B씨는 "정해진 시각보다 일찍 도착하면 과태료 10만원을 내야 한다"며 "종착지 근처에서 속도를 늦추거나 아예 정차하다가 이동하는 경우가 태반이다"고 했다.
도시철도도 비슷한 상황이다. 대구도시철도 2호선 열차는 승객들이 두 자리씩 띄어 앉아도 될 만큼 한산한 모습이었다.
감삼역에서 열차에 오른 최모(28)씨는 "일주일간 외출을 하지 않다가 치과 예약이 잡혀 지하철을 탔다"며 "승객들로 붐빌까 걱정했는데 많지 않아 편하게 이용했다"고 말했다.
대구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3월 1일부터 20일까지 도시철도 1·2·3호선 총 이용객은 268만6천74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38만3천123명보다 72% 줄었다.
특히 3·1절 지하철 이용객은 5만3천759명으로 지난해(40만6천672명) 13% 수준으로 급감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대중교통에 소독과 방역을 철저히 하고 있지만, 시민 불안감이 여전한 것 같다"며 "대중교통 이용률 회복이 코로나19 상황 개선에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goodlu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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