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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글로벌 현대차 공장 75% 멈춰…"중소 부품사 두달 못버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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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의 주력산업 / 자동차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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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전 세계로 급격히 확산되면서 글로벌 자동차 생태계가 휘청거리고 있다. 미국에 이어 유럽, 아시아 지역 완성차 공장들이 문을 닫는 가운데 내수 심리 위축으로 판매 실적이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생산 중단-판매 부진-경기 침체'라는 최악의 악순환을 피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23일 현대자동차그룹은 인도 현지 정부 방침에 따라 이날부터 31일까지 현대자동차 첸나이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기아자동차 안드라프라데시 공장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과 유럽 내 공장이 멈춰선 데 이어 인도 공장까지 생산 차질을 겪으면서 현대차그룹의 해외 판매 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미국과 중국, 체코, 슬로바키아, 터키, 러시아, 멕시코 등 20여 개 공장에서 한 해 394만대 규모의 완성차를 판매하고 있다. 이 중 터키와 러시아, 멕시코, 브라질, 베트남을 제외한 전 해외 공장이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었는데, 이들 공장의 지난해 판매량은 전체 해외 판매 실적의 75%에 달한다. 최근 터키와 베트남, 남미 지역에서도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셧다운에 돌입하는 공장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현대차는 유가증권시장에서도 시가총액 상위 10위권에서 밀려날 위기에 처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 시총은 14조7217억원으로 삼성SDI(15조250억원)에 밀려 10위로 내려앉았다. 현대차 주가는 지난 20일에는 장중 6만5000원까지 떨어져 52주 최저가를 기록했다.

지난 6일 종가(11만500원)와 비교하면 반 토막 수준이다. 이달 들어 증발한 시총만 해도 10조원에 달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부품 공급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국내 공장을 중심으로 특근 재개 등을 통해 팰리세이드, GV80 등 인기 차종의 생산량 만회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라며 "권역별 라인업 최적화, 파워트레인 효율화를 가속화해 복잡성을 줄이고, 아키텍처 기반 설계 혁신 등으로 재료비·투자비를 대폭 절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한 대에 2만개가량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부품업계에서도 코로나19 여파가 심상치 않다. 최근 국내 2위 자동차 부품업체 만도는 전 생산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이후에도 유휴 인력이 있으면 순환 휴직·전환 배치를 추진한다는 안건을 노종조합에 전달했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400만대 밑으로 떨어지고, 코로나19 사태로 수출길마저 좁아지는 등 업황 부진을 고려한 결정이다.

업계에서는 만도를 시작으로 대형 부품업체들이 연이어 인력·사업 구조조정에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경영 환경이 열악한 중소 부품업체들은 유럽과 미국 완성차 공장의 '셧다운' 여파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가 우려된다. 업계 관계자는 "두달 내에 부품사 연쇄 도산이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뿐만 아니라 글로벌 완성차 제조업체들이 잇달아 공장 가동을 중단하면서 자동차 '생산 절벽'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독일과 스페인, 슬로바키아 등 유럽 전역에서 공장 가동을 2~3주간 멈추기로 했고, 프랑스 르노그룹과 피아트크라이슬러 또한 유럽 주요 공장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사태 이후 백업 플랜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 도요타자동차와 닛산자동차도 유럽과 북미 지역 공장 가동을 일제히 중단했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잇달아 코로나19로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올해도 글로벌 자동차시장은 내리막길을 걸을 전망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자동차 생산량은 9323만대로, 2017년(9891만대) 이후 2년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유럽과 미주 지역의 자동차 공장 '셧다운' 사태로 올해 전 세계 자동차 생산량이 작년보다 144만대 이상 감소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IHS마킷은 유럽과 북미에서는 업체별로 평균 13일, 6일씩 생산 차질을 겪으면서 88만대, 48만대씩 자동차 생산량이 줄어들고, 남미 또한 코로나19 예방 조치로 인해 8만대 이상 생산량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생산 절벽뿐만이 아니다. 판매량 역시 내수 심리 위축 여파로 감소세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세계 자동차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2.5%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는 0.9% 감소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치보다 1%포인트 이상 떨어진 수치다. LMC오토모티브 또한 올해 자동차 판매량 전망치를 0%에서 -4.3%로 낮췄다.

하지만 판매 현장에서 체감되는 '판매 절벽' 강도는 훨씬 세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앞으로 석 달간 미국 내 자동차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최대 90%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동차 산업 규모와 영향력을 감안하면 서둘러 정부가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세계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 자동차업체들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적용을 연기하고, 부품업체들의 자금난을 해소해달라고 요구했다.

유럽 자동차제조협회 또한 1400만명 일자리가 위험한 상황이라며, 유럽연합(EU)과 유럽 각국은 자동차업계에 즉시 유동성을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에서도 울산시를 중심으로 자동차 부품업계의 연쇄 도산을 막기 위해 '주 52시간 근무제 한시 유예'를 추진했지만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반대로 무산됐다.

[우제윤 기자 / 박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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