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60% 면역 생겨야 '코로나 종식'…백신도 12개월

"인구 면역 한시에 끌어올리려면 예방접종 필요…백신 12개월 걸려"

"억제정책 일정 성과…풀면 스프링처럼 유행 다시 찾아올 수 있어"

"이제는 억제정책 지속 vs 완화 중 하나 선택할 기로 서있어"

"향후 분절된 감염병 대응 역량, 정상화·기관화하는 것이 시급"

중앙임상위, 감염병 대응역량 정상화 위해 감염병전문병원 설립 주장

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사진=황진환 기자)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들을 치료해온 전문가들이 "코로나19는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며 이제는 '장기전'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중앙임상위)는 23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구 60%가 면역을 가졌을 때 (코로나19의) 확산을 멈출 수 있다"며 "인구집단 면역을 일시적으로 끌어올리는 방법은 (백신을 활용한) 예방접종밖에 없는데 코로나19 백신이 나오려면 12개월은 기다려야 한다"고 밝혔다.

중앙임상위는 이제 코로나19 백신이 나올 때까지 현재와 같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는 노선을 연장, 지속할 것인지 또는 이를 일부 완화하는 쪽으로 선회할 것인지 정부가 선택해야 할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오명돈 중앙임상위원장은 "그동안 정부의 방역정책은 한 마디로 '억제' 정책"이라며 "유행 초기 중국에서 들어오는 바이러스를 원천봉쇄하고 국내로 유입된 바이러스를 찾아내며, 번진 것들까지 모두 솎아내는 등의 정책을 시행해왔다. 그 결과,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국내 상황이 컨트롤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현재와 같이) 모든 자원을 총동원한 방역정책은 계속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당장 (전국 학교의) 개학을 언제까지 미룰 수 있느냐, 의 문제"라며 "억제정책은 억제를 풀면 스프링이 튀어오르듯 유행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임상위는 20세기 초반 수천만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의 예를 들어 "지난 1918년 봄, 1차 유행보다 그해 가을 다섯 배나 더 큰 2차 유행이 찾아온 것으로 유명하다"며 코로나19 역시 시차를 두고 대대적 유행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연합뉴스)

오 위원장은 "개학을 하게 되면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리란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며 "현재의 억제정책을 지속할 것이냐, 완화할 것이냐는 우리 각자와 가족의 건강은 물론이고 사회·경제·문화·교육 등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을 생각할 때 '사회적 합의'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코로나19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처럼 종식시킬 수 없다"며 "장기전에 대비해야만 한다. 학교를 개학하려면 학급에서 학급으로, 학년에서 학년으로, 그리고 학교에서 학교로 전파되지 않도록 미리 계획을 세워둬야 한다"고 당국에 제언했다.

또한 "의료기관의 경우, 의료인을 보호하기 위한 개인보호구 등을 확보하고 중증환자 진료에 집중해야 한다"며 "정부는 백신과 항바이러스제를 개발하는 동시에 국내 연구 개발을 지원하고 세계보건기구(WHO) 차원의 국제연구개발에 참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앙임상위는 코로나19의 진행상황에 대한 효과적 대응과 향후 감염병 관련 의료체계를 정비하기 위해 '중앙감염병병원'을 즉각 설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은 "중앙임상위를 운영하고 중국 우한 교민을 의료지원하며 중증환자의 전원(타 병원으로의 이송) 조정상황실 운영 등 국립중앙의료원은 제한적이나마 중앙감염병병원의 기능을 임시방편으로 수행해왔다"며 "이는 (역설적으로) 감염병 대응 역량에 공백이 있다는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분절된 감염병 대응 역량을 정상화, 기관화하는 것이 시급한 정책 현안"이라며 "사태가 종결된 뒤 다시 공백이 지속되면 사회적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커지고 의료인의 희생만 반복된다. 국립중앙의료원의 역할 확대는 임시적인 만큼, 중앙감염병병원 설립을 신속히 추진해 그 기능을 상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지환 중앙감염병병원운영센터장 역시 "감염병 전문병원이 생긴다는 것은 코로나19 환자를 다른 채널로 돌려 기존 중증환자들과 섞일 우려를 완전히 차단해준다"며 "다른 중증환자들이 이런 일로 (감염을 우려해) 불필요하게 응급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없어진다"고 거들었다.

그러면서 "만약 중앙감염병병원에 지진 등 자연재해가 발생해 모든 창문이 깨지고 건물이 무너져 바이러스가 외부로 유출된다 해도 인근 거주지역과 수백미터 떨어져 있어 전파우려가 없다"며 "현재 코로나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꼭 감염병 전문병원이 생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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