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김 ㅣ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의사
전세계의 코로나19 대유행이 전쟁에 비유되고 있는데 이는 적절한 비유다. 인간은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와 흑사병 같은 세균성 질병들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중국과 한국에서는 현재 회복 환자 수가 신규 확진자 수를 초과한다. 한국에서는 지나치게 엄격한 검역이나 군을 동원한 이동 제한, 물리적인 차단벽의 설치 없이 진단 및 격리와 사회적 거리두기, 손 위생 및 마스크의 적극적인 사용이 효과를 발휘했다. 이는 국가와 국민의 삶에 부과할 필요가 있었고 지금도 필요한 부담이다.
일상생활, 경제 및 사회적 교류 활동이 크게 줄었고, 경제학자들은 이번에도 발생된 ‘비용’을 계산할 것이다. 세계은행은 1차 세계대전 후 스페인독감이 1조5천억달러의 비용을 발생시켰고, 21세기에는 코로나19 및 이와 유사한 전염병의 대유행이 무수한 생명의 희생과 함께 6조달러에 이르는 비용을 발생시킬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최근 한국과 중국에서의 성공적인 사례는 더 큰 세계적 대유행에서 치러지는 두번의 전투의 시작일 뿐이다. 윈스턴 처칠이 2차대전 중 또 다른 전투에 대해 말했듯 “지금 이것이 끝이 아니며, 끝의 시작조차 아니다. 하지만 아마 시작의 끝일 것”이다. 유럽과 북미에서 대유행이 계속되면서 한국과 중국에도 위협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초기의 승리는 취약한 것이다. 13억명의 중국인과 5천만명의 아직 감염되지 않은 한국인들이 있지만 한번의 비행기 여행만으로 언제든 또다시 발발할 수 있다.
전염병 유행 사이의 휴지기 동안 우리는 현대의 의료 인프라와 지식이 어떻게든 전염병과 같은 위협을 완화시킬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격렬한 전투 중에 깨달은 교훈을 망각한 채 약속을 깨고 경계 및 대비 소홀로 소탐대실하게 된다. 코로나19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금방 끝나지 않을 것이다. 전염병이 세계 어딘가에서 계속 발생하는 한 어디에서든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국가 내, 특히 중저소득 국가들의 대유행 대비는 강화되고 인력은 교육되어야 하며, 물자는 공급되고, 정부의 강력한 지지가 보장돼야 할 것이다. 한국은 이 시기를 이용해 다시 준비하면서 다른 나라 국민들이 창궐을 억제할 수 있도록 돕고, 배운 교훈을 바탕으로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상호 연결되고 의존적인 세상에서 우리는 개인적이든 세계적이든 영원히 고립되어 살 수는 없다. 공장, 교회, 극장, 학교, 국경을 다시 열고 ‘평시 상태’(business as usual)로 복귀하는 과정이 마스크 배급량과 손소독제에 대한 의존이어서는 안 된다. 복귀의 시기는 국가가 결정할 사항이지만 최선책을 준수하지 않는 국가들은 모두에게 위협이 된다. 국경이 없는 바이러스는 국경 없는(국제적이고 협력적이며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대응을 필요로 한다.
1차 세계대전 후 워런 하딩 미국 대통령은 “정상으로의 복귀”를 촉구했다. 우리는 이를 장기적인 사회적 거리두기나 온라인 수업, 모임 금지, 무역 및 여행의 통제를 통해서 할 수는 없다. 백신은 코로나19의 초기 대응에서는 급선무가 아니었지만 사스보다 빨리 전파되고 독감보다 10배나 치명적인 ‘대유행병’으로 확대되었으니, 12~18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백신은 정상으로 복귀하는 가장 비용 효과적이고 안전하며 확실한 수단일 것이다. 코로나19를 치료하기 위한 진단키트와 치료제도 필수지만, 효과적인 백신은 한국인 5천만명을 포함하여 전세계 인구의 치료나 입원을 예방하고 가족과 친구, 이웃의 감염을 막을 것이다.
인류는 흑사병, 청사병(콜레라, 현재 7번째 세계적 대유행), 백사병(결핵), 매독(다시 증가 중), 천연두(백신으로 박멸됨)와 에이즈, 에볼라, 사스, 메르스 등을 극복했고 지금은 코로나19에 대처하고 있다. 그러나 예측 모델링은 앞으로 12~18개월 동안 이 신종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과 사망의 막대한 부담 발생을 전망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인류 공통의 적을 갖고 있으며, 코로나19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다음 ‘월드 워 시’(World War C)에 대비해야 한다. 바라건대 그때까지 우리는 백신을 확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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