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50% 소비 30% 줄고, 실업률 30% 전망
식당 예약 '오픈테이블 앱' 이용 100% 감소
미 연준 '무제한 양적 완화' 특단 대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전원 재택근무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한 지난 20일 노숙자들이 무료 급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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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본 적 없는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나왔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미 국내총생산(GDP)이 마이너스 30%, 심지어 50%까지도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 22일(현지시각) 속속 발표됐다. 세계 경제의 중심인 미국 경제가 주저앉으면 세계 경제가 깊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경제 붕괴를 막기 위해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23일 ‘무제한 양적 완화’를 시행하고, 대출 기관 3개를 신설해 회사채까지도 매입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과거 연준은 통상 돈을 찍어 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돈을 푸는 양적 완화를 시행하면서 대략적인 채권 매입 규모를 명시했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22일 보고서에 2분기 미국 GDP 성장률을 마이너스 30.1%(전분기 대비, 연율 기준)로 전망했다. 지난 17일 냈던 보고서에서 마이너스 4%였던 전망을 닷새 만에 대폭 낮춘 것이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미국 GDP 성장률이 1분기 -2.4%를 기록했다가 2분기에 -30%까지 추락한 다음 3분기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2분기 실업률은 12.8%로 치솟고, 소비는 31%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는 “3월 경제 활동이 거의 멈췄다. 막대한 영역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확대되고, 금융 상황도 악화하면서 단기 GDP 성장률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욱 커졌다”고 설명했다.
제임스 불라드 미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미국의 2분기 GDP가 반 토막 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을 했다. 그는 이날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셧다운(shutdown)의 영향으로 미국의 2분기 실업률이 30%까지 치솟고, 성장률은 50%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GDP 마이너스 50%…“지금껏 본적 없는 숫자”
다른 글로벌 투자은행과 경제분석기관도 미국의 2분기 두자릿수 역성장을 예측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옥스포드이코노믹스가 -12%, JP모건이 -14%를 전망했고, 골드만삭스는 -24%를 예상했다. 미국은 1947년 분기별 성장률을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로 두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미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쏟아지고, 미 상원에서 코로나 대응을 위해 추진 중인 경기부양 법안까지 부결되면서 23일 아시아 주요 증시는 급락했다. 이날 코스피는 83.69포인트(-5.34%) 하락한 1482.46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도 5.13% 내렸다. 오전에는 코스피·코스닥 선물이 6% 넘게 급락하면서 프로그램 매매를 일시 중단하는 매도 사이드카(sidecar)가 발동됐다. 중국 상하이(-3.1%), 홍콩 항셍(-4.9%), 대만 자취안(-3.7%) 지수 역시 크게 하락했다. 지난 20일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효과로 급락했던 달러 대비 원화 환율도 다시 치솟았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0원 상승한 1266.5원에 거래를 마쳤다.
세계 주요국 레스토랑 예약 증감률. 지난해에 비해 급전직하해 21일즈음 '제로'가 되었다. /김현국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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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식당 예약 ‘제로’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성장률의 급전직하와 실업자 수의 수직 상승을 예고한다. 20세기 이래 인류가 본적 없는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급작스런 침체는 세계 경제를 고꾸라뜨릴 가능성이 크다. 전례 없는 미국 경제 침체는 바이러스 확산 차단을 위해 ‘실제의 삶’이 일제히 멈춰선, 이른바 실물 경제의 마비로부터 기인한다. 미국 곳곳에서 ‘전원 재택근무’ 같은 특단의 거리 두기 명령이 내려지자 모든 경제활동에 급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외식·엔터테인먼트·운수·여행·소매 할 것 없이 미국 전역에서 전방위적으로 소비가 이토록 마비된 적은 없었다”라고 전했다. 소비가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에 달한다.
실시간으로 집계되는 지표들은 이미 ‘번지 점프’ 수준의 소비 폭락세를 드러내고 있다. 온라인 식당 예약 서비스인 미국 오픈테이블 분석 결과 3월 둘째 주 미국 레스토랑 예약은 전년 대비 약 70%가 줄었고, 지난주엔 급기야 100%가 감소했다. 식당 예약이 아예 사라졌단 뜻이다. 백화점이나 마트 같은 소매 판매도 가파르게 감소했다. FT가 시장 분석 회사 스프링보드의 자료를 분석했더니 지난 18일 기준 미국 소매점 방문자 수는 전년보다 70%가 감소했다.
이 같은 소비 절벽은 곧바로 일자리 급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불라드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실업률이 2분기에 30%에 달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이유다. 골드만삭스는 3월 셋째 주 미국 실업수당 청구 건수(26일 발표 예정)가 약 225만건으로 과거 사상 최대치(1982년)인 69만5000건의 3배 수준에 달하리라고 전망했다. 시티그룹의 예상은 이보다도 비관적인, 약 400만건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경제활동이 멈춰 서 일자리를 잃는 이들이 늘어나고, 이들이 소비를 못 해 다시 자영업자와 기업이 타격을 입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세계 경제의 압도적 맹주인 미국 경제가 ‘독감’에 걸려 쓰러지면, 세계 경제는 ‘중병’ 수준의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세계 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3%(국제통화기금 집계)에 달한다. 미국은 중국에 이어 한국의 2대 수출국이다.
[김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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