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10조 소요…국제적 통용성 외엔 실익 적어
4월6일 개학 힘들면 다시 떠오를 가능성도 있어
교육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을 2주 추가 연기한 가운데 지난 17일 한 중학교에서 교사들이 책걸상을 일렬로 배치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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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 초·중·고교 개학이 계속 연기되면서 이번 기회에 '9월 학기제'(9월 신학년제)로 바꾸자는 주장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국제적 추세에 맞추자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지만 사회적 비용에 비해 실익이 크지 않다는 주장도 만만찮아 당장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것이 교육계 중론이다.
23일 교육계에 따르면, '9월 신학년제' 도입은 주로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장이 지난 19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돼 아예 개학이 5월로 넘어가야 되는 상황이 온다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라며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9월 신학기제를 검토해보자"고 제안했다.
지난 21일에는 김경수 경남지사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김 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위원장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하며 "만일 코로나19 여파로 개학이 더 늦춰진다면 이참에 9월 신학기제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며 불을 지폈다.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코로나19로 인한 비상상황을 계기로 9월 학기제 도입을 검토하자'는 청원이 10여개 올라온 상태다. 이 가운데 '코로나로부터 아이들을 지키지 위해 9월 신학기제로 변경해 주십시오'라는 청원은 이날 오후 5시 현재 1만10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9월 학기제로 변경하자는 주장이 뜬금 없는 것은 아니다. 과거 정부에서도 여러 차례 9월 신학년제 도입을 검토했다. 1997년 문민정부 시절, 2007년 참여정부 시절에도 학제 개편의 일환으로 검토됐다. 2014년 박근혜 정부 때도 교육 국제화 측면에서 9월 학기제가 검토됐지만 현실화되지는 않았다.
9월 학기제 도입은 찬반 입장이 명확하게 갈리는 이슈다. 찬성하는 쪽에서 가장 앞세우는 이유는 국제적 통용성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9월 학기제를 채택하지 않는 국가는 한국과 일본, 호주뿐으로 알려졌다. 국제 교류나 유학을 준비하는 내·외국인 학생을 위해서도 9월 학기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 찬성하는 쪽의 주장이다.
학사운영상으로도 학년말만 되면 되풀이되는 학사 파행 문제를 줄이고 신학년도 준비 기간 부족 문제, 시기적으로 애매한 2월 봄방학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다. 초겨울에 대입을 치러야 하는 학생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여름방학 동안 새학년을 위한 충분한 준비기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9월 학기제의 장점으로 꼽힌다.
가장 큰 걸림돌은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이다. 역대 정부마다 9월 학기제 검토를 꺼냈다가 접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 2015년 발간한 '9월 신학년제 실행방안'에 따르면 9월 학기제 도입에 필요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최대 10조원으로 추산된다.
3월 입학생과 9월 입학생이 동시에 학교에 다니게 되면 학교 시설과 교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 입학이나 졸업뿐 아니라 기존 입시 방식과 절차, 기업의 신입사원 채용 시기, 회계연도와의 불일치 등 사회 전반적으로 시스템을 바꿔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 때문에 9월 학기제에 대해 교육계에서는 대체로 사회·경제적 비용에 비해 실익이 크지 않다고 지적한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역대 정부에서 9월 학기제 도입을 검토했지만 실현되지 못한 것은 막대한 비용도 비용이지만 결과적으로 실익이 별로 없다는 것"이라며 "단적으로 왜 일부 유학생 때문에 다수의 학생들이 혼란을 겪어야 하느냐"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지금은 코로나19의 조기 극복에 집중할 시점이지 감염병 장기화에 떠밀려 섣불리 신학년제 문제를 제기하거나 논의해 혼란을 부추길 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교총은 "감염병 장기화에 따라 이참에 9월 신학년제를 도입하자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고 너무 무책임하다"라며 "과거 정부에서도 9월 신학년제 논의가 득보다 실이 많다는 판단에 따라 번번이 무산됐음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가 예고한 4월6일에도 학교가 정상적으로 개학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 9월 학기제 도입 목소리가 다시 제기될 가능성은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9월 학기제 도입 등은 현재 검토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jin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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