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부랴부랴 후속 입법 추진…여야 비슷한 법안 쏟아 내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찍게 하고 이를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유포한 혐의로 구속된 ‘박사’ 조모 씨.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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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를 포함 여성들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한 뒤 텔레그램을 통해 유포한 ‘n번방 사건’과 관련해 지난 5일 이른바 ‘n번방 방지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했지만 졸속입법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직무태만, 2차가해라는 비판까지 나오면서 여야가 부랴부랴 후속 입법을 서두르고 있다.
n번방 방지법은 지난 1월 15일부터 지난달 10일까지 진행된 ‘텔레그램에서 발생하는 디지털성범죄 해결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국민동의 청원에 10만명이 참여하면서 진행됐다. 이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으나 본회의에 이를 부의하지는 않았으며, 지난 5일 당시 진행 중이던 성폭력특별법개정안에 ‘취지를 반영하는’ 선에서 처리됐다.
인공지능(AI)을 사용, 특성 인물의 신체를 합성해 가짜 영상을 만드는 ‘딥페이크’를 제작ㆍ유통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한 이 법안은 국민동의청원으로 통과된 최초의 법안으로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해당 청원을 진행한 텔레그램 성착취 피해자 지원단체 ‘프로젝트 리셋’과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여성계에서는 잇달아 해당 법안이 민의를 반영하지 못 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며 반발하고 있다.
청원의 주요 내용들을 빼놓은 채 신종 기술인 딥페이크에만 집중해 근본적인 디지털성범죄를 뿌리 뽑는 데는 한계가 크고, 관여자 처벌 기준과 양형 규정이 애매하다는 주장이다. 앞서 청원에는 딥페이크 및 불법촬영 등의 디지털성범죄와 관련해 텔레그램이 해외 서버라는 점을 감안한 ▲경찰 국제공조수사 ▲수사기관의 디지털성범죄 전담부서 신설 ▲2차가해 방지를 포함한 체계적 디지털성범죄 대응 매뉴얼 마련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엄격한 양형기준 재조정 등의 요구가 담겼다.
아울러 지난 3일 이뤄진 법안심사소위에서 딥페이크 기술과 관련해 기재된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일기장에 혼자 그림 그린다고 생각하는 것까지 처벌할 수는 없지 않나”, 미래통합당 김도읍 의원의 “청원한다고 다 법 만드나”, 정점식 의원의 “자기 만족을 위해 이런 영상을 갖고 혼자 즐기는 것까지 처벌할 것이냐” 등의 발언을 두고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손솔 민중당 청년비례대표 후보는 이날 법사위원들 사무실을 항의방문해 “국회가 심각성을 축소하고 졸속입법으로 n번방에 있던 사람들을 처벌할 기회를 없애버렸다”며 “망언을 한 법사위원들이 명백한 2차 가해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의당은 송기헌ㆍ김도읍ㆍ정점식 법사위원의 사퇴를 요구, ‘텔레그램 n번방 방지 및 처벌법’ 제정을 위한 원포인트 임시국회를 제안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전국여성위원장과 여성 의원들이 23일 오전 여의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N번방 재발금지 3법 통과 및 해당자 강력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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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 여론이 커지자 여야는 앞다퉈 ‘n번방 방지법’을 보완할 후속 입법 대책 마련에 나섰다. 여당인 민주당에서는 22일 박광온 최고위원이 ‘디지털성범죄 처벌3법’ 도입을 촉구한 데 이어, 백혜련 전국여성위원장 등 여성의원들은 이날 ‘n번방 사건 재발금지 3법’을 발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성적촬영물을 이용한 협박행위를 형법상 특수협박으로 규정, 불법촬영물이나 복제물을 다운받는 행위 자체를 처벌하고 이를 즉각 삭제 조치하지 않는 플랫폼도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야당에서는 송희경 미래통합당 의원이 같은 날 불법촬영물 제작ㆍ유포ㆍ구매ㆍ소지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n번방 방지법을 대표 발의하겠다며 “국민동의청원에 기재된 국제공조수사 및 디지털성범죄전담부서 신설 등의 후속대책 마련도 시급하다”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스토커 방지법’과 ‘그루밍 방지법’을 통해 n번방 사건과 같은 디지털 성범죄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며 “아동ㆍ청소년 대상 성범죄에 한해 함정ㆍ유도 수사를 허용하는 ‘한국형 스위티 프로젝트’를 허용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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