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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사회적 거리두기’ 한달...코로나보다 ‘집콕’이 더 무서운 가정폭력피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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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개학연기로 가족 함께 지내는 시간 늘어

상담방식도 비대면으로 바뀐뒤 연락두절사례 증가

폭력에 무방비 노출 우려...“피해구제 적극 나서야”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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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이 한 달째 이어지면서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재택근무와 개학 연기 등으로 온 가족이 함께 지내는 시간이 늘면서 피해 구제를 청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인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이후 피해자의 내밀한 심리상태를 진단해야 할 상담이 비대면 방식으로 바뀌면서 상담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한 가정폭력상담소에 따르면 친부에게 2년 전부터 지속적인 성추행과 폭행을 당해온 초등학생 A군은 상담소를 찾아 도움을 받다가 최근 연락이 끊겼다. 연락이 두절된 시점은 개학이 연기돼 가해자인 친부와 함께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면서부터다. 담당 상담원은 “좁은 단칸방에서 네 식구가 함께 살기 때문에 A군이 부모의 감시에서 벗어나 먼저 상담소로 연락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부부간 폭력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코로나19로 가게 문을 닫는 자영업자나 실직한 직장인들이 늘면서 가정불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서울 동작구의 한 가정폭력상담소 상담원은 “가정폭력 가해자의 경우 무직이거나 고용이 불안정한 경우가 많다”면서 “가해자가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피해자가 폭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가정폭력상담소의 상담방식도 비대면으로 바뀌면서 제대로 된 상담이 어렵게 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성가족부는 지난달 말 일선 가정폭력상담소에 기존의 대면상담을 전화 등을 이용한 비대면상담으로 전환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대부분의 상담소는 예정된 상담일정을 취소·연기하고 전화 및 인터넷 상담으로 대체하고 있다. 문제는 피해자의 내밀한 심리를 읽어내야 하는 가정폭력상담의 특성상 비대면 상담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일부 피해자들의 경우 오랫동안 이어져 오던 상담이 비대면으로 바뀌면서 연락이 끊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 가정폭력상담소의 상담원은 “전화만으로는 피해자의 표정이나 다른 신호를 읽을 수 없어 피해자가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하기 어렵다”며 “무엇보다 대면상담을 해야 제대로 된 심리검사도 진행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상담원의 안전을 지키는 범위 내에서 일부 대면상담을 재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 상담의 경우 대규모 집단 상담이 아니기 때문에 대면상담이 정말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피해자의 체온확인 후 마스크를 낀 채 상담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허진·김혜린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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